정의연 후원금 관련 명확한 회계 공개하면 끝날 일…이념 공세는 자충수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을 대변해 온 정의기억연대(정의연·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후신)를 둘러싼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이용수 할머니의 문제제기로 시작된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당선인의 의혹이 점입가경이다.  

애초 이용수 할머니의 문제 제기는 인신과 명예를 훼손하는 사태로까지 번질 사안이 아니었다. 이 할머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당사자이다. 이 할머니가 처음 의혹을 제기한 것은 기부금 모금 및 사용처의 투명성이었다. 그에 대한 신뢰할 지출내역을 소상하게 공개하면 끝날 일이었다.

이용수 할머니는 고인이 된 김복동 할머니와 함께 위안부 운동의 상징적 인물이다. 1992년부터 수요집회를 주도해 오며 위안부 문제 진상 규명과 피해자 명예 회복 촉구에 앞장서 왔다. 2007년 2월에는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 '일본군 성노예' 만행을 증언했다, 2017년에 개봉된 영화 ‘아이 캔 스피크’의 주인공으로 그려진 인물이 이 할머니다.

이용수 할머니와 윤미향 당선자의 인연은 28년 세월을 함께 이어온 끈끈한 관계다. 정의연의 전신인 정대협 시절부터 모녀 관계처럼 돈독했다. 그런 두 사람이기에 불화를 지켜보는 많은 국민은 안타깝고 당혹스럽다. 

이 할머니가 제기한 의혹은 기부금 모금 및 사용의 투명성, 한·일 위안부 합의에 윤 당선인이 어떤 역할을 했는가 하는 것이다. 할머니는 학생들에게 증오와 상처만 가르치는 수요집회 불참, 윤미향이 위안부 문제 해결을 않고 사욕을 챙기려 국회로 가는 것은 안된다고 했다.

   
▲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을 대변해 온 정의기억연대)를 둘러싼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이용수 할머니의 문제제기로 시작된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당선인의 의혹이 점입가경이다. 이용수 할머니가 지난 7일 대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수요집회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며 관련단체를 비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 당선인은 할머니가 자신의 당선을 지지하고 덕담을 나눴다고 했지만 할머니는 "모두 지어낸 말"이라고 부인했다. 이후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당선인은 페이스북에 자신과 가족에 관한 언론의 의혹 제기를 두고 "6개월간 가족과 지인들의 숨소리까지 탈탈 털린 조국 전 법무장관이 생각난다"고 했다. 

이어 "위안부 진상 규명과 사죄와 배상 요구에, 평화인권운동에 찬물을 끼얹으려는 보수 언론과 미래통합당이 만든 모략극"이라고 했다. "통합당과 친일 언론, 친일 학자에 맞서겠다"고도 했다. 후원금 의혹에 느닷없이 '친일 프레임'으로 맞섰다. 이 할머니의 기억을 문제 삼기까지 했다.

윤 당선인이 위안부 문제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소환하면서 정치공방으로 확전됐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까지 '친일 반인권 반평화 세력의 최후 공세'라며 가세했다. 문제는 본질을 벗어나 더욱 수렁으로 빠져 들고 있다. 친일·반일·적폐가 다시 등장하면서 논란은 확산되고 있다.

정의연의 해명은 의혹만 키우고 있다. 기부금 지출명세서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2019년 한 상조회사에 1170만원을 지출했다고 했는데 상조회사 측은 무료로 해줬다고 증언했다. 2018년 한 맥줏집에서 3349만원을 썼다고 기재했으나 실제론 430만원을 지출했다. 

기부금 모금과 지출에 '개인 통장'을 이용됐다. 공익단체에서는 법인 명의의 통장을 사용해야 한다. 2018년에는 할머니 한 사람에게 그해 지출 총액보다도 많은 4억7000여만원을 지급했다고 공시했다. 4년간 50억원 가까이 모금했으지만 할머니들에게 지원된 금액은 2018년엔 모금액의 1.9%(2320만원), 2019년 3%(2433만원)에 불과하다. 

정의연은 "내부 감사를 받았다"고 하지만 전문가들은 "그런 회계를 눈감아줄 회계사가 어디 있느냐"고 일침을 가한다. 정의연은 정대협과 2018년 7월 통합운영 한다고 했지만 정부‧지자체에서 각기 따로 지원금을 받아 온 사실도 드러났다. 

의혹은 쌓여만 가고 있다. 그런데도 윤 당선자와 정의연은 운영에 문제가 없었다며 친일세력의 공세라고 반박한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당사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친일파의 사주를 받았다고 생각하는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행태다. 국민들을 바보 취급하는 건가.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정부의 방치도 한몫했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12월 "(박근혜 정부의)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협상은 중대한 흠결이 있다"고 비판했다. 우여곡절 끝에 화해치유재단은 2018년 11월 결국 해산됐다. 하지만 새로운 해법은 찾지 못했다. 한·일 합의 타결 당시 46명이던 생존 할머니는 이제 18명만 남았다.

"무엇보다 피해자 의견이 최우선"임을 내세워 전 정부의 합의를 파기했다. 후유증은 컸다. 일본의 무역보복으로 이어지면서 한일관계는 악화일로를 치달았다. 정의연의 회계 문제가 친일 프레임으로 변질되고 있다. 갈등과 분열의 불길한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이용수 할머니의 올해 나이는 92세다. 할머니에게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역사의 굴레를 온몸으로 짊어지고 온 할머니들에게 더 이상 마음의 상처는 주어서는 안된다. 위안부 문제는 역사를 흘러 기록되어 나갈 것이다. 역사의 죄인이 되지 않으려면 의혹에 대해 스스로 밝혀야 한다. 법의 심판대에 설 때는 스스로 기회를 박차는 것이다. 
[미디어펜=편집국]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