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분기 현대·기아자동차는 원화 강세라는 환율 악재로 실적이 휘청하며 위기를 맞았다. 자동차는 작년보다 더 팔고도 수익은 전년 대비 뒷걸음질친 상황이다.

엔저 효과로 여력이 생긴 일본 업체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기아차와 일전을 예고하고 있다. 선진국 자동차 시장 수요 회복도 아직은 큰 기대가 어렵다. 현대·기아차의 연말 실적 전망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 환율위기 현대·기아차, 악재 돌파위한 비장의 카드...‘제값받기’/뉴시스 자료사진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정면돌파'를 택했다. 상황은 어렵지만 '제값 받기'를 통해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고, 현지 전략 차종과 주력 모델 등 공격적인 신차 출시를 통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승부하겠다는 계획이다.

전주 발표된 현대차와 기아차의 3분기(7~9월) 실적을 보면 두 회사는 3분기 동안 각각 112만8999대, 71만1833대를 판매해 전년 같은 분기보다 판매량이 1.8%, 13%씩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현대차의 경우 매출액이 전년보다 2.2%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8% 감소했고, 기아차는 매출액이 1.9% 줄고, 영업이익도 18.6% 감소했다.

문제는 환율. 올해 3분기 평균 원·달러 환율은 1026.6원으로 전년 3분기보다 7.5% 하락했다. 환율 때문에 많이 팔고, 비싸게 팔아도 앉아서 수익을 깎아 먹고 있다는 것.

하지만 현대차그룹의 경영 전략은 공세적이다. 지난해부터 품질 경영을 화두로 공세적인 가격 정책을 펴온 현대·기아차는 올해도 이 같은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올 상반기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 신형 제네시스와 신형 쏘나타를 출시하면서 가격을 인상하는 강수를 뒀다.

신형 제네시스는 3800㏄ 후륜구동 모델 기존 구형보다 7.9%(2800달러) 인상한 3만8000달러로 정했다. 또 신형 LF쏘나타의 미국 시장 출시가격은 기존 YF쏘나타의 최고 트림이었던 '2.4 리미티드 테크'의 가격을 3만 달러에서 3만25달러로 소폭 인상하고 '2.4 리미티드 얼티메이트' 트림을 신설, 3만1575달러로 판매 중이다.

신형 쏘나타 최저 트림 '2.4 SE'는 국내 판매 중인 '2.4GDi 스타일'의 세전가격 2020만원보다 152만원 더 높다. 한국보다 비싼 가격을 책정, 일본차의 엔저 공세를 비롯한 경쟁업체들의 인센티브 정책에도, '제값받기' 정책을 지속하겠다는 현대차의 경영 전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를 통해 현대·기아차의 브랜드 가치는 꾸준히 상승 중이다.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 업체 '인터브랜드(Interbrand)'가 발표한 '2014 글로벌 100대 브랜드(Best Global Brands 2014)'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차의 브랜드 가치는 각각 104억 달러(약 11조원)와 53억960만 달러(약 6조 500억원)로 매겨졌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전체 종합 순위에서 각각 40위와 74위, 자동차 부문에서 7위와 11위를 각각 기록했다. 특히 현대자동차의 브랜드 가치가 100억 달러를 돌파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이 같은 노력을 바탕으로 현대차 제네시스, 쏘나타는 '2015 북미 올해의 차' 10대 후보명단에 이름을 나란히 올리며 완성차 브랜드 중 유일하게 2개 차종이 후보명단에 선정되기도 했다. 올해 말 10대 후보명단은 3개 후보로 간추려져 내년 1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최종 발표된다.

이와 함께 국내 시장에서 준대형차 '아슬란'을 통해 그동안 잃어버린 내수 시장 점유율을 회복하고, 내년에는 투싼, 엘란트라(국내명 아반떼) 등 주력 신차들을 잇따라 출시해 업황 개선에 불을 지필 계획이다.

또 친환경차 부문에서도 연구개발을 통해 하이브리드카에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로 이어지는 친환경차 라인업을 갖추고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노력 중이다. [미디어펜=김태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