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FC서울이 올해 K리그 우승을 하거나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오를 경우를 상상해 보자. 외신은 이런 타이틀을 내걸 지도 모른다. "대한민국 프로축구팀 FC서울이 '섹스돌'의 응원을 받아 챔피언이 됐다"

FC서울이 '리얼돌' 마네킹 응원 논란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지난 17일 FC서울이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광주와 치른 홈경기 관중석에 이색 응원팀이 등장했다. 서울 구단은 관중석에 FC서울 유니폼 등을 입고 피켓을 든 마네킹 30개를 배치했다. 무관중으로 치러지고 있는 경기에 조금이나마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마네킹 응원'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그런데 이 마네킹이 성인용품으로 쓰이는 '리얼돌'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마네킹의 모양도 그렇고, 마네킹을 제공한 업체가 '리얼돌' 제작 회사이고, 일부 마네킹이 든 피켓에 업체 홍보물과 모델 BJ 이름이 노출돼 있었다.

이 '리얼돌' 마네킹 응원단을 본 축구팬들의 항의와 비난이 빗발쳤고, 서울 구단은 성인용품이 아니라는 업체의 말을 믿었다며 최종 확인을 못한 잘못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했고, 해당 업체는 실수였다고 해명하며 사과했다.

일종의 해프닝일 수 있다. 서울 구단이 마네킹 응원을 기획한 의도 자체는 순수했을 것이다. 다만, '리얼돌'을 파악하지 못하고 관중석에 설치해 물의를 빚은 데 대해서는 사과를 하고 또 해야 할 일이다. 마네킹 제공 업체가 성인용품 홍보물을 노출한 데 대해서는 고의성 여부를 따져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문제는 이번 일로 인해 FC서울을 넘어 K리그 전체의 명예와 이미지가 추락했다는 사실이다.

'리얼돌' 사건은 외신을 통해 전세계적로 재빨리 알려졌다.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K리그는 어렵게나마 시즌 개막을 해 전세계 축구팬들의 이목이 집중돼 있었다. 개막을 앞두고 무려 36개국에 K리그 중계권이 팔렸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그런데 성공적인 시즌 운영으로 모범이 돼야 할 K리그 관중석에 '리얼돌'이 등장했으니 좋은 조롱거리가 생긴 셈이다.

   
▲ 사진=BBC 홈페이지


K리그 중계권을 사간 영국 공영방송 BBC도 홈페이지에 이 사건을 보도했다. 해당 마네킹 사진과 함께 "코로나바이러스 축구, FC서울이 관중석 '섹스돌'로 사과하다"라는 타이틀을 단 기사를 게재했다. 기사에서는 '섹스돌'(국내 언론은 '리얼돌', '성인돌'이라는 표현을 쓰지만 외신 표기는 '섹스돌'이다)이 관중석에 설치된 경위와 비난 여론 등을 자세히 전하며 "전 세계적으로 텅 빈 경기장 분위기를 개선하려는 구단들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FC서울의 예를 따르는 클럽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FC서울을 잘 몰랐던 많은 해외 축구팬들이 이번 사건으로 클럽 이름을 확실하게 기억하게 됐다. 하필이면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을 클럽 명칭으로 사용하는 FC서울이다. 기억하기도 쉽다. 그런 만큼 FC서울 구단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K리그 전체와 대한민국의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FC서울의 마네킹 응원, 안 하느니보다 백 배 못한 결과를 낳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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