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방지법, 사적 자유·기업 재산권 침해 심각 우려
애물단지로 전락한 공인인증서도 21년만에 폐지될 듯
20대 국회, 역대 최악 법안처리 실적 기록 전망도
[미디어펜=손혜정 기자]여야가 오는 20일 국회 마지막 본회의 개최를 앞두고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막판 협상의 마무리를 짓고 있다. 다만 '졸속 처리'가 우려되는 법안에 대해서는 여전히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이날 오후 2시 열릴 본회의에서 비쟁점 민생법안 위주로 처리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날 본회의에 부쳐지는 법안 중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던 과거사법은 여야 합의로 '배상 조항'을 뺀 개정안으로 통과될 것으로 예측된다.

과거사법 개정안은 '과거사 문제 진상규명을 위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과거사위)' 조사활동을 재개하도록 하는 근거법이다. 과거사위는 2005년 노무현 정부 시절 만들어졌으나 2010년 활동 기간이 만료되면서 형제복지원 사건 등의 진상은 밝히지 못한 채 해산했었다.

   
▲ 국회 본회의장./사진=미디어펜
개정안은 인권침해 사안에 대한 진실규명 범위를 '권위주의 통치 시까지'로 정하고 있으며 진실 규명 사건의 요건을 '재심사유에 해당하는 진실규명이 필요한 경우'로 제한하고 있다.

다만 막판까지 여야간 쟁점이었던 '배상 조항'은 통합당의 요구로 제외키로 전격 합의했다. 통합당 원내관계자는 "배·보상 조항은 졸속으로 처리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예술인으로 고용보험 적용 범위를 넓힌 '고용보험법' 개정안과 저소득층 구직을 촉진하는 '국민취업지원제도' 근거법인 취업촉진법 개정안도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두 법안 개정안은 문재인 대통령이 통과를 촉구한 것으로, 본회의에서 가결되면 고용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사람에게도 구직 기간 동안 취업지원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그러면서 일부 저소득층 구직자에 대해서는 월 50만원씩 6개월간 최대 300만원의 구직촉진수당을 지급하게 된다.

아울러 많은 불편을 초래했던 '공인인증서'도 21년 만에 폐지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공인인증서는 지난 1999년에 도입된 것으로, 공공기관 온라인 서비스를 받기 위해선 반드시 사용해야 했던 인증방식이다. 하지만 보안프로그램 설치와 본인 인증 등 복잡한 절차로 인해 '번거로움' 그 자체로 전락하여 이용자의 불만이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이에 정부가 지난 2018년 전자서명법 개정안을 내면서 3년째 논의만 되다가 지난 7일 상임위를 전격 통과하면서 20대 국회 통과에 청신호가 켜졌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전자서명서에 공인인증서가 가졌던 독점적 지위는 도태되고 생체인증이나 블록체인 같은 다양한 전자서명 수단이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n번방 방지법과 같은 경우 국회 통과를 앞두고 공방이 가열되고 있는 분위기다. 전기통신사업법, 정보통신망법 개정안과 관련해 "졸속 처리"라는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등 인터넷 업계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인터넷 사업자에 대해 불법 음란물을 삭제하고 관련 접속을 차단하도록 책임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업계와 시민단체는 개정안 통과를 앞두고 개인의 사적 자유에 대한 심각한 침해를 우려하고 있다.

당초 n번방 방지법은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이른바 'n번방' 사태 이후 불법 촬영물 유통 피해를 막고자 추진된 법안이나 법 개정 취지와 달리 개인 사생활 보호화 기업 재산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또한 해외 사업자에 대한 법 진행은 여전히 어려워 국내 기업 역차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업계 등은 "졸속 추진 중단"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20대 국회는 역대 최악의 법안처리 실적 기록을 경신할 것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지적이다. 현재 국회에는 1만5000여개의 법안이 계류 중이지만 마지막 본회의에서는 100여개 안팎의 비쟁점 민생법안만이 '땡처리' 식으로 통과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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