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명 확진' 인천과 안성 고교생 등교하자마자 귀가
교육현장 "9월 등교 연기하는게 그나마 최선" 의견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20일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우한폐렴) 집단감염 사태가 고등학교 교육 현장까지 번져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5차례 연기 끝에 전국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부터 등교 개학한 첫날인 이날, 수도권 곳곳에서 관련 확진자가 나오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등교가 중지됐다.

고3 확진자 상황은 위중하다. 이날 인천에서 고교생 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아 인천시내 5개 구에 소재한 고등학교 학생들이 전부 귀가했고, 경기 안성에서는 전날밤 확진 판정을 받은 20대 남성의 동선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아 9개 고교에 대해 등교 중지가 결정됐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이날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하교 조치와 관련해 "노출이나 전파 범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조사 결과를 보고 교육 당국과 (등교에 관해) 협의하겠다"고 언급했다.

   
▲ 전날 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20대 남성 A 씨의 동선이 완전히 파악되지 않아 안성지역 9개 고등학교 등교가 중지된 20일 오후 경기도 안성시 안법고등학교에서 교사가 21일 예정된 전국연합학력평가 시간표를 교실에 붙이고 있다. 안성교육지원청과 안성시는 20일 긴급회의를 가진 뒤 "21일로 예정된 전국연합학력평가를 위해 관내 9개 고교 3학년 학생을 등교시키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정 본부장은 이날 등교 조치에 대해서도 "등교 가능한 기준에 대해 객관적인 숫자로 말씀드리기 어렵고 지역감염 위험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판단해야 한다"며 "어느 정도 위험이 노출된 학교 범위를 정해 지역·학교별로 위험도에 따라 차등 대응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유행이 단기간 종식된다면 개학을 늦춰 안전한 때 하면 좋겠지만 가을 겨울철에도 위험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면 일상 속 생활과 방역을 함께 하는 방법이 필요하다"며 등교 중지 조치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일선 교육현장 여론은 우려 일색이다.

경기지역 한 사립고등학교 교장은 이날 미디어펜과의 인터뷰에서 "이미 5차례 연기해서 교사들 모두 반복되는 준비 점검과 대응조치로 녹초가 된 지경"이라며 "현장에서 우려했던대로 인천쪽에서 확진자 학생들이 결국 나왔다. 정부가 등교 개학을 강행한 이상 확진자가 나오면 정부 책임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코로나 감염 경로가 불투명하고 어디서 어떻게 누가 걸릴지 모를 바엔 9월 등교 개학으로 연기하는게 그나마 최선"이라며 "교육당국은 각 학교와 교사들에게 확진자 책임을 떠넘길 생각 말고 엄정히 보수적으로 대응하는게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충남 지역 한 고등학교의 고3 담임 교사는 이날 본지의 취재에 "오프라인 개학 운영에 대한 세부지침이 너무 늦게 나왔다. 개별 교사들로서는 교육부 발표나 방역당국 지침이 매일매일 힘빠지게 하는 것뿐"이라며 "꾸역꾸역 온라인수업을 지금껏 진행해왔지만 당분간은 밀린 학사일정을 조심하면서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가 다시 인천 학교쪽에 창궐했다고 하니 걱정이 크다"며 "삼성서울병원도 그렇고 인천도 그렇고 사실상 감염경로가 전혀 밝혀지지 않은 채로 확진자가 나오면 학교는 문을 닫아야 하고 해당 학교 고 3 학생들은 학사 일정이나 공부 집중도 측면에서 손해를 볼수 밖에 없다. 안타깝고 우리 학생들 입장에서는 두려운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등교시 숙지해야 할 방역 지침을 누구나 다 지키겠지만 이번 인천 고 3 학생 확진 사례처럼 전혀 예측하거나 인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코로나에 걸릴 수 있다"며 "개인 위생과 방역에 철저히 한다 하더라도 고 3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쉽게 잠재우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구 지역 한 고등학교의 온라인교육 담당교사는 이날 본지와의 인터뷰에 "온라인 교육의 성과는 분명하다. 나름 교육 성과를 거두고 있고 정착단계에 있다"며 "오늘부터 일부 온라인 교육을 병행하며 오프라인 교실 수업이 시작했지만 교사 대부분이 우려했던게 인천에서 먼저 터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업을 준비하는 교사 입장에서 극도로 조심하고 경계해도 코로나에 걸릴 학생은 분명히 생긴다. 교사도 마찬가지다"라며 "이번 인천 사례도 노래방이든 PC방이든 학원에서든 수험 및 일상생활을 병행한 학생이 불특정한 경로로 걸린 것이다. 이러한 사례가 어디서든 또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단지 정부가 온라인교육의 성과를 교육부의 공으로 돌리고 자화자찬하는 식으로 안일하게 생각했다면 앞으로 코로나가 학교에서 어떻게 퍼지든 그 책임은 학교와 일선 교사들에게 돌릴 수도 있다"며 "이제부터 학교에서 코로나가 어떻게 퍼질지 두고 봐야 하고 위급한 상황이 연출되면 즉각적으로 전면 온라인 교육으로 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사태에 대해 "등교와 관련해서는 다른 어떠한 상황보다도 굉장히 예의주시하면서 긴장감을 갖고 대응하고 있다"며 "다만 산발적 감염 사례가 발생했다고 해서 지금 현 방역단계를 이전 수준의, 보다 강력한 사회적 거리 두기나 통제의 상황으로 바로 전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었다.

앞으로가 더 큰 문제다. 등교 중지에 따른 지역간 형평성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학생과 교사들의 안전이 최우선이다.

이태원 클럽발 이후 코로나 확산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어느 정도 예고된 수순이었다.

당장 인천시교육청은 이날 등교가 이뤄진 학교에 장학관·장학사·사무관을 1명씩 파견해 등교 때부터 급식시간까지 방역 실태를 점검했다.

정상적으로 등교를 마친 다른 학교들도 혹시 모를 감염 우려가 큰 가운데, 향후 학교에서 정부의 '생활 속 거리 두기' 방침이 뚫리지 않을지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