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의 독점' 타락 위험 경고…도덕적 해이·탈법·불법 감시 시스템 도입 필요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당선인과 그가 이사장으로 있던 정의기억연대(정의연) 등을 둘러싼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윤미향 당선인이 이끈 정의연의 공식 명칭은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이다. 

윤 당선인은 정의연의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도 이끌었다. 정의연과 정대협은 도덕적 우위를 바탕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줄기차게 제기해온 대표적인 여성 인권 단체이기에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각종 의혹은 참담함까지 들게 한다. 

정대협과 정의연 그리고 윤 당선인은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해명을 내놓았지만 앞뒤가 맞지 않아 거짓해명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정의연은 공익법인을 전문으로 하는 외부 회계기관을 통해 검증을 받겠다고 밝혔지만 의혹은 계속 터져 나오고 있다. 핵심은 막대한 기부금과 국고보조금을 사적으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의 특징은 내부고발로 문제가 알려졌다는 것이다. '일제시대 전시(戰時) 여성 인권 옹호'라는 권위를 독점하는 단체를 외부에서 비판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자칫하면 '친일'로 몰릴 수 있기에 모두가 몸을 사렸다. 

침묵을 깬 것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30년가까이 정대협, 정의연과 함께 인권을 위해 싸워온 이용수 할머니(92)였다. 할머니는 "수십년동안 정대협에 이용당했다, 학생들이 낸 성금이 어디에 쓰였는지도 모른다"며 '투명한 운영'을 촉구했다. 

   
▲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당선인과 그가 이사장으로 있던 정의기억연대(정의연) 등을 둘러싼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검찰은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로 불법행위를 밝혀 엄벌해야 한다. /사진=연합뉴스

정의연이나 정대협의 존재 기반을 송두리째 흔드는 외침이었다. 놀라운 것은 이런 내부고발이 전에도 있었다는 것이다. 2008년 별세한 심미자 할머니는 2006년 작성한 7000여쪽의 방대한 유언장에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피 빨아먹고 이를 팔아 긁어모은 후원금은 우리에게는 한 푼도 안 돌아왔다"며 "윤미향은 수십개 통장을 만들어 전 세계에서 후원금을 받아 부귀영화를 누리고 떵떵거렸다"고 했다. 

심 할머니는 2004년에도 33명의 할머니들과 함께 '위안부 두 번 울린 정대협 문닫아라'라는 제목의 성명을 냈다. 이 때문인지 몰라도 정대협은 2016년 국민 성금을 모아 세운 위안부 할머니 기림비에 심 할머니의 이름을 넣지 않았다. 정대협의 운영이 자의적이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번 사태에서 주목해야할 것은 이용수 할머니가 낸 메시지다. 할머니는 한일관계의 이정표가 '대화와 화해'임을 분명히 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증오와 상처만 가르치는 수요집회에 더 이상 참석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학생들이 귀한 돈과 시간을 쓰지만 수요집회는 증오와 상처만 가르친다"면서 "이제부터 올바른 역사 교육을 받은 한국과 일본의 젊은이들이 소통하고 왕래하면서 역사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말한 것이다. 우리는 피해자였던 할머니들의 뜻을 존중해야 한다.

이번 사태는 또한 감시와 비판, 견제가 없는 '권위의 독점'은 언제든 타락할 위험이 있다는 것을 다시한번 일깨워주었다. 정의연과 함께 대표적인 위안부 피해자 지원 단체인 '나눔의 집'에서도 후원금의 부적절한 사용 및 할머니 학대 의혹이 제기됐다. 나눔의 집 직원 7명은 "나눔의 집 소장 등이 후원금을 횡령하고 할머니를 학대했다"고 주장하며 운영진 측과 대치하고 있다. 안타깝고 부끄러운 일이다.

무더기 고발로 정의연 등에 대한 검찰의 강제 수사가 이미 시작됐다. 검찰은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로 불법행위를 밝혀 엄벌해야 한다. 정대협과 정의연, 나눔의 집 등은 시민단체의 권위는 공감과 책임 그리고 투명성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하고 작은 잘못이라도 있다면 바로잡아 본연의 목적을 거침없이 추구할 수 있는 한 차원 높은 시민단체로 거듭나야 한다. 

국가 전체적으로는 1만4000여개에 달한다는 공익법인의 도덕적 해이와 탈법, 불법행위를 감시할 수 있는 정교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공익법인은 국세청에 재무제표를 공시하도록 되어 있지만 '좋은 일을 한다'는 명분이 있는 데다 기부금 등 수입내역이 비과세여서 사실상 감시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었다. 

지금부터라도 최고의 투명성을 자랑할 수 있도록 쇄신해야 한다. 공익을 명분으로 잇속을 챙기는 일을 방치하면 최근 수십년간 발전해온 공적 영역에 대한 시민 참여의 토대는 하루 아침에 무너지고 만다.
[미디어펜=편집국]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