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참패 원인·향후 노선 두고 당내 시각 엇갈려
'극우보수' 절연해야 vs 지지층을 '꼴통'으로 매도
"패배주의 걷어내고 우파본류 회복하자" 목소리도
[미디어펜=손혜정 기자]미래통합당이 4.15 총선 참패 원인 분석과 이에 따른 향후 노선 방향을 두고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당내에서는 이른바 '강경보수'와 절연해야 한다는 '중도론'과 '보수우파'의 핵심 가치를 회복해야 한다는 '우파본류론'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총선 참패의 충격에 휩싸인 통합당은 당의 지향 가치에 대한 전면적인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양상이다. 지난 17~18일 이틀간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지도부와 유승민 의원, 초선 당선인들은 광주에서 열린 '5.18민주화 운동' 4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서쪽'으로 향했다.

이러한 통합당의 자세는 기념식 참석을 계기로 통합당이 속칭하는 '극우' 세력과 선을 긋는 동시에 '영남당' 이미지를 희석하려는 의지가 보이는 대목으로 평가받고 있다.

   
▲ 지난 18일 '광주'를 방문한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단./사진=미래통합당

아울러 당내에서는 참패 원인 분석과 통합당 회생론을 논하는 각종 토론회가 개최되고 있다. 통합당은 지난 15일 유의동·오신환 의원 주최로 개최한 세미나에 대표적인 '진보 논객'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를 초청하여 "(통합당은) 뇌가 없다"는 독설까지 들었다.

김무성 의원은 언론사 인터뷰에서 "극우 유튜버들은 조회수를 올려서 돈을 벌어먹기 위해 자극적인 말을 쏟아냈다"며 "이제는 보수 유튜버랑 싸우려 한다"고 선포하기도 했다.

김세연 의원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스팔트 우파와 절연 안 하면 당 회생이 불가하다"고 주장했으며 CBS 라디오에 출연해서도 "실제로 좀 그릇된 신념이 (보수진영에) 너무 뿌리 깊게 (박히게) 되는 과정에서 (극우 유튜브에) 그 역할이 분명히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선을 긋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초선 당선인 사이에서도 같은 기류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웅 통합당 당선인은 지난 18일 오후 당 미디어특별위원회가 주최한 '총선평가 및 미디어환경 분석' 세미나에서 발제자로 참석해 "세대교체가 없고 자극적인 이미지만 남았다"고 말했다. 당내에서 불거지고 있는 '세대교체론', '극우와의 절연'과 같은 연장선상에서 해법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일련의 분석이 '잘못된 처방'이라는 반대 목소리도 터져나오고 있다. 총선 참패에 결정적인 원인이었던 '공천'의 책임을 일부 '유튜버'에게 전가하고 핵심 지지층을 '극우'로 매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통합당은 도리어 '중도 외연 확장'을 위해 출범한 합당 정당으로서, 총선 승리를 위해 이른바 강경 보수와 선을 그었던 상태에서마저도 패배한 것이라는 평가다.

한 통합당 관계자는 '미디어펜'에 "김형오계 등이 공천을 받는 과정에서 수년간 지역 기반을 다져온 당협위원장이 경선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했다"며 각 지역 민심을 잃게 된 것이 총선 참패 원인이라고 토로했다.

   
▲ 박결 전 통합당 중앙선대위 청년위원장이 지난 19일 국회 소통관에서 "우파 본류를 회복해야 한다"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강효상 의원실

나아가 박결 전 통합당 중앙선대위원회 청년위원장은 지난 1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파의 본류를 회복해야 한다"며 "우리 당의 큰 문제는 정체성을 포기하고 좌클릭을 시도하려는 무능한 태도와 무기력한 자세"라고 중도론과 패배주의 타파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 전 위원장은 "'중도'는 어떠한 정치적 가치가 아니다", "목적도 의미도 없는 인위적인 통합이 결국 우리 당을 좌편향 세력의 놀이터로 전락시켰다", "중도층 공략을 명분으로 내세운 자들이 당권을 장악하기 위해 언론 플레이로 끊임없이 보수우파의 가치를 폄훼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재원 통합당 의원도 지난 8일 CBS 라디오에서 "참 우습게도 황교안 전 대표 시절에 통합만 하면 당연히 압승한다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는 분들이 모여서 기존의 승리한 지도부가 박수를 받으면서 새 출발을 할 수 있다는 그런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며 "너무 기가 막힌다"고 통탄했다.

강효상 의원도 '미디어펜'에 '유승민계 탈당파 및 중도세력과의 감동 없는 통합'과 '학살 공천', '무능한 리더십' 등을 통합당의 실패 요인으로 지적하며 어설픈 좌클릭에 대해선 "당을 장악하기 위한 불순한 의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의원은 "당이 색깔도 없이 인위적인 통합, 공감도 감동도 없는 정치공학적인 '야합'을 했다"며 이같은 결정엔 황교안 전 대표의 대권욕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로써 "당의 메시지가 완전히 사라졌다"며 "대여투쟁에 있어 당에 헌신과 기여도가 높은 인사들을 배제했고 전통적인 지지와 동력을 끌어내는 데도 실패했다"는 것이 강 의원의 지적이다.

그러면서 "총선 참패에 책임 있는 자들이 아주 극단적인 사례를 빌미로 기존 보수우파의 노선이 잘못됐다고 적반하장식으로 나온다"며 "뻔뻔스럽게 좌클릭을 논하는 것은 후안무치한 공세요 움직임"이라고 비판했다.

   
▲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지난 8일 신임 원내대표직에 선출되며 '수적 열세에 맞서는 '강한 야당'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사진=미래통합당

일각에서도 주호영 원내대표가 후보 당시 경선에서 주장했던 '강한 야당'은커녕 '어설픈 중도론'에 경도돼 도리어 견제력을 더 잃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 교수는 '미디어펜'에 "협치는 거대여당이 주장해야 하는 것이고 견제와 대안을 제시해야 할 약소야당이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지지하는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고 스스로 더불어민주당 2중대를 자처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또 다른 정치학 교수도 '미디어펜'에 "통합당은 이대로 좌파에서 두 걸음 차이로 따라다니는 행보로는 집권 불가"라며 "지금 야당은 버린 자식 치고 포기해야 할 판"이라고 한탄했다.
[미디어펜=손혜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