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위기에도 설비투자 28%·연구개발비 16%↑
판매 줄었지만 투자 늘려…연간 투자 계획도 유지될 전망
[미디어펜=김태우 기자]현대자동차그룹이 코로나19 이후의 미래를 위해 설비와 연구개발(R&D) 투자를 모두 늘리고 있다.

이는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현대차그룹 미래 계획과 맞물려 모빌리티솔루션 제공기업으로 변화하고 있는 그룹의 밑바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강화된 글로벌 환경규제에 따른 친환경차와 자율주행 분야의 적극적인 투자가 요구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동차 산업 위기를 활용해 글로벌 격차를 줄이고 새로운 분야 진출의 조기실현을 위한 노력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21일 현대자동차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사업장에서 6069억원을 시설과 설비투자에 투입했다. 지난해 1분기(4713억 원)보다 28% 늘어난 수치다.

특히 신차 출시가 예정돼 생산 설비 보완이 필요한 한국, 미국, 터키, 러시아 공장에 투자가 집중됐다. 현대차는 국내에서 올해 하반기 신형 투싼을 생산할 예정이고, 터키와 러시아에서도 각각 i20 하이브리드, 신형 솔라리스 생산을 앞두고 있다.

설비뿐 아니라 연구개발 투자도 늘렸다. 현대차는 1분기에 지난해보다 16% 증가한 6010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1분기 연구개발비 지출액은 2018년 4820억원, 2019년 5156억원 등으로 3년 연속 꾸준히 늘었다.

코로나19 여파로 현대차의 1분기 판매 성적표는 그리 좋지 못했다. 현대차는 1분기 글로벌 시장에서 지난해 1분기보다 11.6% 줄어든 90만3371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2011년 3분기 이후 처음으로 분기 판매량이 100만대 아래로 내려갔지만 투자 규모는 늘리며 팬데믹 이후에 대비하는 전략을 취했다.

국내의 경우 자동차 제조 후발국으로 자동차 관련기술과 함께 자율주행 분야의 기술력과 실증실험에 있어 글로벌 경쟁업체들과 비교해 격차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글로벌 완성차들의 기술개발이 정체기를 걷고 있는 만큼 이 기회를 살려 격차를 줄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현대차의 병참역할을 하고 있는 현대모비스 역시 전반적인 투자 규모를 확대했다. 현대모비스는 1분기에 1666억원을 설비 투자에 투입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728억원)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같은 기간 코로나19 여파로 영업이익은 26% 감소했지만 투자는 대폭 늘린 것이다.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완성차 업체가 생산에 차질을 빚기 시작한 건 3월부터다. 코로나19 여파의 적접적인 영향을 받지는 않은 것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본격적인 영향은 2분기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연간 투자계획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가 올 한 해 투자할 예정인 금액은 3조8270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투자액(3조6030억원)보다 소폭 늘어날 예정이다. 현대모비스도 지난해(1조3297억원)보다 많은 1조4256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는 앞서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신년사를 통해 밝힌 미래 계획과도 궤를 같이 한다. 미래 성장을 위해 그룹 총투자를 연간 20조원 규모로 크게 확대하고 향후 5년간 총 100조원 이상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전동화 시장의 리더십을 확고히 하기 위해 전용 플랫폼 개발과 핵심 전동화 부품의 경쟁력 강화를 바탕으로 2025년까지 11개의 전기차 전용 모델을 포함해 총 44개의 전동화 차량을 운영할 계획이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올해를 미래 시장에 대한 리더십 확보의 원년으로 삼았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전동화, 자율주행, 모빌리티 서비스 등 미래 시장 리더십을 가시화 하고 사업 전반에 걸친 체질 개선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동시에 '스타트업 창업가'와 같은 창의적 사고와 도전적 실행도 당부하며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는 현대차그룹의 미래를 그렸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그리는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44개 전동화 모델을 출시하고 자율주행분야 등의 모빌리티솔루션 제공기업으로 전환을 위해 전략적 협업 확대 등을 통해 기존과는 다른 모습의 현대차그룹으로 성장해나갈 것을 약속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실물경제 침체 및 수요 하락 영향이 2분기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돼 이에 따른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향후 글로벌 수요 회복 시점에 맞춰 빠른 회복이 가능하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한편 이항구 산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기업은 앞으로 다가올 회복기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부담이 되더라도 적극적인 R&D투자를 단행해야 된다"며 "정부는 이런 기업의 투자와 발맞춰 현재의 높아지는 환경규제에 대한 기한연장과 완화를 통해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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