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고객 자발적 보상 나섬과 동시에 조직개편 단행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지난 3월말 취임한 이영창 신한금융투자 대표가 ‘라임 사태’로 피해를 본 고객들에 대한 자발적 보상에 나서 업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조직개편안과 함께 발표된 이번 손실보상안은 잃어버린 대형 증권사로서의 신뢰를 회복함과 동시에 리스크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개편하려는 이 대표의 리더십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금투를 이끌고 있는 이영창 대표가 라임 사태로 위기에 빠진 회사의 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 20일 신한금투는 3200억원대 라임자산운용 펀드에 가입했다가 손해를 본 고객에게 최대 70%를 보상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날인 19일 이사회에서 확정된 ‘자발적 보상안’에 포함된 내용이다.

   
▲ 사진=신한금융투자


라임 사태와 관련된 펀드를 판매한 19개사 중 자발적 보상에 나선 회사로는 신영증권이 있었다. 신한금투는 전체로 보면 두 번째이자 대형사로는 최초로 자발적 보상에 나섰다. 신한금투는 1조 6000억원대 환매 사태를 빚은 라임펀드 판매사 중 증권사로는 최대 규모의 회사다.

자발적 보상 카드는 지난 3월 25일 ‘구원투수’로 투입된 이 대표의 경영전략으로 읽히는 측면도 있다. 1988년 대우증권에 입사해 도곡동지점장과 트레이딩사업부 딜링룸부장, IB사업부 PI본부장 등을 두루 거친 이 대표는 서울 도곡동지점장 재직 당시 실적이 ‘꼴찌’였던 지점을 전국 1등으로 만든 입지전적 인물이다. 

이후 고객중심 경영으로 자산관리(WM)분야에서 큰 성과를 거두면서 대우증권 사장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이와 같은 배경이 이번 라임 사태 수습에 이 대표가 ‘소환’된 맥락이다.

이번에 발표된 안을 보면 보상 대상 펀드는 라임 국내펀드(플루도 FI D-1호, 테티스 2호)와 무역금융펀드(플루토 TF-1호) 등이다. 국내펀드와 무역금융펀드 개방형은 30%(법인전문투자자는 20%), 무역금융펀드 폐쇄형은 70%(법인전문투자자는 50%)를 보상한다. 무역금융펀드 중 자발적 환매가 불가한 폐쇄형 펀드는 투자설명서에 대한 충실한 설명이 필요했는데도 설명이 미흡했던 점을 감안해 보상비율을 차등 적용했다.

신한금투의 라임 펀드 총 판매액은 3248억원이다. 금융회사 중 법인 대상 라임펀드 판매액이 2046억원으로 가장 많으며, 개인 판매액도 1202억원으로 세 번째다.

국내펀드는 손실액 기준으로, 회수율 등의 측정이 끝나지 않은 무역금융펀드는 원금을 기준으로 보상이 이뤄질 계획이다. 추후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 결과가 나오면 재정산이 진행된다. 이후 고객들과 합의과정을 거쳐 최종 보상금액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업계에서 자발적 보상에 쉽사리 나서지 못했던 이유는 법적 근거의 미비 때문이다. 금융사들의 선제적인 보상이 주주들 관점에선 배임 소지가 있는 것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에 보다 확실한 근거를 가지고 움직여야 한다는 게 중론이었다.

신한금투의 경우 내부적인 법률 검토를 면밀하게 거친 끝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역시 최근 은행들에게 ‘자율배상’ 방식으로 투자자에 대한 보상을 추진하도록 유도하고 있어 신한금투과 방향성이 일치한다.

한편 이 대표는 자발적 보상안과 함께 조직개편 카드도 함께 꺼냈다. 이번 개편안에 따르면 신탁부는 일정기간 신규 대체투자 상품공급을 중단한다.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사업부의 업무는 축소된다. 아울러 신규 사업보다는 주식대여, 자산보관 등 전문사모펀드에 대한 기본적인 서비스 제공업무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회사업무 관련 모든 리스크를 총체적으로 분석하고 체계화하는 ‘운영리스크 전담조직’이 신설되는 것도 특징적이다. 상품 운영체계 또한 재정비 과정을 거치게 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자발적 보상의 경우 단기적 실적악화 리스크를 감수하고 내린 결정이라는 점에서 과감한 경영적 판단”이라며 “이는 신한금투가 고객신뢰 회복을 그만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의미이며, 비슷한 입장에 있는 다른 금융사들의 판단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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