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인증서 사라지며 인증 시장 혼란 가중 전망…"과도기 짧을수록 혼란 줄어들 것"
[미디어펜=김하늘 기자] 21년만에 '공인인증서' 제도가 폐지되며 금융시스템 속 민간 전자서명 시장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그동안 공인인증서가 모든 금융사에서 공통적으로 사용돼 왔던만큼 과도기 시기 다양한 인증 방식이 난립한다면 오히려 금융소비자들 사이에서 혼란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전문가는 공인인증서를 대체해 모든 금융사의 인증 시스템을 아우를 수 있는 인증 방식 표준화 작업이 서둘러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사진=미디어펜


21일 국회는 전날 본회의를 열어 공인인증서를 폐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전자서명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해당 법으로 인해 1999년 도입된 뒤 시장 독점을 통해 서비스 혁신을 저해하고 사용자 불편을 낳는 공인인증서 제도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 것이다.

대신 정부는 모든 전자서명에 동등한 효력을 부여하고 다양한 전자서명수단을 활성화하는데 노력하겠다는 방침이다.

공인인증서 제도 폐지로 그동안 복잡했던 프로그램 설치 과정들과 본인 인증 절차는 해소될 것으로 보이지만 갑작스런 제도 변화에 예상되는 문제도 있다.

우선 각 금융사 별로 다양한 인증 방식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소비자들의 불편도 커질 가능성이 있다.

물론 법안 통과가 채 하루밖에 지나지 않아 당장 은행들이 별도의 시스템을 도입하거나 변경하는 등의 즉각적인 변화는 없겠지만 점진적으로 나아가는 방향에서 각 금융사의 통일된 방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대부분의 은행들은 자체적으로 인증 서비스를 개발해 온라인뱅킹에 활용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KB모바일인증서'를 출시했다. 

해당 서비스는 이용자의 신분을 인증한다는 점에서 기존 공인인증서와 용도가 같지만, 별도의 유효기간이 없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다만 KB모바일인증서는 KB손해보험을 비롯한 KB금융계열사 관련 업무에만 이용할 수 있다는 폐쇄성이 있다. 

기업은행도 6자리 비밀번호만으로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모바일뱅킹 앱인 'i-ONE(아이원)뱅크 2.0'을 출시했다.

은행권에서 공동으로 내놓은 블록체인 기반 사설인증서인 '뱅크사인'도 있다. 한 번 발급으로 여러 은행에서 사용할 수 있다. 

각 보험사들도 자체 공인인증 서비스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삼성화재는 자체 공인인증 서비스인 삼성PASS를 통해 ‘포스트 공인인증서 제도’를 준비하고 있다. 삼성PASS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내 탑재된 자체 앱으로 삼성화재 앱과 연동해 지문인식 등록을 지원한다.

현대해상은 공인인증방식과 바이오인증방식 두가지를 채택해 선택의 폭을 넓혔다. 실명인증과 휴대폰인증을 통해 바이오인증을 하면 앱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경제 전문가는 공인인증서 제도를 대체할 간편한 표준 인증 방식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 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과거 공인인증서 제도라는 가이드라인 있어 모든 금융기관 인증이 하나의 방식으로 통용됐었던 만큼 빠른 기간내에 금융업계에서 인증방식이 통합이 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더 큰 불편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며 "공인인증서 제도를 대체할 새로운 표준 인증 방식이 선정되면 각 금융사들 사이에서 인증 방식 쏠림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며 고 설명했다.

이어 "민간 전자서명 업체들의 다양한 인증 방식 각축전이 예상된다"며 "과도기가 길어지게 된다면 각 금융사별로 여러가지의 인증수단을 갖고 있어야 하는 불편함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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