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흥아해운, 1Q 손실폭 감소…대한해운은 당기순이익 172%↑
글로벌 선사들, 2Q 전망 '매우 부정적'…비용 절감 등 구조조정 나서
[미디어펜=박규빈 기자]해운업계의 적자 규모가 올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줄어든 가운데 글로벌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해 물동량이 큰 폭으로 감소해 유동성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2만4000TEU급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알헤시라스호./사진=HMM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HMM은 연결 기준 1분기 매출 1조3131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0.215%가량 줄었다. 그러나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 포괄 손실 등은 매우 큰 폭으로 줄어 고무적인 수치를 보여줬다.

실제 올해 1분기 HMM의 영업손실은 20억원으로, -1056억원이던 지난해 같은 분기의 1.91% 수준에 불과해졌다. 올해 1분기 당기순손실 역시 656억원으로 -1784억원이던 지난해 동분기의 36.75% 규모로 줄었다.

이는 배재훈 사장이 지난달 8일 4월호 HMM 사보 인터뷰에서 "올해 1분기에는 목표치를 넘는 실적을 거뒀다"고 밝힌 것과도 무관치 않아보인다. 

   
▲ 흥아해운 컨테이너선./사진=흥아해운


상장폐지 기로에 놓여있는 흥아해운도 작년 같은 기간보다 사정이 조금 나아졌다. 이 회사는 연결 기준 1분기 동안 69억원 가량 영업손실을 내 2019년 1분기보다 오히려 손실 폭이 4.7% 커졌으나, 당기순손실이 24억원으로 전년 동기비 64.27%로 집계됐다.

   
▲ 20만7000DWT급 대형벌크선 아스터호./사진=대한해운


대한해운은 굉장히 견조한 실적을 자랑하고 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306억원, 337억원으로 전년 동기비 소폭 감소했으나 당기순이익이 429억원으로 248억원이던 지난해 1분기 대비 무려 172%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대한해운 관계자는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한 벌크선과 탱커선 등 전용선 운용 비중이 증가했고, 비정기선은 상대적으로 줄인 덕분"이라며 "이 외에도 환율 변동폭이 컸던 점이 외화 환산 이익 등 호실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고 전했다.

   
▲ 덴마크 머스크·일본 K라인·독일 하파그-로이드 로고./사진=각 사


그러나 2분기 실적에 대한 업계의 전망은 그리 밝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글로벌 1위 선사 머스크는 2분기 컨테이너 선적 물량이 기존 대비 20~25% 가량 감소해 매출이 10억달러 정도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추가운임 하락을 막기 위해 임시결항(blank sailings)을 140회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머스크는 향후 실적 전망치 발표도 미룬다는 입장이다. 상각전 영업이익을 55억달러로 예측했던 머스크가 글로벌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불확실성이 커진데 따라 내놓은 방침이라는 분석이다.

일본 K라인은 올해 4월부터 내년 3월까지의 2020년도 회계연도 전망치를 발표하지 않겠다고 공지했다. K라인은 현재 수요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용선 선박 반환 등 구조조정을 검토 중이다. 또 K라인은 468척에 이르는 배 중 63%에 달하는 용선을 절반으로 감축한다는 계획을 고려 중이라는 게 해운업계 전언이다.

독일 하파그-로이드 역시 실적이 급격히 나빠질 것으로 보고 여러 비용 축소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국제 선사들이 이와 같이 미래를 어둡게 관측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선사들도 2분기 실적 풍파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해운업계의 주력 시장인 미주와 유럽 지역 수요가 2분기부터 뚝 떨어져 우리 해운사들도 각종 비용 절감 방책 찾기에 몰두할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한국해양진흥공사 혁신성장실 관계자는 "1분기에는 선사들이 코로나19 판데믹에도 불구하고 작년 말 체결한 운송 계약 덕분에 상대적으로 양호한 운임을 보여줬다"며 "유가 급락·유조선 시황 급등 등에 따른 효과로 실적이 선방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러나 2분기 이후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 경기 침체의 여파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컨테이너선은 선사들이 노선 감축을 확대하며 운임 하락을 방어하고 있으나, 노선 축소에 따른 수익성 감소는 피할 수 없고 컨테이너선 계선율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 중"이라고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건화물선 시황도 1분기 이후 선박 운항 원가 이하의 역사적 저점 수준을 이어가고 있어 수익성 악화가 점쳐진다"며 "유조선 시황도 1분기에 나타났던 원유 저장수요 특수가 사라짐에 따라 하락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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