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합판매 분리는 휴대폰 지원금 대폭 축소 초래...효과보다 논란만 부채질
단통법 논란이 뜨겁다. 단통법은 수백만 소비자들과 직접 맞닿는다는 점에서 정부의 시장개입 실패의 교과서적인 면을 보여주고 있다. 국회에서는 분리공시제를 도입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가 하면, 미래창조과학부는 보완책으로 요금제 개편과 보조금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시장에서는 거래 후 리베이트로서 고객에게 음성적 보조금을 넣어주는 페이백이 휴대폰 판매점 곳곳에서 연출되고 있다고 한다. 미디어펜은 국민에게 단통법에 대해 바로 알리고자 하는 취지로,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의 <단통법 제대로 이해하기> 전문을 향후 1주일간 8회에 걸쳐 게재한다.

[단통법 제대로 이해하기 7]-분리공시제는 반기업 정서만 부추겨

   
▲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

미창부가 제시하는 단통법의 목적 중 가장 중요한 입법목적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A. 지원금이 투명하게 공시되어 이용자들은 차별없이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가격공시제도)

B. 요금제에 따른 차별을 없게 하기 위해 고가요금제에 주는 지원금을 요금제에 비례해서 저가요금제에도 주도록 한다 (비례성 원칙)

C. 이통사의 번호이동이 아닌 재계약(기기변경이나 단순계약 갱신)에도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 혜택 (차별금지의 원칙)

그런데 미창부의 이러한 입법목적에도 불구하고, 단통법은 지난 한달간 소비자, 판매점, 제조사 모두에게 상당한 문제를 일으켜왔다. 이러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분리공시제 등을 대안으로 제안하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한계와 악영향이 뚜렷하다. 이제부터 그 경우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분리공시제도의 실효성

앞서의 글에서 설명한 대로 단통법의 가장 치명적인 결함은 가격공시제도 즉 사실상 고정 단일가격제와 단말기지원금을 모든 고객에게 강제화한 점이다. 이 제도가 존재하는 한 단말기보조금을 그 자금의 원천별로 따로 공시하든 별도로 공시하든 말든 이 공시제도 하에서는 가격경쟁을 할 수 없다는 면에서 아무런 차이가 없다. 다만 경제학이론에도 없는 “적정가격” 논쟁으로 반기업정서만 부추기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다.

   
▲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컨슈머워치의 '이동통신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폐지를 위한 소비자 1만명 서명운동'에서 시민들이 단통법 폐지에 찬성하는 서명을 하고 있다. 

소비자에게는 그 보조금이 어디서 나오든 본인이 지불하는 최종적인 실질가격만이 의사결정에 주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가격정보는 제조업의 글로벌경쟁에서 협상력을 크게 떨어뜨리는 악영향이 더욱 커진다는 것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단말기 완전자급제도의 실효성

이통사에게서 단말기 유통의 권한을 빼앗고 단말기 판매와 통신서비스 판매자를 분리하는 것이 타당하려면 (기존 사업자의 사업권을 뚜렷한 근거없이 금지하는 것이 재산권 침해라는 법률적 판단을 차치하더라도) 우선 결합판매가 요금인하를 억제하고 소비자후생을 침해하는 불공정행위를 한다는 판단이 전제되어야 한다.

하지만 단통법 이전에 이 결함판매에도 불구하고 “불법적이고 소모적인” 단말기보조금 경쟁을 한다고 정부와 일각에서 비난을 해왔었다. 그리고 단통법으로 그 경쟁이 급격하게 억제되었다. 즉 이 결합판매가 가격담합은 커녕 가격경쟁을 충분히 하고 있었다는 증거다. 그것을 차단하고 불법화한 것은 이전의 단말기보조금 규제와 현행 단통법이다. 따라서 이 결합판매의 해체의 논리적 근거가 존재하지 않는다.

결합판매의 분리는 이 제도를 지지하는 측의 기대와는 정반대로 단말기 지원금의 대폭적인 축소를 초래할 공산이 매우 크다. 현재 단말기 지원금의 상당부분이 이통사 측의 비용이다. 이는 소위 보조금 대란 중에 이통사들이 쓴 마케팅비용에서 자명하게 나타나고 있고 애플의 아이폰의 경우 그 보조금의 대부분을 이통사들이 지불하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 단통법 폐지에 앞장서고 있는 컨슈머워치의 삽화. 단통법 시행 후, 이통사들의 담합을 풍자하고 있다. 

Platform 사업의 특성상 기기(Platform)을 판매하고 나면 그 고객으로부터 지속적인 후속매출이 보장되는 경우 대부분 기기의 할인 및 무상제공을 통해 고객확보가 당연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형태는 면도기(면도날), 프린터(토너), 복사기(토너, 복사지), 게임기(게임) 등 많은 산업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스마트폰은 통신사로 볼때 기존의 피처폰에 비해 일인당매출액(ARPU: Average Revenue Per User)를 급격히 상승시키는 황금알을 낳는 닭이다. 그런데 이통사와 단말기유통을 분리하면 이통사는 이러한 지원금을 쓸 이유가 없어진다. 애플과 삼성전자와 같은 지배적 사업자는 그렇게 많은 마진과 리베이트를 제공할 이유가 없고 이들 지배적 사업자들의 이익률이 급격히 하락하는 추세를 보면 더욱 더 기기 유통사와 제조사가 많은 할인을 해줄 가능성은 낮다.

분리유통은 소비자들에게 많은 불편과 불이익을 초래할 가능성도 크다. 우선 One stop shopping과 service의 편익이 사라지게 된다. 그리고 디지털기기의 큰 추세는 융합이다. 맞춤형 융합서비스와 혁신을 저해하게 되는 문제점도 있다.

소비자의 선택이 줄어드는 것이 소비자후생의 향상을 가져오는 예는 흔하지 않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