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최근 불거진 대규모 환매중단 사태에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까지 겹치면서 국내에서 영업 중인 자산운용사들의 약 60%가 지난 1분기 무더기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규모가 큰 회사들의 경우 어려운 상황에서도 실적을 방어했지만 소규모 자산운용사들은 ‘생존’의 기로에 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기준 자산운용사 282곳의 당기순이익은 1856억원으로, 작년 1분기의 3043억원에 비해 무려 38.9% 급감했다. 아울러 최근 5년내 최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심지어 전체 자산운용사 중에서 절반이 넘는 158개사(56%)는 적자를 나타냈다.

   
▲ 사진=연합뉴스

 
자산운용사들의 실적 악화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에 최근 불거진 해외금리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및 라임자산운용의 펀드환매중단 사태가 겹친 탓으로 분석된다. 즉, 국내와 국외에서 커다란 악재가 동시에 터진 모양새다. 펀드시장에 대한 투자심리는 최근 급격하게 악화됐다.

금융당국은 지난 2월 비유동성 자산 투자비중이 50% 이상인 경우 개방형 펀드 설정을 금지하는 등 사모펀드 규제를 강화하며 이와 같은 경향에 속도를 붙였다. 이후 코로나19 사태가 심화된 지난 3월 한 달동안 펀드 순자산은 무려 45조 6641억원 빠져나갔다. 이는 금융투자협회가 관련 통계를 보유한 지난 2004년 1월 이후 월간 기준으로 최대 감소폭이었다.

사모펀드 시장 규모 역시 지난 3월말 413조 5067억원으로 연초 대비 2조 5612억원 줄어들었다. 공모펀드의 경우도 243조 7667억원에서 232조 6829억원으로 11조원 줄었다. 투자형태를 불문한 공·사모 펀드시장 전체가 타격을 입은 것이다.
 
이 가운데 업계 순이익 1위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지켰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 1분기 520억 5000만원의 순익을 올렸다. 순익은 전년(405억 6000만원) 대비 28.3% 올라 독보적인 성과를 나타냈다. 한편 운용자산 1위인 삼성자산운용의 순익은 143억 2000만원으로 전년 동기(142억6000만원) 대비 0.4% 상승에 머물렀다.
 
한화자산운용의 경우 순익이 절반가량 줄어들며 가장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올해 1분기 한화자산운용은 전년대비 무려 46.2% 급감한 28억원의 순익 실현에 그쳤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순이익은 58억원으로 전년동기(86억원) 대비 33.1% 줄었다. 한국금융지주 내 계열 운용사인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경우 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하기도 했다. 

이밖에 키움투자자산운용의 순익(39억원)으로 17.8% 줄었고, 케이비자산운용과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의 순익도 각각 108억원, 47억원으로 1년 전보다 16.7%, 14.7% 감소한 모습이다. 그나마 상위권의 회사들은 대부분 순익을 내기라도 했지만 영세한 규모의 자산운용사들의 상당수는 적자를 기록했다.
 
문제는 이와 같은 경향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아무도 쉽게 예상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상황은 대외적 상황과 투자자들의 심리적 측면이 모두 크게 악화된 모습”이라면서 “이와 같은 상황이 올해 계속 이어질 경우 상당수의 회사가 사업을 접게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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