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재정 역량 총동원할 때…불 끌 때 초기에 충분한 물 필요"
“재정, OECD국가 중 매우 건전…부처별 지출 구조조정도 병행”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대통령은 25일 “지금은 경제 전시 상황”이라면서 “전시재정을 편성한다는 각오로 정부의 재정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 1, 2차 추경을 뛰어넘는 3차 추경안을 신속하게 준비해달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2020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재정이 당면한 경제위기의 치료제이면서 포스트 코로나 이후 경제체질과 면역을 강화하는 백신 역할까지 해야한다”면서 “추경의 효과는 속도와 타이밍에 달려있는 만큼 새 국회에서 3차 추경안이 6월 중 처리될 수 있도록 잘 협조해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불을 끌 때도 초기에 충분한 물을 부어야 빠른 진화로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다”며 “IMF가 지금 과감한 재정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가까운 미래에 오히려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재정은 국가정책을 실현하는 직접적인 수단이다. 우리사회가 가야 할 방향과 목표를 담아야 하고, 경제 위기 국면에서는 국민의 고통을 해결하는 데 앞장서 역할을 해야 한다”며 “지금은 ‘누구를 위한 재정이며 무엇을 향한 재정인가?’라는 질문이 더욱 절박한 시점이다. 고용, 수출 등 실물경제의 위축이 본격화하고 있어 더 과감한 재정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3차 추경안의 신속한 준비 ▲고용안전망과 사회안전망 확충 ▲위기기업과 일자리 지원을 강조하면서 “경제위기 극복과 함께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한국판 뉴딜도 준비해야 한다. 디지털경제로의 전한을 앞서 준비하며 미래형 일자리를 만드는 디지털 뉴딜과 함께 환경친화적 일자리를 창출하는 그린뉴딜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의 토대를 만들겠다”고 했다.

아울러 “디지털경제시대의 일자리 변화에 대응해 복지제도를 확충하고 공정경제 개혁도 멈추지 않고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2020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청와대

이날 문 대통령은 현 경제 상항에 대해 “세계경제의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 IMF는 올해와 내년의 글로벌 GDP 손실 규모가 일본과 독일 경제를 합친 것보다 더 클 것이라고 전망한다”며 “대공황 이후 최악의 침체와 마이너스 성장으로 전세계 170개 이상 국가에서 1인당 소득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경제도 수출이 급감하는 가운데 항공 관광 외식업 등 서비스업 위축이 제조업 위기로 확산되고 있다. 취업자 수가 크게 감소해 고용 충격도 가시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벌써 전세계가 너나할 것 없이 재정을 총동원하고 있다. 이미 발표된 총재정지원 규모가 세계 GDP의 10%에 해당하는 9조달러에 달한다”며 “우리도 다섯 차례의 비상경제회의를 통해 중소상공인, 고용취약계층, 피해업종 기간산업 등에 총 250조원을 투입하는 특단의 결정을 내렸다. 우리 GDP의 13%에 해당하는 규모”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재정건전성 악화를 우려하는 의견도 있다. 재정당국도 그 점을 충분히 유념해주시기 바란다”면서 “하지만 지금의 심각한 위기 국면에서는 충분한 재정투입을 통해 빨리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성장률을 높여 재정건전성을 회복하는, 좀 더 긴 호흡의 재정 투자 선순환을 도모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것이 길게 볼 때 오히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의 악화를 막는 길”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 국가재정은 OECD국가들 가운데서도 매우 건전한 편이다. 지금 우리의 국가채무비율은 2차 추경까지 포함해서 41% 수준”이라며 “3차 추경까지 하더라도 110%에 달하는 OECD에 평균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또한 코로나에 대응하는 국가채무비율의 증가폭도 다른 주요국가들에 비해 오히려 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물론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을 함께 해내가야 한다. 불요불급한 지출을 과감히 줄여야 한다”며 “특히 내년 세계 여건도 녹록치 않을 것을 감안한, 뼈를 깎는 지출 구조조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부터 허리띠를 졸라매겠다. 코로나 이전과 이후의 상황이 매우 달라진 만큼 부처별로 지출 우선순위를 다시 원점에서 꼼꼼히 살펴서 지출 구조조정에 적극 협력해주기 바란다”며 “당에서도 활발히 의견을 내 주시고, 국회 논의도 잘 이끌어주실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국가재정전략회의는 대통령과 국무총리를 포함한 국무위원 전원이 참석하는 재정 분야 최고위급 의사결정회의로 2004년 첫 회의를 개최해 올해로 17번째 회의이다. 이번 회의는 정세균 국무총리, 홍남기 경제부총리 등 국무위원과 대통령 직속위원회 위원장, 청와대 및 여당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의 모두발언에 이어 홍남기 부총리가 위기 극복과 경제 도약을 위한 재정운용방향을 주제로 발제를 하고, 이어 참석자 간 토론이 진행됐다. 홍 부총리는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하는 한편 중장기적 재정 관리방향을 설명했다.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정부는 2020년 제3회 추경안, 내년도 예산안 및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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