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보수라는 말 안 쓰는 게 낫다" 당 정체성 대전환 예고
"기본소득제 선제적인 입장 표명 있을 듯" 이슈 선점 관건
당내, 논의 필요하지만 점진적으로 가야...신중론 목소리
[미디어펜=손혜정 기자]미래통합당이 이번 주 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공식 출범을 앞두고 당론과 정책 기조의 대대적인 '좌클릭'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 내정자의 첫번째 정책 의제로 '기본소득' 카드가 거론되고 있어 기존의 통합당 노선과는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통합당은 오는 27일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를 개최해 '8월 31일 전당대회' 조항을 당헌에서 삭제하고 비대위 임기를 내년 4월 7일 재보궐선거까지로 정하는 작업을 마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통합당은 '김종인 비대위' 출범과 미래한국당과의 합당 안건을 매듭지을 계획이다.

김 내정자는 비대위 구성과 활동 여건이 마련되는 대로 컨텐츠 선점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김세연 통합당 의원이 주장해온 '기본소득제' 등 좌파경제정책으로 당 노선을 선회하는 것도 전망되고 있다.

   
▲ 김종인 통합당 비대위원장 내정자(왼쪽)와 주호영 원내대표./사진=미래통합당

기본소득제는 국가가 모든 국민에게 소득 수준과는 상관없이 동일한 금액의 소득을 지원하는 것으로, 지난해 1월부터 핀란드가 기본소득 실험에 나섰다가 더이상 확대하지 않고 실험을 접기로 한 바 있다.

그러나 4.15 총선을 앞두고 코로나19 사태 여파가 커지자 기본소득 앞에 '재난'가 붙어 여야 모두 '재난기본소득 전 국민 지급' 에 공약 경쟁이 일어났다. 통합당은 당초 이를 두고 '매표 행위'라고 비판했었지만 김 내정자가 선거대책위원회 총괄을 맡으면서 노선이 달라졌다. 김 내정자는 소득 하위 70%에 재난지원금 지급을 주장한 정부안보다 나아가 100% 지급을 제안했었다.

이준석 전 통합당 최고위원은 지난 25일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김종인의) 기본소득제에 대한 선제적인 입장 표명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며 당초 여당의 노선이었던 '기본소득' 컨텐츠에 우위를 점해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 내정자도 이날 언론사와의 통화에서 기본소득은 진보·보수 문제가 아니라는 취지에서 "여건이 그런 것을 해야 된다는 여건이 되면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김 내정자는 "보수라는 말을 앞으로 안 쓰는 게 낫다"고까지 말해 통합당의 정체성을 대대적으로 전환할 것을 예고했다.

앞서 통합당 당선자들도 지난 21~22일 워크숍을 마치고 "익숙함과의 결별"을 선언하기로 했다고 결의한 바 있다. 이들은 "통합당은 이제까지의 익숙했던 것들과 결별을 선언한다"며 "'미래통합당'이라는 단어에서 떠올렸던 오늘 이 순간까지의 그 어떤 것도 더이상 우리의 것이 아니다"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또 통합당은 워크숍에 초청한 장경상 국가경영연구원 사무국장으로부터 "우파 진영의 핵심 가치인 반공과 안보, 성장 등에서 벗어나야 유권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조언을 듣기도 했다. 장 사무국장은 이 자리에서 '기본소득제' 노선을 제안했다.

송석준 통합당 정책위부의장은 26일 '미디어펜'에 "미래에 다가오는 환경 변화에 대해 전향적인 자세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며 기본소득 논의를 시작하는 데에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만 송 정책위부의장은 기본소득 논의가 사유재산제와 시장경제질서 기반의 대한민국 헌법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점진적인 토의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기본소득제라는 건 헌법 개정을 요할 정도로 근본적인 국가 시스템 변경을 가져올 수 있다"며 "치밀한 연구·분석·토론·합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통계청장 출신 유경준 통합당 당선자는 '미디어펜'에 "기본소득이란 재산·노동 유무와 상관없이 모든 국민에게 무조건적이고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것인데 한국에선 '기본소득'이 다양한 의미로 변형되거나 잘못 사용되고 있는 사례가 있다. 기본소득이 아닌 것도 기본소득이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하며 "인간존엄성을 높여 스스로 일하고자 하는 의지를 높이겠다는 목적이지만 증명된 사례는 아직까지 없다"고 설명했다.

   
▲ 통합당 당선자들이 22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당선자 워크숍 결과에 대한 선언문을 발표하며 '과거와의 결별'을 결의했다./사진=미래통합당

그러면서 유 당선자는 "재원 마련 없이 포퓰리스틱하게 가게된다면 우려스럽다"는 다소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추경호 정책위부의장도 앞서 언론사 인터뷰에서 재원 조달 방법과 근로자 노동 의욕 저하, 정책 실효성 등 종합적이고 고차원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며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한편, 김종인 비대위 출범에 대한 당내 비판론은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5선의 조경태 의원은 "우리 당이 너무 외부에 의존하는 모습이 버릇처럼 돼버렸다"며 "스스로 변화하고 강해지는 모습에 진정으로 당이 더 좋아진다"고 반대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3선의 장제원 의원도 지난 23일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는 스스로 혁신할 자격도 없다'라는 변명으로 80대 정치기술자 뒤에 숨었다"며 "'세대교체' '과거 단절' '젊은정당'을 외친지 하루만에 그것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분을 경륜이라는 포장지에 싸서 차기 대선과 내년 보궐선거까지 몽땅 외주를 줬다"고 비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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