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의사당 [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정치성향의 분포상 양극단에 있는 사람들이 소셜미디어를 주요 도구로 활용해 현실정치와 온라인 여론형성에 적극 참여하면서, 정치 양극화 현상이 더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7일 임원혁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이창근 연세대 교수·정세은 인하대 교수·최동욱 상명대 교수가 공동으로 내놓은 '한국의 여론양극화 양상과 기제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유권자 이념성향 등 설문조사나 실험 결과로 볼 때, 유권자의 여론 양극화 현상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엘리트(정치인) 양극화 지수(0~2, 양대 정당 간 평균 입장의 차이)가 17대 국회(2004∼2008년) 때 0.7에서 20대 국회 전반(2016∼2018년) 0.9로 높아진 것과는 결과가 달랐다.

보고서는 세계가치관조사(WVS)와 한국종합사회조사(KGSS) 자료를 이용, 유권자의 이념성향 분포 변화를 시계열로 분석한 결과에서도, 우리나라에서 여론 양극화가 진행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이념 성향 분포상 양극단 사람들이 지난 2014년에서 2018년 사이에 현실정치와 온라인의 여론형성 활동에 적극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전체적인 여론분포나 보수층과 진보층 간 시각차가 크게 변화하지 않았는데도 정치가 더 양극화된 것으로 보이는 이유로, '정치성향 분포상 양극단에 있는 사람들'을 지목하고, 전체 분포상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실제 정치적 영향력이 더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여론양극화 기제 중 인터넷 미디어(SNS와 인터넷 뉴스매체)가 여론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인터넷 미디어가 사용하는 표현은 편향성이 높으며 이용자의 이념 성향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미디어 패널자료 분석 결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노출된 이용자는 그렇지 않은 이용자보다 더 진보적인 방향으로, 인터넷 뉴스매체에 노출된 이용자는 더 보수적인 방향으로 이념 성향이 유의미하게 변화했다는 것.

매체가 편향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같은 이념성향을 가진 이용자가 동일 매체를 선별적으로 선택하는 경향이 심화되고 집단화될수록, 여론양극화가 더 진행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여론 양극화 방지를 위해 성별, 인종, 종교, 지역, 소득 등 사회경제적 요인에 의한 집단양극화가 심화하지 않도록 예방하고, 양극단에 있는 사람들이나 매체의 의견이 과대평가되지 않도록 여건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정치인이 극단적 지지자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에서 벗어나 전체 유권자 입장을 종합적으로 대변하도록, 선거와 정치자금 모금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사표 방지를 위해 유권자가 선호하는 순서대로 후보자를 표기하는 즉석 결선투표제 도입, 호주처럼 투표를 의무화하고 위반 시 벌금을 부과하는 방안, 정당 국고보조금 배분 때 일정 부분을 소액 다수 기부금 총액과 매칭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 볼 필요성이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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