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지나가는 광고판을 보고 들어와 가격을 묻고 나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에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시행된 지 한 달이 되어가고 있는 가운데, 휴대폰 매장을 운영하는 업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 용산 전자상가 내 아이파크몰에 위치한 휴대폰 매장들 모습.

지난달 31일 서울 강북구 성신여대 입구 역에 위치한 A대리점. 길가에 북적거리는 분위기와는 다르게 가게 안에는 손님을 한 명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고 몇몇 고객이 잠깐 들어왔지만 휴대폰 가격을 물어보고는 고민하는 표정도 없이 나가버렸다.

걱정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는 A대리점 주인 오모씨(35)는 “요즘 정말 힘들다. 손님이 70% 넘게 줄었다. 다른 가게들도 비슷한 상황”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뉴스에서 보조금이 적다고 이틀에 한 번씩 방송하고 있어서 고객들이 더 매장에 찾아오지 않는다”며 “정말 휴대폰을 살 수 밖에 없는 상황이거나 젊은 사람 중에 휴대폰 단말기 값에 크게 상관하지 않는 분들만 가끔 오신다”고 토로했다.

이동통신3사에서 고객 혜택을 강화한 새로운 요금제를 계속해서 출시했는데 이로 인해 가입률이 늘었느냐는 질문에는 “그건 잘 모르겠다. 우리 가게만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것 때문에 손님이 늘거나 요금제를 물어보는 손님이 있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휴대폰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전자 제품을 판매 유통하는 서울 용산 전자상가 내 아이파크몰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지나가는 외국인 손님이 신기한 듯 가격을 잠깐 물어볼 뿐 휴대폰 구매로까지는 이어지지 않기가 전부였다. 

이날 애플의 아이폰6와 아이폰6플러스 출시와 관련해 유통업체가 활기를 띠는 듯 보였지만 예약 광고 전단지만 화려하게 붙어 있을 뿐이었다.

아이파크몰에서 아이폰 예약 판매를 하는 B판매점 주인 김모씨(39)는 “아이폰 예약 하는 분들이 종종 있기는 했지만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며 “아이폰를 판매한다고 해서 마진이 많이 남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떤 매장에서는 아예 아이폰 예약을 받지 않는 곳도 있다. 또 너무 손님이 없고 힘드니깐 일부 매장에서 아이폰 예약금을 받는 곳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서울 성북구 미아동 주변에 있는 C판매점도 상황은 비슷했다. 매장에 들어가는 고객을 반가운 얼굴로 맞지만 그 한편에는 ‘또 가격만 물어보고 가는 건가?’라는 불안감이 섞인 표정이었다.

C판매점 주인 조모씨(52)는 “이번 달 수입이 100만원도 안된다. 미아점에 직원1명 광명점에 직원2명이 있는데, 이번 달 직원들 월급과 월세까지 하면 거의 1500만원 정도의 손해를 입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잠시 직원에게 고개를 돌린 그는 이내 “직원들 생각해서 조금 더 버텨보려고 하지만 사실 이대로 2~3달 지나면 상황이 어떻게 될지 정말 걱정이다”라며 심각한 우려를 보였다.

   
▲ 고객의 발걸음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 휴대폰 매장들.

서울 관악구 신림동 일대에서 휴대폰 업종에서 5년 넘게 종사한 D판매점 주인 김 모씨(36). 그는 “그동안 힘들게 대리점 직원으로 일해서 3개월 전에 내 가게를 오픈했다”고 말을 꺼냈다.

김씨는 “그런데 오픈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단통법이 시행돼 너무 힘들다”며 “아직 수입도 별로 없이 이런 상황이니 권리금, 보증금 전부 잃어버리게 생겼다”고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이어 “열심히 일했던 지난날들을 생각해서 좌절하면 안 돼지만 요즘은 너무 답답하다. 고생하고 있는 아내에게 너무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날 여러 휴대폰 판매점과 대리점을 둘러봤지만 가게 안에서 손님과 상담하는 모습이 보이는 곳은 별로 없었다. 또 아예 문을 열지 않은 곳이나 가게를 내놓은 곳도 종종 보였다.

휴대폰 판매업자들 대부분은 “누구나 똑같이 같은 가격에 사게 하려고 단통법을 도입했는데 결국은 모두 비싸게 휴대폰을 사는 상황”이라며 “판매자도 소비자도 모두에게 불이익이 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소비자들의 불만 역시 심각한 수준이다. 단통법 시행 이후 휴대폰을 구매한 신모씨(24·여)는 “휴대폰이 망가져 어쩔 수 없이 휴대폰을 구입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조금을 많이 받으려면 비싼 요금제를 사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보조금을 적게 받게 된다”며 “어쩔 수 없이 비싼 요금제로 결정했지만 휴대폰이 망가지지 않았다면 구매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단통법이 시행 대고 비판은 여론이 심하게 일자 이통3사가 보조금 확대를 포함한 위약제도 폐지, 가입비 폐지 등의 혜택 강화 방안을 내놓기 시작했지만, 휴대폰 판매점들은 이 방안들은 근본적인 대책이 아닌 임시변통일 뿐이라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미디어펜=이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