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경기가 불황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건설사들이 국책사업을 놓고 입찰담합을 하다가 적발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 뉴시스 자료사진

최근 공정거래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현재(9월말)까지 건설사에 부과한 입찰담합 과징금은 1조원에 육박한다.

대표적으로는 4대강 사업을 비롯해 4355억원의 역대 최고 과징금이 부과된 호남고속철도 , 지하철9호선 등 다양한 부문의 사업에서 수백억에서 수천억원대의 벌금이 부과됐다.

그러나 건설사의 사정에도 귀 기울여 본다면 이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생존을 위해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있다.

건설사들은 어려운 건설경제 속에서도 대규모 해외 수주 사업을 통해 영업이익이 흑자를 기록하는 등 선전했다.

그러나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건설산업 입찰담합 실태 및 발생원인’ 보고서에 따르면 과징금을 부과받은 59개사의 지난해 영업이익 총액(적자기업 실적 포함)은 561억원에 그치고 있다.

흑자규모가 미미하기 때문에 담합행위로 인한 과징금 규모가 경영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건설사들이 입찰담합의 끊을 놓치 못하는 이유는 발주처의 전문성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국책사업의 입찰제도가 대부분 품질과 기술력 경쟁보다는 국가 예산 절감을 목표로 가격 중심의 낙찰방식을 선호하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의도는 아니지만 기업을 상대로 ‘가격 후려치기’를 하며 갑의 횡포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최저가낙찰제의 경우 저가수주로 인해 건설사들의 최저수익이 확보되지 않기 때문에 입찰가격의 조정 유혹에 빠지기 쉽다.

턴키공사의 경우 입찰담합의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턴키방식이란 낙찰자가 공사의 전 과정에 참여하는 것으로 낙찰을 받지 못하게 되면 수백억원에 달하는 설계비를 날려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부담감도 입찰담합의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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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주도의 사업이라는 명목 하에 건설사들이 내키지 않는 사업임에도 입찰에 참가하다 보니 담합에 내몰릴 수 밖에 없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자칫 정부의 눈 밖에 나 기업활동에 제약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건설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입찰에 참가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기업친화적인 성향이 강했던 지난 이명박 정부 시절 국책사업에 뛰어들었던 대다수 건설사들이 최근 입찰담합 과징금 부과 판결을 받고 있는 사례는 이들이 등 떠밀려 사업에 참여했다는 사실을 유추해볼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입찰담합은 시장의 건전한 경쟁을 파고하고 특히 이러한 국책사업의 경우 국가 재정 낭비와 시설 이용자인 국민들에게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감소시키는 행위라는 점에서 근절되야 마땅하다"며 "그러나 정부는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사회 구성원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입찰제도의 근본적인 개혁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항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