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제공은 눈 감은 채 진실 왜곡·선동 보도로 치달아

   
▲ 이철영 굿소사이어티 이사
판교 테크노밸리 환풍구 붕괴사고 사고를 수사 중인 경기지방경찰청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환풍구 실험ㆍ감식 결과 용접 불량과 지지대 절단, 고정되지 않은 앵커볼트 등이 확인됐다”며, 환풍구 부실시공을 이유로 사건 관계자들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 사고는 아이돌그룹의 공연을 보려고 관중들이 환풍구 철제덮개 위로 몰려 올라가 덮개가 붕괴되면서 관람객 16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 당한 사고이다.

환풍구는 지하의 공기를 뽑아 올리는 공기배출구로서 사람들이 떼지어 올라가서는 안 되는 시설이다. 행인이 무심코 지나갈 수 있는 노면과 같은 높이로 설치된 환풍구도 아니고 허리 높이 이상으로 높게 올려 설치한 환풍구라면 더더욱 말할 나위도 없다.

따라서 수십 명의 사람이 일시에 몰려 올라갈 것을 전제로 설계나 시공이 안 되었다고 해서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부터 우선 따져봐야 할 일이다. 시공업체에 대해 설계대로 시공하지 않은 것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면 그건 이 사고와는 별개의 문제로 다뤄야 할 사안이다. 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 제공자는 환풍구덮개에 몰려 올라간 피해 당사자들 아닌가?

이 사고에 대한 책임 문제를 놓고 여야가 지자체장 책임이냐 안전행정부장관 책임이냐를 놓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 판교 환풍구 붕괴사고에 대한 일부 네티즌들의 무책임한 의견들을 여과없이 받아 들이는 언론의 태도가 또 다른 사회 안전망을 흔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야당은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시행령에 안전대책을 의무화하는 공연 기준을 3000명으로 규정(완화)한 점을 집중적으로 따졌지만, 설령 보다 엄격한 규정에 따라 몇 명의 안전요원이 배치되었다고 하더라도 공권력의 권위가 떼법 시위자들 발 밑에 뭉개지는 세상에 막무가내로 몰려드는 관중들을 막아낼 수 있었을 지도 의문이다.

이번 사고에 대해 언론은 앞다퉈 "판교 환풍구 부실시공 일부 확인, 와 대박...... 결국 또 부실시공이네", "판교 환풍구 부실시공 일부 확인, 무엇을 믿고 살아야 하나" 등의 일부 네티즌들의 무책임한 의견들만을 언급하면서 건설사의 부실시공 문제에 대해 호들갑을 떨고 있다. 경찰이나 언론이 사고의 책임을 만만한 시공회사의 불실 시공으로 돌리려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이 사고가 발생한 직후 JTBC 손석희 앵커는 사망자의 신원이 확인되기도 전에 "환풍구가 붕괴하면서 25명이 추락하는 대형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대부분이 안타깝게도 또 학생이었는데요……"라며 다분히 선동적인 보도를 했다.

뒤이어 첫 사망자 신원이 35세 남성으로 밝혀지자 헛소리로 허둥지둥 둘러대기까지 했다. 이번 사고 사상자에 중고등학생은 단 한 명도 없었고 가장 나이가 어린 사람이 20세 여성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언론이 개념이 없거나 편향된 시각으로 사실이 아니거나 왜곡된 보도를 쏟아내면서 언론의 특권만을 누리려 해서는 안 된다. 언론의 자유가 법으로 보장받고 언론이 국민들로부터 대접받는 이유는 국가와 사회가 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건전한 여론을 형성하는데 기여한다는 언론의 역할 때문이다.

시정잡배들처럼 개인적인 생각이나 개념 없는 헛소리를 쏟아내고 의도적으로 진실을 왜곡하거나 선동하려 드는 사람들이 언론인을 자처할 수 있는가? /이철영 재단법인 굿소사이어티 상임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