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책본부, 공식적 품목허가 아닌 특례수입
"공식 허가는 임상3상 끝난 이후 검토될 문제"
국내 제약사 중 13곳 치료제 개발 임상 진행 중
셀트리온, 세포주 개발중...7월 임상시험 목표
   

[미디어펜=김견희 기자]방역당국이 다국적 제약사 길리어드사이언스의 '렘데시비르'에 대해 특례수입 신청을 결정하면서 해당 약품이 국내 첫 코로나19 치료제로 쓰이게 됐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29일 코로나19 관련 정례 브리핑에서 "중앙임상위원회의 의견을 반영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렘데시비르의 해외의약품 특례수입을 신청하기로 했다"며 "이는 정식허가가 아닌 특례수입이다"고 밝혔다. 

정 본부장은 "식약처 분과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특례수입이 인정되면 해외의약품 수입 시 허가 신고 절차를 생략할 수 있는 조항이 있다"며 "생산량이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관계부처와의 협업을 통해 물량을 확보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실제 환자에 투약되는 시점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시기에 대한 언급은 어렵다"고 했다. 

방역당국은 특례수입 절차와 함께 렘데시비르의 투약 지침과 비용 등을 계획할 방침이다. 정 본부장은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임상시험에서 중증도 환자 대상 투약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한 상황이다"며 "일단 렘데시비르 치료 대상을 폐렴이 있으면서 산소치료가 필요한 중증 환자로 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특례수입이 허가되면 앞으로 코로나19 중증 환자에 에이즈 치료제 '칼레트라'와 더불어 렘데시비르도 치료제로 함께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코로나19 경증 환자에게는 증상을 완화하는 대증치료를, 중등도 이상 환자에게는 칼레트라 등이 처방돼 왔다. 렘데시비르는 길리어드사이언스가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하던 약물로, 바이러스 유전 물질의 복제를 막는 방식으로 체내에 작용한다. 아직까지 코로나19든 에볼라 치료제든 전세계에서 의약품으로 공식 허가를 받은 바는 없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국내보다 앞선 지난 1일 렘데시비르를 산소요법이 필요한 중증 코로나19 환자에게 투여할 수 있도록 긴급승인 조치를 취했다. 국내에서는 식약처가 지난 3월 길리어드에 임상3상 허가를 내줬으며 국립중앙의료원, 서울의료원, 경북대병원에서 실험이 진행돼 왔다. 

또 서울대병원은 미국 국립보건원(NIH) 협력기관 자격으로 임상에 참여해 참여해 해당 약품이 코로나19 환자의 치료 기간을 4일 정도 단축시킨다는 결과를 23일(한국시간)얻어냈다. NIH 임상시험은 코로나19 환자 1063명을 대상으로 이중맹검, 위약대조 방식으로 설계됐다. 총 10일간 렘데시비르 또는 위약을 투여했으며 렘데시비르 투약군이 환자들의 치료시간을 15일에서 11일로 단축하면서 약 31% 앞당겼음을 확인했다.

◇국내서 진행 중인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만 12건

국내에서 현재 진행 중인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은 총 12건으로 집계됐다. 가장 먼저 임상시험 승인을 획득한 곳은 길리어드사이언스의 '렘데시비르'이며 이어 국내 제약사인 부광약품, 엔지켐생명과학, 신풍제약 순이다.

길리어드사이언스가 신청한 임상3상 시험은 렘데시비르의 안전성 및 항바이러스 활성을 평가하기 위한 중등도 환자 모집에 한창이다. 이는 지난 23일 서울대병원이 NIH 협력기관으로 참여한 연구자 임상시험과는 별개다. 부광약품은 B염간염 치료제 '레보비르' 임상 2상 시험을 고려대 구로병원 등 전문병원 8곳에서 진행하고 있다. 신풍제약의 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는 강남세브란스 병원 등 4곳에서 내달부터 환자 모집에 착수한다. 엔지켐 생명과학 후보물질 'EC-18'은 미국 FDA 임상시험을 계획 중이다. 이 밖에도 이뮨메드는 코로나19 치료목적으로 사용승인을 받은 'HzVsF'에 대해 내달 임상2상을 신청할 계획이다.

셀트리온은 현재 코로나19 후보물질 발굴 작업을 마친 후 세포주 개발에 한창이며 7월 임상시험을 목표로 한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일정에 차질 없이 개발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GC녹십자는 후보물질 발굴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GC녹십자 관계자는 "코로나19에 한정하지 않은 코로나 바이러스 범용 백신을 개발하는 중이라 통상적으로 오래 걸리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확진자 수가 차츰 감소하면서 임상 환자 모집에 난항을 겪을 수 있어 임상시험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제약사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성공할 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은 시간 문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