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홍콩보안법 통과…트럼프, 홍콩특별대우 폐지 선언 “한국 포함 G7+4 정상회담 열자”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중국 우한에서 발병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전세계를 강타하면서 노골화되던 미중 갈등이 중국의 홍콩보안법 제정으로 신냉전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이 홍콩보안법 처리를 막기 위해 홍콩에 부여해온 경제·무역 특별지위를 박탈할 수 있다는 초강경 카드까지 꺼내들고 경고했지만 중국은 28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연례회의 마지막 날인 압도적인 찬성으로 이 법을 통과시켰다.

홍콩보안법은 홍콩에 정보기관을 세워 반중국 행위를 막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외국세력의 홍콩 내정 개입과 국가 분열, 정권 전복, 테러리즈 활동 등을 금지 및 처벌하고 홍콩 내에 이를 집행할 기관을 수립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이 법을 홍콩의 헌법인 기본법 부칙에 삽입해 시행할 계획으로 이 법이 시행되면 반중 시위 등에 참여하는 사람은 최고 30년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즉각 대중국 초강력 제재를 무더기로 발표하면서 중국을 최대한으로 압박하는 조치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브리핑을 열고 관세 및 무비자 입국을 포한한 홍콩에 대한 모든 특별대우를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홍콩보안법 제정에 관여한 중국·홍콩 관리를 제재하고, 미국 과학기술 보호를 위해 중국군과 연계된 유학생 입국도 차단하기로 했으며, 중국이 완전히 장악한 세계보건기구(WHO)와 관계를 종료한다며 탈퇴도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홍콩은 더 이상 1997년 반환 이후 우리가 제공한 특별대우를 보증할 충분한 자치를 못 한다”며 “중국은 ‘일국양제’ 약속을 일국 체제로 대체했다. 나는 행정부에 홍콩에 (중국과) 다른 특별대우를 제공했던 정책 면제를 박탈하는 절차를 시작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홍콩과 범죄인 인도 중단, 민감한 기술 접근도 금지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홍콩과 별도로) 중국정부는 오랫동안 우리의 많은 산업기밀을 훔치는 불법 스파이 행위를 저질렀다”며 “우리 핵심 대학과 연구소를 보호하기 위해 잠재적 보안위협이 있다고 판단되는 일정한 중국인의 입국을 중단하는 포고문도 발령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인민해방군을 현대화하는 '민군융합' 추진 대학·연구기관 소속이거나, 이들 기관에서 연구한 뒤 미국에 입국한 중국인 유학생과 연구원 최소 3000여명도 추방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최고의 미 금융시스템과 미국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미 금융시장에 상장한 중국 기업의 다른 관행에 관한 연구를 지시했다”고 말해, 분식회계 등 위험을 안고 있는 중국 회사의 잠재적 퇴출 가능성도 예고했다.

   
▲ 왼쪽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우한 바이러스 은폐는 전세계 확산과 글로벌 팬데믹을 부추겨 10만명의 미국인 목숨을 앗아갔다”며 WHO 탈퇴도 선언했다. 그는 “중국이 WHO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며 “WHO가 필요한 개혁을 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에 우리는 WHO와 관계를 끊고, 자금을 전 세계 다른 긴급한 공중보건 수요를 충족하는 데 쓸 것”이라고도 말했다.

앞서 미국정부가 홍콩보안법이 제정될 경우 홍콩의 자치에 ‘죽음의 조종(弔鐘)’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 대로 트럼프 대통령은 홍콩에 부여했던 특별대우를 없애는 절차를 시작하겠다고 선언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언제 하겠다는 말은 없어서 실제로 시행될지 전망이 엇갈린다. 특히 미국 증시 등 금융시장이 반응하지 않은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경제에 미칠 부작용과 11월 대선 등을 감안해 당분간 시간을 벌어놓고 제재 수위를 조절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 미중 1단계 무역합의 파기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따른 안도감이 작용해 뉴욕증시는 오히려 막판 급반등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최대한 압박하면서도 파국을 피하기 위한 계산된 접근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중국은 홍콩보안법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내정간섭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 26일 중국군과 무장 경찰부대 대표단이 참석한 전인대 전체회의에서 “훈련과 전쟁 대비를 전면 강화하고 국가 주권과 안보, 발전 이익을 결연히 지키며 국가전략 전반의 안정을 수호해야 한다”며 홍콩·대만 등과 관련된 민감한 문제에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보안법에 대한 정면 대응보다 ‘반중 경제네트워크’를 먼저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가 30일 중국 문제를 논의하고 싶다며 확대 G7정상회의를 9월로 연기해 열겠다고 발표하면서다. 특히 그는 이 회의에 한국을 포함해 호주, 러시아, 인도 등 4개국을 초청하고 싶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열린 미국의 첫 민간 유인우주선 발사 현장을 방문한 뒤 백악관으로 돌아오는 전용기에서 기자들에게 “현재의 G7 형식은 매우 구식의 국가그룹이라면서 한국과 호주, 러시아, 인도 등 4개국을 초청하고 싶다”고 말했다.

기존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일본이라는 G7에 한국을 포함한 G11이라는 새로운 선진국 클럽 탄생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관측 속에서 우리나라 글로벌 위상이 높아졌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증폭되는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문제를 논의하고 싶다며 한국을 불렀다는 점에서 신냉전 갈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앞서 미국이 코로나19 사태의 원흉으로 중국을 맹비난하면서 ‘반중 경제네트워크’로 불리는 경제번영네트워크(EPN)을 결성해 중국을 글로벌 가치 공급망에서 배제하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 G7으로 구축된 강대국 질서를 중국을 견제하고 압박하기 위해 재편하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볼 수 있어 한국에 ‘줄서기’가 강요될 경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미국으로부터 사전에 통보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앞으로 미국 측과 협의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31일 트럼프 대통령의 G7정상회의에 한국을 초청하고 싶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보도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다”며 “앞으로 미국 측과 협의해 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G7정상회의에 참석해달라는 내용의 사전 요청이 있었나’라는 질문에 ”사전에 통보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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