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건정성 악화...지분매각·부분민영화로 지배구조개선 서둘러야

(사)시대정신(대표 이재교)은 최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공기업 개혁, 이렇게 하자'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시대정신은 공기업 개혁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도록 지난 6월부터 연구활동을 진행해 왔다. 이번 토론회는 그 간의 연구 성과를 공유하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논의하는 자리의 일환으로 열렸다. 박경귀 한국정책연구원장의 사회로 홍형득 강원대 행정학과 교수, 권혁철 자유기업센터 소장, 김영신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이 각각 주제발표를 맡고 김종석 홍익대 경영대학장, 남성일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현진권 자유경제원장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이 글은 제3주제 발표자인 김영신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의 ‘공기업 재정건전성 제고를 위한 개혁방안’에 대한 발표 내용 전문이다.

I. 서론

근년에 가을 정기국회 국정감사 때마다 공기업의 부채와 방만 경영 문제가 화두가 되고 있다. 공기업 부채규모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과연 우리 사회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지에 대한 우려가 증폭된다. 2013년 말 기준 공기업을 포함한 공공기관의 부채는 약 523조원으로 이미 국가채무 482조원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발생주의 기준 비금융공기업 부채는 약 374조원이다.

더욱이 최근 5년 동안 공공기관의 부채가 약 244조원 늘어나는 등 증가 추세가 매우 빠르다. 특히 공기업의 부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이자비용 부담이 크게 증가하는 등 전반적 부채관리가 미흡하여 공기업의 재무건전성이 크게 악화되었다. 이에 2013년 말 정부는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공기업 부채 축소 등 공공기관 개혁을 추진하고 있지만, 가시적 효과가 크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부채의 규모가 크거나 최근 부채가 급속하게 증가한 주요 공기업의 재무상황을 점검하고 재정건전성을 회복할 수 있는 근본적인 개혁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II. 주요 공기업 재무 현황

1. 주요 공기업 부채 현황

본 절에서는 기획재정부에서 관리하는 비금융 공기업의 자산, 부채, 자본 등 주요 경영지표를 점검하고 공기업의 재무현황을 분석하고자 한다. 2013년 기준 중앙정부가 관리하는 공기업은 30개로 이 중 시장형 공기업은 14개, 준시장형 공기업은 16개이다. 이 외에도 준정부기관 87개, 기타 공공기관 178개를 포함한다면 총 295개의 공공기관이 있다.

   
 
지난 해 말 정부가 공공부문 개혁을 추진하면서 부채규모뿐만 아니라 부채 증가속도를 고려하여 부채로 인한 위험성이 큰 공기업 12개(대한석탄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석유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철도공사, 한국철도시설공단, 한국도로공사, 한국수자원공사)를 선정하였는데, 본고에서는 이들 공기업을 대상으로 중점적으로 분석할 것이다. 예금보험공사와 한국장학재단 등 금융공기업은 국제결제은행(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 BIS)기준의 충족여부가 관건이므로 본고의 분석대상에서 제외한다.
 

주요 10개 공기업의 부채는 1997년 59.4조원이었는데 2013년 380.5조원으로 16년 동안 약 6.5배 증가하였다.

특히 한국토지주택공사의 부채는 142.3조원으로 부채규모가 가장 크고, 한국전력공사의 부채 104조 원으로 뒤를 이었다. 주요 10개 공기업의 GDP대비 부채비율은 1997년 약 12%에서 2012년 30%로 크게 증가하였다.

   
 
   
 
특히 금융부채의 급속한 증가는 이자비용 부담을 가중시켜 공기업의 경영에 큰 제약요인이 된다. 2013년 기준, 10개 주요 공기업의 금융부채는 약 274조원으로 전체 비금융 공공기관 부채의 97%를 차지한다. 금융부채에 따른 이자비용은 대략 7~12조원으로 추산되며, 특히 한국도로공사(94%)와 대한석탄공사(95%)의 금융부채 비중은 90%를 초과하여 매우 높은 수준이다.
 

또한 자산대비 차입금의존도가 높은 것도 공기업 경영에 부담요인이다. 2005년 평균 35%였던 10개 주요 공기업의 자산대비 차입금의존도가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2012년에는 약 50%를 나타낸다. 일반적으로 자산대비 차입금의존도가 30%를 초과할 경우 재무건전성이 위험해질 수 있는 수준이라고 판단된다.

대한석탄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철도공사, 한국철도시설공단, 한국광물자원공사 등 6개 기업은 차입금의존도가 50%를 초과하기 때문에 재무건전성이 불안하다고 볼 수 있다.

2. 공기업과 민간기업과의 재무성과 비교

주요 공기업의 부채를 포함한 재무상태를 평가하기 위하여 민간기업의 재무현황과 비교해 보았다. 주요 재무지표로 매출액영업이익률, 이자보상비율, 차입금의존도, EBITDA/총차입금, 현금비율, 부채비율 등을 비교해 본다. 민간기업의 재무성과는 한국은행에서 해마다 발간하는 「기업경영분석」에서 2013년 전산업(종합)과 대기업의 재무지표 평균치를 이용하였다.


먼저, 기업의 수익성 지표인 매출액영업이익률을 보면, 주요 공기업 평균은 3.2%, 전산업(대기업) 평균은 약 4.7%, 제조업(대기업)은 5.6%를 나타내고 있다. 공기업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전산업(종합)의 매출액영업이익률 4.1%보다도 낮다.
 

이자보상비율의 경우, 전산업(대기업) 평균은 298.3%, 제조업(대기업) 평균은 675.0%로 안정적인데 비해 주요 공기업은 81.7%로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대한석탄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한국전력공사, 한국철도공사 등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고 한국철도시설공단의 경우에도 100% 미만이다.
한편, 자기자본대비 차입금의존도에 관해서 주요 공기업은 177.2%, 전산업(대기업) 평균은 31.5%, 제조업(대기업)은 24.5%를 나타낸 것으로 보아 공기업은 차입경영에 크게 의존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금비율을 보면, 주요 공기업 평균은 10.8%로 민간 전산업(대기업) 평균13.8%, 제조업(대기업)은 평균은 약 14.2%보다 낮은 수준이다. 그러므로 공기업은 유동성 문제에 직면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마지막으로 부채비율을 살펴보면, 주요 공기업의 부채비율 평균은 252.9%로 전산업(대기업) 평균 133.5%, 제조업(대기업) 평균 77.5%보다 매우 높은 수준이다. 부채규모 매우 클 뿐만 아니라 이처럼 높은 수준의 부채비율이 공기업의 재무건전성을 회복하는 데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주: ‘주요 공기업’은 정부가 2013년 말 지정한 중점관리대상 10개 비금융공기업임. 공기업 연결재무제표 기준이고 KISLINE과 한국은행 2013년 기업경영분석 자료를 이용하여 저자가 계산(매출액영업이익률=100*영업이익/매출액, 이자보상비율=100*영업이익/금융비용(이자비용), 현금비율=100*현금예금/유동부채, 부채비율=100*부채/자본)
a)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자료가 없어 산정에서 제외됨.
b) 한국석탄공사는 자본잠식상태이고,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자료가 없어 산정에서 제외됨.
공기업과 민간기업과의 재무상황을 종합해 보면, 주요 공기업의 재무건전성은 민간기업에 비해 매우 열악한 상황이고 개선가능성이 쉽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3. 공기업과 민영화기업의 부채비율 추세 비교

공기업 부채가 과도하게 급증했다는 것은 공기업에서 민영화된 기업들의 재무성과를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는데, 특히 부채관리에서 두드러진다. 유사한 추세를 보였던 분석대상 공기업의 부채비율은 2000년대 초반 이후 급격하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으나, 민영화기업은 민영화를 통해 부채비율이 안정적 추세를 나타냈다. (그림 1 참고).

   
 
일반적으로 기업 부채비율의 변화는 기업의 성장성 및 수익성의 변화와 관련될 수 있다. 기업의 매출액 증가와 영업이익의 향상은 부채비율을 개선시킬 수 있다. 과거 주요 공기업의 수익성은 민영화기업보다 높았다. 그러나 2000년을 지나면서 추세가 반대로 바뀌었다.

공기업의 수익성은 2004-2005년을 제외하고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에 있다. 한편, 민영화기업의 수익성은 민영화 이후 2009년까지 크게 증가하다가 이후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공기업의 수익성보다는 여전히 높은 추세에 있다.
 

그런데 공기업과 민영화기업의 부채비율의 상반된 추세에 관해 기업의 재무성과 등 경제적 요인뿐만 아니라 비경제적 요인도 작용할 수 있다.

4. 공기업의 부채 증가 및 재무상황 악화 요인

공기업의 부채가 증가한 원인은 주로 공기업이 정치적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는 점에 기인한다. 경기부양 등의 목적으로 정부의 국책사업을 대행하거나, 물가안정 등의 목적으로 공공요금이 통제되어 수익성이 악화되고 공기업의 부채가 증가하였다. 동시에 공기업 내부적으로도 고유산업의 확장이나 방만경영 등 공기업 스스로 부채감축이나 재무의 유인이 약해 재무상황이 더욱 악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공기업의 부채가 크게 증가한 것은 지배구조상 공기업의 경영활동이 정치적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에 면밀한 검토 없이 이루어진 정부의 국책사업을 대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의 경우에는 신도시 개발, 국민임대주택 건설, 세종시 및 혁신도시개발, 보금자리주택 건설 등 정부의 국책사업 추진과정에서 부채 증가속도가 빨랐다. 한국수자원공사의 부채 증가는 2008년 이후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부채발생이 매우 크게 작용하였다. 또한 공기업이 제공하는 공공서비스 요금이 정부의 물가관리 차원에서 통제되어 부채가 누적되었다.

요금 인상에 대해 정치권과 정부의 영향이 한국전력공사의 전기요금, 한국가스공사의 가스요금, 한국도로공사의 고속도로통행료, 한국수자원공사의 수도요금, 코레일의 철도요금 등을 왜곡시켰다. 결국 제 때 요금인상이 이루어지지 못해 영업이익이 훼손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공기업은 조직의 규모를 키우려는 속성이 있는데다가 연성예산제약으로 고유사업을 무리하게 확장하거나 해외투자를 증대하는 과정에서 부채가 발생했다. 한국광물자원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석유공사는 해외자원개발을 명분으로 무리하게 탐사·개발에 참여하거나 해외기업을 인수하여 적지 않은 손해를 보았다. 게다가 국회의 감시를 우회하는 방법으로 과다한 공채 발행을 통해 재원조달을 했다. 이로 인해 금융부채가 증가하여 이자가 이자를 낳는 악순환의 상황에 직면하는 기업도 발생했다.
 

마지막으로 공기업의 부채가 증가한 원인으로 방만한 경영활동을 들 수 있다. 공기업은 암묵적 정부보증으로 인해 파산에 대한 두려움이 없기 때문이라고 민간에 비해 효율적이지 못한 경영활동을 지속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한국철도공사는 과다한 인건비 비중이 부채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였다.

공기업의 사업 입찰 및 계약과정에서의 재량권과 불투명성으로 인해 각종 부실과 비리가 발생하였으며, 공기업 임직원의 성과급 및 복리 후생비 등을 과도하게 지급하였다. 경조금 지원, 과도한 교육비, 의료비, 퇴직금 지원, 과다한 특별휴가, 느슨한 복무행태, 현대판 음서제 등의 다양한 사례가 있다.

III. 공기업 재정건전성 제고 방안 논의

1. 공기업의 부채상환 능력 점검

이번 절에서는 주요 공기업이 가지고 있는 부채를 공기업 스스로 상환하여 감축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 점검해 보고자 한다. 주요 공기업의 최근 3년간 부채상환계수, 이자보상비율(%), 총차입금/EBITDA에 대한 재무지표를 개별 및 연결기준으로 살펴본다. <표 4>는 주요 공기업 부채상환능력을 나타내고 있다.
우선 부채상환계수(DSCR: Debt-Service Coverage Ratio)는 기업이 영업활동 등으로 벌어들인 현금을 가지고 단기부채를 어느 정도 상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이다.

부채상환계수가 80%이상이면 양호하다고 볼 수 있고 20%이하면 불량이라고 할 수 있다. <표 4>에서 주요 공기업의 부채상환계수가 대부분 80이하로 나타난 것으로 보아 공기업이 정상적인 기업활동으로 부채를 감축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2013년 기준 한국전력공사의 부채상환계수는 69.35%, 한국수자원공사는 45.76% 등 부채상환계수가 높지 않다. 대한석탄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철도공사, 한국철도시설공단 등은 20% 이하로 위험한 수준이다.
 

두 번째로 공기업의 이자보상비율을 점검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이자보상비율이 100%보다 낮은 공기업들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조차 충당하기도 어렵다고 볼 수 있다. 대한석탄공사와 한국광물자원공사, 한국철도공사는 최근 2년 동안 영업적자를 보고 있으며, 한국전력공사의 경우 2013년에 흑자로 돌아섰으나, 여전히 이자보상배율이 17.24%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마지막으로 총차입금/EBITDA는 기업의 영업이익으로 원금을 상활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이다. 총차입금/EBITDA 비율이 7.5배 이상인 경우에는 원금상환위험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2년 기준, 대한석탄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한국철도공사, 한국철도시설공단,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수자원공사, 한국도로공사 등이 7.5를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술한 결과로 볼 때 자본잠식 상태인 대한석탄공사를 포함한 주요 공기업이 기존의 부채를 상환할 능력은 매우 낮다고 볼 수 있다.

주요 공기업의 부채상환능력을 나타내는 부채상환계수, 이자보상비율(%), 총차입금/EBITDA 등을 살펴본 결과 부채문제가 시급한 위험공기업과 준위험공기업으로 구분해 볼 수 있겠다. <표 5>에서 기업의 부채상환능력을 나타내는 지표 세 가지 모두가 ‘불량’으로 판단되는 경우 ‘부채상환 위험수준 공기업’으로 분류하였다.

   
 
부채상환능력이 저하된 공기업을 중심으로 정부가 직간접적인 지원을 하지만 실제로 이들 공기업이 자력으로 부채의 굴레에서 벗어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공공기관을 지원하는 형태는 출연금, 보조금, 융자금, 기타정부로부터 이전 수입 등이 있다.

2012년 기준, 정부가 공공기관에 지원한 금액은 32조원이었으나 2013년에는 43조원으로 증가하였다. 정부가 공기업을 포함한 공공기관에게 지원하는 예산이 증가하지만 부채규모를 감축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2. 공기업 재정건전성 제고 방안

(1) 『경제혁신 3개년 계획』 공공부문 부채관리 강화

정부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세부 실행과제로써 공공기관 부채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 조성을 추진한다. 주요 공기업의 비율을 2017년까지 200%수준(2013년 239% 잠정)으로 관리목표이고, 과도한 복리후생 및 방만 경영 공공기관의 정상화를 유도하기 위해 공공기관 스스로 정상화 계획을 마련하고 이행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 제시하였다. 공공기관 발행채권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공사채 발행 총량 관리제’를 도입하고, 구분회계제도를 도입·확대하였다.
 

그런데 단기간에 공기업의 자산매각이 용이하지 않은 상황이고, M&A 또는 해외투자를 통한 해외사업 조정도 녹록치 않다. 시간에 쫓겨 급하게 자산을 매각하여 제값을 받지 못할 경우 ‘헐값 매각’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 공기업 부채가 증가하는 기간에 늘어난 공기업의 자회사도 정리할 필요성이 있다. 대부분의 자회사가 공기업의 핵심사업과 크게 관련이 많지 않은 가운데 사업확장수단으로 이용하였다.

2014년 기준 30개 공기업의 출자지분을 가지고 있는 기업은 약 412개이다.

최근 공기업 부채발생 원인별로 재무상황을 객관적으로 진단할 수 있는 구분회계제도를 도입함으로써 보다 철저한 부채관리가 가능해지지만 기존부채감축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2013년에 한구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철도공사, 한국수자원공사, 예금보험공사,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7개 기업에 시범적으로 도입을 완료했으며, 2014년에는 한국도로공사, 한국철도공사, 한국석유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대한석탄공사, 한국장학재단으로 확대 시행하였다.
 

정부는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예비타당성조사 기준을 보다 구체화해서 예비타당성조사제도 운영을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운용할 계획이지만 실효성이 의심된다. 민간전문가들이 ‘예타’면제사업에 대한 적정성을 검토하는 등 평가방식을 개선한다고 하더라도 민간전문가 선정도 결국 주무부처를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완전한 객관성을 담보하기 쉽지 않다.

정부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바탕으로 한 실행상황을 종합해보면, 공기업 자체적으로 사업구조조정, 자산 매각, 복리후생 감축 등의 경영 쇄신을 통한 부채를 감축시키고자 하나 실제 부채가 줄어들 가능성은 높지 않다.

(2) 공기업 부채를 일반정부부채로 포함하여 관리하는 방안

공기업 부채를 감축하여 재정건전성을 제고하는 방안의 하나로서 공기업 부채를 정부부채로 포함하여 투명하게 관리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공기업 부채비율 증가의 주요 원인은 공기업 부채가 예산외(off-budget)로 분류되어 공기업 경영의 투명성과 독립성이 훼손됐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국가채무 산정에 145개 공공기관의 부채뿐만 아니라 공기업의 부채도 반영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일반예산(on-budget)에서 다뤄지는 정부부채는 국회의 감시를 받기 때문에 공기업 부채도 정부부채에 포함될 경우 보다 투명하게 관리될 것이다.

예를 들어, 국회 내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공기업의 부채문제를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중장기적 재무관리 및 총량규제에 감시 권한을 특별위원회에 부여하여 상시적인 점검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공기업 경영이나 재정관리가 정치적 이해관계에 영향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공기업부채가 정부부채와 합산될 경우 공식적인 국가채무수준이 크게 증가하여 국가신용도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으므로 정부에서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공식적인 우리나라 국가채무 산정에 시장형(준시장형 공기업) 공기업의 부채는 포함되지 않고 있다.

2012년 우리나라 국가채무는 GDP대비 약 35% 수준이다. 그러나 최근 공공부문 부채 작성에 관한 국제 지침(Public Sector Debt Statistics Guide for Compilers and Users: PSDS)에 따라 비금융공기업 부채를 포함한 국가부채는 GDP대비 95% 수준까지 증가한다.

따라서 행정부와 국회가 책임지고 공기업 부채를 예산(on-budget)으로 포함하여 관리할 필요가 있다.

   
▲ 공기업은 암묵적 정부보증으로 인해 파산에 대한 두려움이 없기 때문에 민간에 비해 효율적이지 못한 경영활동을 지속할 수 있다. 이로 인한 과다한 인건비 비중등이 부채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였다.
(3) 공기업 지분매각 및 부분민영화

공기업의 재무건전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민영화(지배구조상 대주주인 정부가 가지고 있는 지분을 민간에게 매각)를 통해서 부채를 줄이고 수익성 및 효율성을 증가시켜 경영성과를 높일 수 있다. 공기업의 일정 지분을 민간에게 매각함으로써 정치권이나 관료의 영향에서 독립적으로 기업을 경영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낙하산을 통한 정치적 인사관행을 견제할 수 있고, 경기부양을 위한 무리한 국책사업에 공기업이 동원될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특히 과다한 부채를 안고 있는 공기업은 스스로 경영효율화를 꾀할 수 있는 유인이 강화된다. 과도한 부채를 줄이기 위해 불필요한 자산매각이나 사업조정을 보다 적극적으로 행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지분이 감소됨에 따라 금융권을 통한 무리한 차입경영도 녹록치 않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부채가 늘어날 가능성이 적어지므로 공기업의 전반적 재정 건전성이 향상될 것이다. 만약 부채가 증가하는 등 방만한 경영이 지속된다면, 민간기업의 경우처럼 파산을 맞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 외에도 민간 주주의 견제와 감시가 기업을 체질을 보다 근본적으로 건전하게 강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Ⅳ. 결론 및 시사점

해외 신용평가사들은 국내 공기업의 신용등급을 낮추고 있다. 일부 공기업들은 투자부적격으로 분류되기도 했다. 공기업 부채의 급속한 증가추세는 재정건전성 관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 지금과 같은 공기업 부채 증가추세라면 국가부채로 전이될 가능성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국가부채 산정에는 공기업의 부채도 포함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 같은 기준을 따를 경우 우리나라 국가부채는 크게 증가한다. 특히 비교 가능한 해외 주요 국가들과 달리 우리나라의 공기업 부채는 매우 높은 수준이다. 따라서 공기업의 재정건전성 관리가 시급하다.
 

상술한 바와 같이 공기업의 재정건전성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으로 공기업의 지분매각을 통해 부채를 감축하고 지배구조를 개선시킬 필요가 있다. 이와 더불어 공기업을 시장경쟁에 노출시켜야 한다. 또한 공기업 파산의 가능성도 배제하지 말아야 한다. 이 같은 공기업의 부분 민영화 방안은 사회전체로 볼 때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우선, 민간 시장경제에 정부의 개입을 축소시킬 수 있다.

1980년대 영국의 대처(Thatcher) 수상은 공기업들이 관련 정부부처의 정치적 영향에서 벗어나 자율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민영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한 바 있다. 또한 민영화를 통해 공기업의 효율성을 제고시킬 수 있다. 공기업은 정부보조금이나 지원금뿐만 아니라 정부로부터 비교적 싼 이자로 돈을 빌릴 수 있는 등 정책금융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부채가 과다하다라도 민간기업과 달리 파산이나 합병과 걱정과 우려가 없다. 무엇보다도 민간에 비해 외부의 감시 감독이 약하고 시장의 경쟁압력이 없기 때문에 경영자들이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유인이 약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