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시장 지배력 전이 조사에 탄력 붙을 듯

이동전화 서비스의 시장 지배력을 결합상품을 통해 초고속인터넷 시장에 실제로 영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설문 조사와 시장 지배력을 반영한 검증식(Gross Upward 'Market Power' Pressure Index)을 통한 연구결과를 지난 1일 고려대학교(안암캠퍼스) LG-포스코관에서 열리는 한국경영과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발표했다고 3일 밝혔다.

   
 

신 교수는 ‘결합상품 시장에 대한 경쟁상황 평가 방안 모색’이라는 발표자료를 통해 △이동통신 시장의 지배력이 결합상품 시장에도 전이되는지 △이동통신시장과 초고속인터넷 시장을 동일 시장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결과 △이동전화 서비스의 지배력을 결합상품을 통해 초고속 인터넷시장에 실제로 행사할 수 있음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또 이동전화와 초고속인터넷을 묶음으로 판매하는 결합 상품 출시 후 이동전화 가격을 실제로 인상할 유인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동전화 시장 지배적 사업자의 결합상품은 오히려 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신 교수는 이동통신 요금을 10% 인상했을 때 이동통신과 초고속인터넷 결합상품으로의 전환이 전체의 약 70%라는 설문조사 결과를 근거로 결합상품 시장은 묶음시장 획정의 조건이 성립된다고 설명했다.

이동통신 시장과 초고속인터넷 시장은 엄연히 다른 시장이지만 결합상품으로 봤을 때 이동통신 시장에서의 시장 지배력이 결합상품을 통해 초고속 인터넷 시장까지 전이됐으므로 이 두 시장은 동일시장으로 획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신 교수의 이 같은 연구결과 발표는 방통위가 조사중인 SK텔레콤의 SK브로드밴드(SKB) 초고속인터넷 재판매에 따른 시장 지배력 전이 문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방통위는 SK텔레콤의 SKB 부당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시장 지배력 전이 여부에 대해서는 검증 툴이 미미해 판단을 내리는데 미온적이었으나 이번 연구결과로 지배력 전이에 따른 불공정행위 판단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SK텔레콤의 SKB 재판매가 지배력이 전이된 것으로 판단할 경우 방통위는 재판매 금지, 재판매 등록 취소 또는 조직분리 점유율 제한 등의 조치를 강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 교수는 “결합상품의 경우 시장 지배력 전이에 따라 얼마든지 시장왜곡을 일으킬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며 “이동전화 시장서비스의 지배력을 결합상품을 통하여 초고속인터넷 시장에 실제로 행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통신시장에서 시장 지배적 기업의 등장과 함께 경쟁의 균형이 깨지면 혁신 서비스의 등장은 물론 이용자 피해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이어 “결합상품 시장의 특성을 고려한 새로운 통신시장 경쟁상황 평가 방법론 개발이 시급함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적절한 평가체제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 통신시장 경쟁상황 평가는 단품 시장 위주로 진행되는데 이런 평가체제에서는 올바른 결과를 도출할 수 없으므로 시장 지배력 전이를 고려한 새로운 평가체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이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