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활성화보다 대부분 세금 퍼주기…눈덩이 부채 재정건전성 '빨간불'
문재인 정부가 35조3000억 원 규모의 올해 세 번째 추가경정예산안을 3일 확정했다. 1차 추경 11조7000억 원, 2차 12조2000억 원을 포함하면 올 상반기에만 총 59조2000억 원으로 60조 원에 달한다. 재정건전성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마른 우물에서 물길마저 고갈시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올 한해 재정적자만 112조 원에 달할 전망이다. 국가채무 증가 규모도 사상 처음으로 111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국가채무는 840조2000억 원(GDP의 43.5%)으로 껑충 뛰면서 사상 최고치로 치솟는다. 지난해 말 728조8000억 원보다 5.4%포인트 급등한다. IMF나 OECD 등 국제기구의 기준에 따르더라도 재정건전성은 '마지노선'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재정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나라 곳간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정부는 나랏돈을 풀어 경기가 회복되면 세금이 더 걷히고 재정이 튼튼해진다고 반박한다. 

'재정 선순환론'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자신감을 내세운다. OECD 평균과 비교하면서 재정여력도 충분하다고 강조한다. 수치상으로 한국의 국가채무 비율은 다른 선진국들보다 양호한 편이다. OECD 평균 국가채무 비율은 한국의 2배를 넘는 109.2%(2018년 기준)에 달한다. 문제는 기축통화국인 동시에 증가속도도 우리보다 완만하다는 것이다. 단순비교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코로나19에 대응해 주요국 대부분도 GDP의 10% 안팎에 달하는 각종 지원 및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한국도 GDP의 14%에 달하는 270조 원의 지원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구조적 저성장과 저출산·고령화로 포스트코로나 이후에도 재정이 급증하는 구조다. 특히 코로나 이전부터 모든 경제지표가 바닥을 향하며 심각한 기저질환을 앓고 있었다는 점이다. 무분별한 재정 확장 정책이 자칫 남유럽식의 전철로 이어질까 우려되는 이유다.

   
▲ 문재인 정부가 35조3000억 원 규모의 올해 세 번째 추가경정예산안을 3일 확정했다. 1차 추경 11조7000억 원, 2차 12조2000억 원을 포함하면 올 상반기에만 총 59조2000억 원으로 60조 원에 달한다. 재정건전성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사진=청와대

주목할 부분은 추경의 내용이다. 재정 투입 대부분이 기업 투자를 촉진하거나 경제를 활성화 시키는 것보다 '세금 퍼주기'에 편중돼 있다. 정부에서 주장하는 선순환과는 거리가 있다. 선순환이 이루어지려면 재정이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마중물이 돼야 한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고용유지와 사회안전망 확충' 명목의 현금 뿌리기가 주종이기 때문이다. 소득주도성장의 시즌2에 가깝다. 수출은 2018년 12월 이후 17개월 동안 계속 하향 추세다. '소득 창출'보다는 '소득 소진'을 통한 경기회복 정책인 소주성의 결과다. 저성장-디플레이션기조를 전환시킬 거시적 정책과는 거리가 멀다. 

정부가 내놓은 한국뉴딜정책도 정책기조의 변화 없이는 세금 퍼주기에 그칠 공산이 크다. '그린 뉴딜'이나 '디지털 뉴딜'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구호만 거창했지 실체는 재탕, 삼탕에 불과하다. 기존의 태양광 정책이나 5G정책의 포장만 바뀌었다.

소득 창출에 맞춰져야 할 재정의 초점이 소득 소진이라는 단기처방을 벗어나지 못했다. 35조3000억 원 추경에서 '투자 활성화' 항목에 배당된 예산은 430억 원에 불과하다. 기업의 투자와 고용을 촉진해 미래 먹거리와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투자 활성화 정책에 배정된 예산을 보면 더욱 한심하다. 유턴 기업 전용 보조금 신설 200억 원, 해외 첨단기업 및 연구·개발(R&D) 센터 국내 유치를 위한 현금지원 한도 및 국고보조율 상향 30억 원, R&D 부처(중소벤처기업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지정혁신 제품 시범 구매 지원 200억 원이 전부다. 

반면 금융 지원 5조 원, 고용·사회안전망 확충 9조4000억 원, 경기보강 패키지 11조3000억 원, 한국판 뉴딜 5조1000억 원이 배정됐다. 경기보강 패키지 예산의 실태를 들여다보면 할인소비쿠폰 9000억 원, 온누리상품권 2조 원 추가 발행(3조 원→5조 원) 및 10% 할인 판매 지원 2760억 원 등 돈 뿌리기 사업이 대부분이다.

한국 경제가 진정한 선순환적 성장·분배의 사다리에 올라타기 위해서는 기업을 살려야 한다. 주력산업인 조선·철강·자동차·반도체 및 생명공학 등 에 대한 '창조적인 인식 전환과 투자'가 필요하다. 그 출발점은 기업을 옥죄고 있는 규제 혁신에서 첫 걸음을 떼야 한다.

3일 중기중앙회는 정부의 3차 추경에 기대감을 나타내면서도 "이번 추경을 통한 지원효과 극대화를 위해서는 주 52시간제 보완, 기업을 옥죄는 화평법·화관법 개정 등 각종 규제완화를 위한 법과 제도의 보완도 서둘러 줄 것을 요청한다"고 정부와 국회에 당부했다.

현실은 암울하다. 거대 여당은 노동·규제 개혁은 뒷전이다. 국회가 열리자마자 다중대표소송제·집중투표제 등을 담은 상법 개정에 나섰다. 공정거래법, 유통산업발전법, 상권상생법 등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코로나 사태로 각국이 '리쇼어링' 전쟁을 벌이는데 한국의 현실은 집토끼마저 내쫓는 격이다. 이래서는 미래가 없다. 
[미디어펜=편집국]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