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집요한 수사…삼성전자 오너 리스크·브랜드 가치 하락 등 절박함 호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중앙지검)에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시작해 5년간 집요하게 계속되고 있는 검찰의 수사에 대해 '사회적 판단'을 요구한 것이다.

삼성이 신청한다고 해서 수사심의위가 곧바로 열리는 것은 아니다. 먼저 중앙지검이 검찰시민위원회를 열어 대검찰청 산하에 있는 수사심의위에 넘길지부터 판단해야 한다. 중앙지검 검찰시민위원회가 수사심의위 회부를 결정하면 비로소 대검 산하 수사심의위가 소집된다. 

2018년 문무일 검찰총장 때 신설된 수사심의위는 변호사, 교수, 언론인. 시민단체 관계자 등 각계각층의 시민 250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들 가운데 15명을 무작위로 뽑아 이재용 부회장 등에 대한 수사의 지속과 기소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의사 결정은 출석 위원의 과반수 표결로 하게 된다.

수사심의위는 수사의 중립성을 확보하고 검찰의 권한 남용을 방지하겠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제도다.  검찰청장이 직권 또는 검사장의 요청으로 소집하거나 각 검찰청 검찰시민위원회가 사건 관계인의 신청을 받아 소집하게 되는데, 제도 도입 후 2년간 실제로 가동한 것은 8차례에 불과하다. 게다가 재벌 총수가 신청한 것은 처음이다. 그만큼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의 입장이 절박하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지금으로서는 결과에 대해 어떤 예단도 할 수 없다. 여건은 삼성에 불리하다. 재벌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진 세력이 정권을 잡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을 앞두고 있어 검찰도 법원도 권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다 국민들 사이에서는 반재벌 정서가 팽배해 있다. 삼성을 때리면 선, 삼성을 옹호하면 악이라는 이분법적 사고가 지배하는 세상이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시작해 5년간 집요하게 계속되고 있는 검찰의 수사에 대해 '사회적 판단'을 요구한 것이다. 그만큼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의 입장이 절박하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

검찰 수사팀은 구속 기소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수사심의위가 불기소를 결정할 수도 있지만 수사팀의 손을 들어줄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이 부회장은 다시 인신이 구속된 상태에서 수사와 재판을 받게 된다. 삼성의 브랜드 가치도 추락하지만 이재용이란 경영인의 신뢰도에도 먹칠을 하게 된다.

검찰은 2016년 특검 이후 집요하게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 경영진에 대한 수사를 계속했다. 지난 1년 8개월 동안에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분식회계를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를 부풀렸다는 혐의로 엄청난 수사가 이어졌다. 전·현직 임직원 등 100여 명을 소환했다. 한 달에 3회꼴로 임원들을 소환해 경영이 마비될 정도라는 한탄이 터져 나왔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건은 학계에서도 '회계처리 방식'의 차이일 뿐이며, 불법이 아니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를 부풀렸다는 것인데, 이 회사의 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주식의 가치는 사업이 잘 돼 번창하면 치솟지만 사업이 망하면 휴지조각으로 전락하게 된다. 본질적으로 매우 유동적이며 예측불가한 문제를 놓고 엄격한 법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비합리적일 수 있다. 

현 단계에서 검찰의 수사가 잘못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기업 하나를 두고 전대미문의 수사가 벌어졌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이런저런 이유로 검찰의 수사가 과잉수사이고, 분식회계는 없었기 때문에 억울하다는 것이 삼성의 입장이다. 

이재용 부회장도 범법행위를 했다면 그에 맞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 감옥에 가는 것이 두려워 꼼수를 부려서는 안된다. 기업경영을 핑계로 혜택을 보겠다는 생각을 해서도 안된다. 그랬다가는 영원히 경영복귀가 어려울 것이다. 

삼성과 같은 글로벌 기업에 대해서는 나라 안팎에서 높은 투명성을 요구하고 있다. 지은 죄가 있다면 처벌을 받고 당당하게 경영에 복귀해 능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경영 능력이 없으면 주주들에 의해, 시장원리에 의해 경영에서 퇴출될 것이다.

삼성전자는 외국인 지분이 55%를 넘는다. 이재용 부회장은 가족과 삼성계열사가 삼성전자의 대주주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에 경영을 위탁 받아 하고 있을 뿐이다. 승계가 완료됐다는 주장도 맞지 않다. 아직 부친인 이건희 회장이 식물인간 상태이긴 하지만 여전히 생존해 있다. 승계는 진행형인 것이다.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 측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분식회계는 없었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에 대해서는 한국 최고 재벌 총수를 두번이나 잡아넣겠다는 호승심에 불타는 수사팀이 아니라 각계 각층의 전문가들에 의한 '사회적 판단'을 받아보도록 할 필요가 있다. 

우선 1차 관문 역할을 하는 중앙지검 검찰시민위원회부터 열린 자세로 이 문제를 처리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기소 판단이 나오더라도 검찰은 불구속으로 기소해서 경영에 심한 차질이 빚어지지 않는 가운데 법원의 판단을 기다려보도록 하는 것이 맞다. 

인신을 구속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법정에서 치열한 법리다툼을 통해 유죄를 입증하는 것, 그것이 진정으로 정의를 실현하는 길이라는 것을 검찰도 명심하기 바란다.
[미디어펜=편집국]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