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과 복지는 수레바퀴처럼 맞불려...성장없는 복지는 허상일뿐

   
▲ 김종석 홍익대 경영대학원장
경제학이 모든 경제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답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나라가 잘살게 되고 어느 나라가 못살게 되는지, 어떻게 하면 경제가 성장하고 어떻게 하면 쇠퇴하는지에 대해서 다른 어느 분야보다 과학적이고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분야가 경제학이다.

그리고 그 해답은 난해하거나 비현실적인 학술이론도 아니다. 오랜 관찰과 연구축적의 결과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대체로 몇 가지 요소가 경제성장에 필수적 이라는 데에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첫째 빠른 경제성장과 높은 소득을 누리는 나라일수록 양질의 인적자본과 물적자본이 풍부하다. 인적자본은 교육제도의 산물이고, 물적자본은 기술투자와 설비투자의 결과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의 교육제도가 과연 21세기 기술혁명과 세계경제 추세에 적합한 인적자원을 양성하고 있는가. 오히려 반시장정서와 반세계화 정서에 물든 세대를 양성하고 있다. 또 우리나라 기업들의 기술과 설비투자는 수년째 거의 제자리 걸음이다. 그나마 있는 설비마저 해외로 이전하고 있다. 지금 한국의 인적자본과 물적자본이 빠르게 침식되고 있다.

둘째 전체 인구 중 경제활동에 참가하는 사람의 비중이 높아야 한다. 경제적으로 남의 소득에 의존해서 사는 사람이 많을수록 그 경제는 활력을 상실한다. 높은 실업률과 인구의 고령화가 성장잠재력 약화 요인이 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지금 우리나라 국민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60% 수준으로 다른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다.

셋째 각종 경제제도와 정책이 경제주체들로 하여금 생산적 경제활동에 몰두하도록 유인을 제공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기업인이나 근로자나 모두 생산적 활동으로 돈을 벌기보다는 재테크나 남의 돈을 이전 받아 사는 것에 더 관심을 쏟는다면 그 경제는 활력을 상실한다. 지금 우리나라에 투기와 재테크, 로또복권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우리경제가 활력을 상실하고 있다는 뜻이다. 갈라먹기와 뜯어먹기 풍조의 확산도 마찬가지다.

넷째 경제가 개방되고 시장이 경쟁적일 수록 그 나라의 경쟁력과 생산성은 높아진다. 지금 노조를 비롯한 우리나라의 수많은 이익집단들은 한결 같이 개방과 경쟁을 거부하고 있다. 여기에는 기업인이나, 교사나 연예인들도 예외는 아니다.

다섯째 한 나라가 가지고 있는 생산요소가 과연 얼마나 효율적으로 공급되고 생산적 용도에 우선적으로 투입되는가에 달려있다. 그리고 그것은 노동, 자본, 토지와 같은 생산요소가 얼마나 시장원리에 따라 배분되는가에 달려 있다. 지금 우리나라의 요소시장은 시장이라고 보기 어려울 만큼 경직되어 있다. 그만큼 생산성과 경쟁력이 저하되는 것은 당연하다.

유엔이나 세계은행과 같은 국제기구, 국제적인 경제연구기관, 노벨상을 받은 경제학자들 거의 대부분이 공통적으로 위에 언급된 요소들을 경제성장의 요소로 열거하고 있다.

성장이 침체된 나라는 위에 언급한 요소 중 일부에 문제가 생긴 나라들이다. 지금 한국 경제의 성장잠재력과 경쟁력에 문제가 생겼다면 위에 나열된 요소에 문제가 생겼다는 뜻이다.

우리 사회 일각에서 성장과 복지 중 무엇이 더 우선인가를 놓고 이상한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 성장보다는 복지를 우선해야 한다거나, 분배 없는 성장은 무의미하다는 등, 마치 성장을 강조하면 과거 개발연대의 사고방식인 것처럼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금 한국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가계부채, 고실업, 비정규직 증가, 소득분배 악화, 복지재정 부족, 국가부채 증가 등 모든 문제의 뿌리는 바로 지난 수년간 고착되고 있는 한국경제의 저성장기조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국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지속된다면 이런 문제들은 해결은커녕 한국경제 위기의 뇌관이 될 것이다.

경제위기는 외환위기 처럼 갑자기 올수도 있지만, 만성 난치병처럼 서서히 다가 올수도 있다. 자각증상을 느낄 때는 이미 늦을 수있다. 요즘 한국 경제와 주요기업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이 이런 조짐이 아닌지 우려된다. /김종석 홍익대학교 경영대학원장,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