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8개월 끌어온 수사 후 ‘무리수’…검찰개력 의지 ‘퇴색’
경제위기 속 불확실성 가중…"법리 싸움서 ‘무죄’ 가능성 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삼성의 미래가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재계는 사법 리스크가 확대된 삼성의 행보와 향후 경제계에 미칠 파장을 걱정하고 있다. 검찰의 밀어붙이기 수사에 대한 비판도 확산하는 모습이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는 4일 부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를 법원에 접수했다.

재계에서는 우선 이 부회장의 거취를 주목하고 있다. 지난 3일 이 부회장 측이 신청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검찰과 다른 판단을 내리지 않는 이상 국정농단파기환송심 이외에 또 다른 재판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 부회장의 구속·불구속 수사 여부는 조만간 열릴 예정인 영장실질심사에서 결정된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제공

재계는 검찰의 이번 구속영장 청구로 삼성의 불확실성 증폭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와 미·중무역갈등, 한·일관계 악화 등 악재가 겹치는 상황에서 리더십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이 부회장은 삼성의 성장전략을 전면에서 이끌며 미래성장전략 확대와 리스크 최소화에 초점을 맞춰 왔다.

삼성은 외부적으로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임직원들 사이에서는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검찰이 너무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대기업 관계자는 “국가적인 위기 상황에서 도주의 우려도 전혀 없는 이 부회장에 대해 굳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이유를 모르겠다. 우리 경제에 악재일 수밖에 없다”며 “코로나19 사태 중에 삼성이 보인 역할과 기여를 감안하면 이는 국민 여론에도 어긋나는 결정”이라고 아쉬워했다.

법조계와 재계에서는 갑작스러운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지난 2018년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도입된 수사심의위의 취지를 퇴색시키면서까지 밀어붙이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수사심의위 운영지침 제1조 목적에 ‘이 지침은 검찰수사의 절차 및 결과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제고하기 위하여 설치하는 '검찰수사심의위윈회'의 운영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전까지 수사심의위는 8차례 열렸다. 하지만 절차가 진행 중인 가운데 검찰이 구속 영장을 청구한 것인 이 부회장 케이스가 처음이다.

법학자들 사이에서는 명분이 약한 검찰이 배수진을 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년 8개월 동안 끌어온 수사에서 아무것도 못 한 것처럼 비칠 수 있는 상황에서 무리수를 던졌다는 것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검찰로서는 취소할 수 없었을 것이다. 자신들의 입장을 관철하려고 했을 것”이라며 “앞으로 수사심의위를 안 열지는 못한 것이다. 재벌이라고 차별을 두면 검찰이 오히려 역풍을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법리 싸움에서도 이 부회장 측이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최 교수는 전망했다. 그는 “물적 증거가 없다. 합병비율과 분식회계 모두 법리 싸움이다. 무죄나 집행유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재계 역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도입 취지가 ‘수사의 절차 및 결과에 대한 국민 신뢰 제고’인데 이를 신청했음에도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검찰이 국민신뢰를 스스로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무리한 수사에 무리한 영장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며 “자존심이 상했다는 이유로 검찰이 오기를 부린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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