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대북전단 살포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직접 담화를 내고 조치를 주문하자 통일부가 전단 살포 금지법안 준비를 공식 발표했다.

올해 들어 남북협력에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 공을 들여온 정부가 이번 북한의 메시지를 지렛대로 삼기 위해 ‘올인’하는 모양새다.

김여정 1부부장은 4일 담화에서 지난달 31일 탈북민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언급하며 “원래 못된 짓을 하는 놈보다 그것을 못 본척 하거나 부추기는 놈이 더 밉더라”며 “지금과 같은 때에 이렇듯 저열하고 더러운 적대행위가 용납된다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 “남조선당국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삐라 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행위를 금지하기로 한 판문점선언과 군사합의서의 조항을 결코 모른다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 “북남 합의를 철저히 이행할 의지가 있다면 우리에게 호응하라고 하기 전에 그 쓰레기들의 광대놀음을 저지시킬 법이라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대북전단 살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률정비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특히 통일부는 “판문점선언과 관련된 사항이어서 이전부터 준비해오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김여정 담화’ 발표에 맞춰 정부안 준비 계획이 발표된 것이어서 북한의 요구에 적극 화답한 모양새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실제로 살포된 전단의 대부분은 국내 지역에서 발견되며, 접경지역의 환경오염, 폐기물 수거 부담 등 지역주민들의 생활 여건을 악화시키고 있고, 남북 방역협력을 비롯하여 접경지역, 접경지역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에 위험을 초래하고 하는 행위는 중단되어야 한다”며 대북전단 살포의 폐해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이 같은 정부 입장은 김여정 1부부장 명의의 담화가 오전 6시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공개된 지 약 4시간 30분만에 발표됐다.

   
▲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2019년 3월2일 베트남 하노이 호찌민묘에서 김 위원장을 수행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날 정부는 김여정 1부부장 담화에 대한 논평에는 말을 아꼈다. 하지만 정부가 이번에 대북전단을 법적으로 중단시키는 조치를 통해 북한과 적극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려는 것은 분명해보인다.

특히 이날 청와대 관계자는 “대북전단은 백해무익한 것이다. 안보에 위협이 되는 것에 정부가 단호히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말해 정부의 의지를 강조했다. 

이는 사실상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인해 남북이 협력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들 중 남한의 의지로만 가능한 것이 별로 없는 현실에서 정부가 대북전단 살포 금지를 첫 과제로 삼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서 문 대통령이 추진 의지를 보인 개별관광이나 남북 철도연결사업 등과 비교할 때 내부 동의만 있으면 된다. 

특히 김여정 1부부장의 담화에 담긴 남북합의 이행 요구에 대해 정부는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한 것으로 보인다. 즉 북한의 대북전단 살포 비난이 ‘거절’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교류’를 시작하기 위해선 합의 이행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해석한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김여정 담화’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새로운 전제 조건을 제시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4일 “북한은 이번 김여정 담화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의 여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며 “북한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조건들을 제시하면서 우리정부의 돌파 의지와 역량을 계속 테스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임 교수는 이어 “김여정 1부부장은 구체적으로 대북 전단지 살포를 막을 수 있는 법제정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문제가 향후 남북관계의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만 국회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법안이 논의될 경우 ‘표현의 자유’ 문제가 다시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2018년 이전 국회에서도 ‘대북전단 살포 사전승인법’이 발의된 적이 있으나 여야 대치로 입법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하지만 정부는 남북 정상간 합의 이행을 통한 남북관계 개선은 물론 접경지역 주민들의 안전과 생업 보장을 위해서도 이번에야말로 전단살포 금지를 제도화하려는 의지가 큰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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