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 개원 없이 국회법 준수했다는 평가도 나와 "개원은 정당"
민주 가치 훼손했다는 우려도 "소수 챙기던 민주당, 일방적"
법사위원장 놓고 "야당 견제력 유지해야" vs "일하는 국회"
[미디어펜=손혜정 기자]제21대 국회가 첫 출발부터 원만한 여야간 합의 없이 '반쪽 개원'으로 5일 문을 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과거 본인들도 주장했던 '관례'를 깨고 '국회법대로'를 명분으로 '단독' 개원을 강했했지만 '슈퍼여당의 갑질' 또는 사실상 '1당 독재 서막'이라는 오명을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국회는 이날 민주당이 예고한대로 오전 10시 국회의장단 구성을 위한 본회의를 개최했다. 미래통합당은 본회의장에 입장했지만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의 의사진행 발언을 끝으로 본회의장을 퇴장, 의장단 선출 표결에는 불참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교섭단체 의사일정 합의가 없기 때문에 본회의를 열 수 없다"며 "국회법을 보면 5일 첫 회의를 열고 의장단을 선출하라고 돼 있지만 그 조항은 훈시조항이라 지키면 좋지만 반드시 지켜야할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 국회 본회의장./사진=연합뉴스

그러면서 "지금껏 20차례 개원이 있었지만 거의 지켜지지 않았는데 어느날 갑자기 법에 정해진 것이니 본회의 연다고 지금 열었다. 오늘은 본회의가 성립할 수 없는 날"이라며 "여야 합의 없이 본회의는 열 수 없는 상황이고 적법하지 않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이어 본회의를 인정할 수 없다며 177석으로 일방 처리하다간 국회 존재의 의미가 없다고 경고했다.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오전 헌정회관에서 유경현 대한민국 헌정회장을 예방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너무 위압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며 "굉장히 나쁜 선례를 남겼다"고 비판했다.

이에 김영진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발언대에 올라 "21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사라져야 할 그 법에 따라 그 잘못된 관습에 따라 퇴장하는 것"이라고 통합당을 겨냥했다.

일각에선 국회가 모처럼 지각 개원 없이 국회법을 준수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국회의 법안 통과 같은 경우는 여야간 합의 사항이지만 국회 개원은 국회법에 정해져 있다"며 "여야 합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박 평론가는 "민주당이 관례를 깨고 사실상 단독으로 개원하긴 했지만 이건 정당한 거고 앞으로도 그렇게 돼야 한다"며 차기 국회 개원에 선례를 남겼다는 긍정 평가를 남겼다. 다만 그는 "개원 후 의장단 선출은 여야 합의가 있어야 하는 게 옳다"며 "국회의원 개인 의사 모두 반영돼야 한다. 여야 모두의 존경을 받고 국회를 대표하는 국회의장 자리를, 법률적 문제를 떠나, 과반 1당의 일방으로 처리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코로나19 사태에서 국민 통합의 분위기를 양성해야 할 국회가 첫 출발부터 대결 국면으로 들어섰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자발적 기부'를 강조했지만 전체 지급대상의 99%가 재난지원금을 수령한 형국에서 청와대가 이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라며, 국론을 분열시킬 수 있는 일방 개원은 청와대로서도 마냥 달가울 수만도 없다는 지적이다.

   
▲ 국회 본회의장. 사실상 민주당의 개원 강행으로 5일 본회의가 개의돼 박병석 민주당 의원이 국회의장으로 선출됐다. 통합당은 일방 개원에 반발, 의장 선거 표결에는 불참했다./사진=미래통합당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같이 말하며 '미디어펜'에 "핵심은 법제사법위원장 자리였는데 177석의 여당이 관례를 무시하는 데다 민주당도 양보와 합의를 위해 그다지 노력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대의민주주의에서 '다수결'은 수단일 뿐"이라며 "민주당이 지난해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그토록 주장했던 '소수 의견'까지 반영해야 원칙과 가치를 지킬 수 있는 것"이라고 일방적인 국회 개원 및 의장단 선출을 비판했다.

또 신 교수는 "통합당은 따지고 보면 '소수'라고 볼 수도 없다"며 "이번 총선에서 1191만표 이상을 얻었다. 이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민주당이) 없앤 거나 다름없다. 민주 가치와 원칙을 훼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야 간 원 구성의 핵심 쟁점인 법사위원장 문제에 대해서도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야당의 견제력은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는 반면 이번 총선에선 '견제의 힘을 발휘하라는 게 아니라 여당을 도와주라는 국민의 뜻'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신 교수는 "관례와 관습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마음대로 바꾸려는 국회는 절대로 그 권위와 위엄을 국민들로부터 인정받을 수 없다"며 "아무리 정치 지형이 기울어졌지만 야당이 법사위원장을 가져가야 여당이 신경쓰는 모양새라도 보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박 평론가는 "국회는 상임위원회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만큼 이제는 각 상임위에서 견제력을 발휘해야 한다"며 "이번 총선 결과는 여권이 소신껏 행하라는 게 국민의 명백한 뜻"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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