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구속 전 피의자 심문 출석
영장만으로 악영향…총수 부재 피해 눈덩이 전망
[미디어펜=조한진 기자]삼성의 운명을 가를 수 있는 타이머가 작동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 여부에 삼성의 모든 신경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과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공백이 최악의 상황을 불러 올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이 부회장은 8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법원에 구속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10시께 변호인과 함께 법원에 모습을 드러냈다. 마스크를 착용한 이 부회장은 굳은 표정으로 아무 말없이 법원으로 들어갔다. 이어 최지성 전 삼성미래전략실장과 김종중 전 삼성미래전략팀장이 법원 건물로 향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각종 불법행위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이 부회장의 구속 여부는 이날 늦은 밤이나 9일 새벽에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장만으로도 심각한 피해…최악은 피해야

재계에서는 검찰이 이 부회장에게 불필요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이미 삼성이 유·무형의 피해를 입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거인멸과 도주 가능성이 전무한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다시 법원 포토라인에 서면서 총수와 기업에 부정적 이미지가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 부회장이 다시 구속될 경우 삼성은 창사 후 최대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코로나19와 미·중 경제전쟁, 한·일 갈등 고조 등 한치앞을 내다 보기 어려운 글로벌 시장에서 방향을 상실할 가능성이 크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경영 환경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우리 경제와 삼성을 둘러싸고 있는 상황이 심상치 않다”며 “이 부회장의 경영 공백은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불러올 수 있다. 인신 구속만은 피해야 한다”고 걱정했다.

삼성도 전날 호소문을 통해 “지금의 위기는 삼성으로서도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것이다. 장기간에 걸친 검찰수사로 인해 정상적인 경영은 위축됐고, 코로나19 사태와 미중 간 무역 분쟁으로 인해 대외적인 불확실성까지 심화되고 있다”며 “삼성의 경영이 정상화돼 한국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매진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시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 수많은 취재진들이 8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켜켜이 쌓이는 악재…삼성의 미래는 ‘오리무중’

이 부회장의 향후 행보에 글로벌 기업과 해외 언론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날 법원에 출석하는 이 부회장을 취재하기 위해 AP, AFP 등 주요 외신들도 한 자리를 채웠다.

국내외에서 이 부회장을 주목하는 것은 삼성의 미래 전략의 방향성 때문이다. 최근 신성장동력을 전면에서 진두지휘한 이 부회장이 자리를 비울 경우 속도가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현장 경영을 통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차세대 먹거리를 직접 챙겨왔다.

삼성은 인공지능(AI)·5세대이동통신·바이오·전장부품 등 4대 성장사업과 미래성장기반 구축은 물론, 시스템 반도체 글로벌 1위를 목표로하는 '반도체 2030', 차세대 디스플레이 등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성장 동력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최고 의사 결정권자의 부재가 발생하면 이 같은 사업의 속도와 시너지 약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과거 이 부회장이 자리를 비웠을 때 삼성은 계열사별 전문경영 체제를 가동했다. 당시 사업과 투자 등이 확실하게 교통정리가 되지 않으면서 혼란을 겪었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전문 경영인 체제에서는 대규모 투자에 대한 신속한 의사 결정과 추진이 쉽지 않다”며 “기존에 계획했던 프로젝트도 속도가 늦춰지거나 상황에 따라서는 보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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