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학계, 기업 옥죄고 반고용적 결과 초래할 법안에 탄식
"마음 따뜻한 법 만들기 경쟁하나...반기업 정책, 현실에선 악"
[미디어펜=손혜정 기자]21대 국회 등원 첫 주부터 의원들의 법안발의가 현재(8일 오전 10시) 기준 196건에 이르고 있는 가운데, 재계와 경제학계에선 벌써부터 우려섞인 한숨이 터져나오고 있다. 위축된 경제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어도 모자를 판에 기업 활동을 옥죄는 각종 규제 법안이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일 '국회 1호 발의 법안'으로 제출한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기본법 제정안(사회적가치법)'부터 규제 내용을 담고 있다. 국회에 따르면 '의안번호 2100001번'을 부여받기 위해 박 의원 측 보좌진이 국회 본관 의안과 의안접수센터 앞에서 4박5일 동안 밤샘 줄서기를 했다는 전언이다.

사회적가치법은 공공기관이 수행하는 조달·개발·위탁·계약·기타 민간지원 사업에 있어 '사회적 가치'를 고려하고 자체평가도 매년 실시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회적 가치' 실현이란 '사회적 경제 기업'을 우대하도록 하는 것으로, 공공기관으로서도 일종의 규제로 작용될 수 있는 내용이다.

   
▲ 21대 국회가 지난 5일 개원했다./사진=국회 페이스북

이와 관련해 재계 및 학계에선 기업 경쟁 및 품질 향상, 소비자 권리 등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터져나온다. 아울러 '사회적 가치'라는 용어 자체도 추상적·주관적이기 때문에 결국 '목소리 큰 세력'에 의해 의미가 정의되는 '모호성'의 위험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박 의원은 해당 법안을 20대 국회에서도 발의했으나 이른바 '사회적 경제 기업'들을 공공기관과 정부 지원을 받는 '준 공기업'으로 변질시키고 생산성 저하와 세비 지출 등 일련의 '파괴적'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돼 입법화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노총) 부위원장 출신인 이수진 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이 지난 4일 대표발의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안'도 소상공인·자영업자로 하여금 탄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법안은 현행법이 보장하고 있는 '소정근로시간' 규정과 상관없이 '계속근로기간'을 1개월이라도 채운 근로자에게 의무적으로 퇴직금을 지급하는 것이 골자다. 단기고용이 많은 소매 자영업자로서는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을 지냈던 최승재 미래통합당 의원은 '미디어펜'에 "민주당과 노동계가 정책협약을 맺고 발의하는 일련의 법안이 민생을 더 어렵게 하는 게 아닌가 우려스럽다"며 "오히려 취약근로자가 일할 공간까지 축소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민주당은 특정 세력만의 당이 아니라 모든 계층과 전 국민을 상대로 균형적인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 공당"이라며 "이런 법안이 계속 추진된다면 전국의 소상공인은 분노하고 거대여당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학자는 '미디어펜'에 "정치권에서는 '마음 따뜻한 법'만 만들려고 하는데 모든 마음 따뜻한 법은 현실에서는 악이 된다"며 "노동비용 상승이 결국 노동 수요를 저하시키고 반고용적 결과를 초래한다는 간단한 사실을 아직도 간과하고 있는 현실이 답답하다"고 통탄했다.

이 밖에도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했거나 예정 중인 법안 중 상법 개정안·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무역이득공유법·금융그룹통합감독법·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도 재계 및 학계에선 '가장 통과되어선 안 될 법안'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상법 개정안은 집중투표제 의무화, 다중대표소송도입, 전자투표 의무화, 주주이사 해임건의 등이 포함돼 있으며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에는 지주회사가 의무적으로 보유해야할 자회사·손자회사 최소 지분율을 높이는 방안도 담겨있다.

그러나 더 우려스러운 문제는 일련의 반기업·반시장주의적 법안이 여야 할 것 없이 견제와 균형을 잃고 '무책임하게' 쏟아질 것이라는 게 재계 및 학계의 목소리다.

통합당 의원 개별적으로는 법인세 인하안과 종합부동산세 폐지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당 차원에서는 정강·정책을 '노동자의 권리' 혹은 '노동조합의 역할'이라는 문구를 삽입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아울러 '노동자의 권리'라는 용어 자체가 시대에 뒤떨어진 개념이라는 게 학계의 지적이다. 경제학자는 '미디어펜'에 "'노동자의 권리'라는 말 자체가 노동자는 약자라는 100년 전 마르크스적 개념을 21세기에도 고수하는 구태적 사고방식"이라며 "통합당은 지금까지 그런 철학이 아니었는데 결국 민주당 프레임에 걸려들어 좌향좌만 하겠다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통합당 경제자문단 공동단장을 역임했던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은 '미디어펜'에 "통합당의 정강정책 노동자 권리 강화는 현재 한국 노사관계가 노동조합에 유리하게 기울어진 관계인 점을 외면한 것"이라며 "현실을 모르는 주장으로 강성노조의 권한을 더욱 강화해 기업 투자 위축과 일자리 붕괴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한탄했다.

오 회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전문가 및 프리랜서 등 일자리가 증가하는 추세이므로 이러한 추세에 맞게 노사 간 고용의 자유로운 계약을 확대하는 고용계약법으로 현재의 근로기준법이 오히려 개정돼야 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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