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의 추가 양적완화 결정 이후 원·달러 환율의 상승세와 원·엔 환율의 하락세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1070원선을 돌파했고 원·엔 환율은 100엔당 950원선으로 지난 2008년 8월 이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1068.5원)보다 4.1원 오른 1072.6원에 마감했다.

100엔당 원화 재정환율은 오후 3시 기준 951.73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08년 8월 18일(950.69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는 전저점인 지난 9월 25일(955.02원)보다도 4원 가량 낮은 것이다.

   
▲ 사진출처=뉴시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31일 일본의 추가 양적완화 여파에 이어 미국 경제지표 호조로 상승 압력을 강하게 받았다. 지난 2일 미국의 10월 소비자 태도지수(86.9)와 시카고 제조업 지수(66.2)가 당초 예상치를 웃돌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더 이상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의 외환건전성이 강화된 데다 일본의 엔화 약세 유도 정책이 한계에 달한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경제연구실장은 "일본의 추가적인 양적완화 조치로 원·달러 환율이 연고점 수준인 1080원은 넘어설 수도 있지만 추가적인 상승 여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일본은행의 추가양적완화 결정 당시 내부 위원들 표결이 5대4로 갈렸다는 것은 더 이상의 완화적 통화정책을 무의미하게 보는 시각이 많아졌다는 뜻"이라며 "일본의 움직임에 한계가 온 데 반해 우리의 외환건전성은 튼튼하다"고 설명했다.

허재환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한국 금융기관들의 단기 순차입 부담이 과거에 비해 줄어들어 위기에 버틸 수 있는 능력이 커졌다"며 "우리나라 원화가 세계 경제시장에서 고평가돼 있는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크게 약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090원선을 넘어서면 상승폭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경팔 외환선물 시장분석팀장은 "1090원선을 넘으면 한 차례 큰 환율상승이 올 수 있다"며 "이 달중 1090원을 돌파할 지 여부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술적으로 달러·엔이 119.76엔 까지 오릴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단 원 ·달러 환율은 1082원을 돌파하고 1090원선도 넘어설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