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대상에 삼성·현대차·한화 포함…9월 국회 제출
"대기업 지배구조 설계 시나리오...경영 침해 우려"
   
▲ /사진=각 사 제공


[미디어펜=권가림 기자]금융위원회가 지난 2006년 추진하려다 폐기한 금융그룹 통합감독법을 다시 꺼냈다. 그룹 위기가 금융사로 퍼지지 않도록 관리한다는 취지지만 재계에서는 '금융당국의 월권' '무리한 재벌개혁의 일환'이라는 지적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그룹 통합감독법은 오는 9월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금융위가 15년 된 해묵을 칼을 다시 뽑은 명분은 건전성 유지와 부실위험 차단이다. 개별 금융회사 감독 체계로는 금융 복합화에 따른 위험 가능성을 사전에 관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감독 대상은 금융자산 5조원 이상, 금융업종 2개 이상 거느리는 기업으로 삼성·현대차·한화 등이 해당된다.  

금융위는 지난 2018년부터 모범 규준 형식으로 운영돼 온 금융그룹 규제를 강화한 개편안을 내놨다. 위험 등급을 평가할 때 재무적 요인뿐 아니라 계열사 내부거래, 브랜드 연계 정도와 같은 비재무적인 지표도 포함하기로 했다. 아울러 전체 계열사간 지분 구조와 출자 현황도 금융그룹이 공시하도록 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삼성생명의 건전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파악하기 위해 삼성물산의 경영 자료를 요구하겠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명분은 리스크 관리지만 실제는 특정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편을 노리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기업들의 순환 출자고리 해소가 이어졌지만 삼성과 현대차는 남아있는 상태다. 현대차는 주가가 낮아 대주주들이 대규모 투자를 할 수 있지만 주가가 높은 삼성의 경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경영권을 내놓기 전에는 순환 출자고리를 해소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금융그룹 통합감독법으로 삼성 금융 계열사와 비금융 계열사간 고리를 끊어 지배구조를 개편하려는 밑그림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비금융사의 주식취득 한도를 법으로 규정하는 조항은 일단 제외됐지만 규제를 다시 포함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계열사 주식으로 의사결정권을 행사하고 있지만 삼성생명과 고리를 끊는 순간 대주주가 국민연금으로 넘어가는 길을 터주는 셈"이라며 "삼성전자는 은행 돈도 빌리지 않는 기업으로 모순이 없는 데도 규제를 명분삼아 지배구조를 설계하려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그룹 통합감독법은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 과제 중 하나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한성대 교수 시절부터 삼성·한화 등 복합금융그룹 감독체계 도입에 가장 앞장서 왔다.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있을 당시에도 "기업 소유‧지배구조 변화가 비가역적 구조개혁으로 뿌리 내리기 위해서는 공정거래법‧상법‧금융그룹통합감독법 등 3개 법안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중복 규제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상장사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계열사간 거래를 공시해야 하고 공정거래법을 통해 상호출자제한집단에 속한 기업들의 내부 거래를 감시하도록 돼 있다. 각 은행의 주채무계열제도로도 여신이 많은 대기업들의 내부를 감독하고 있다. 

금융위가 밝힌 '금융계열사 고객 보호'도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는 그룹 내 비금융계열사의 부실로부터 '금융계열사 고객 보호' 그룹 내 비금융계열사의 부실 위험이 금융계열사로 전이될 경우 최종 피해가 금융계열사 고객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하나의 그룹은 유기적인 자본으로 연결돼 있다. 이를 통해 그룹은 지배구조를 공고히 하고 계열사는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며 부도 등 위험에서 벗어나 안전 경영을 할 수 있다"며 "오히려 비금융계열사가 주인 없이 독자 노선을 걷게 되면 우발채무로 무너진 100년 기업 GE 캐피털처럼 전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재계 관계자는 "금융그룹에 대한 감독은 지주회사제도를 보완하는 것으로 충분한데 각종 규제로 운신의 폭이 좁아지고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기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며 "사적자치로 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캐피탈사처럼 수신 기능이 없는 기업을 포함하는 것은 과도하고 세계 12위 경제 국가에서 자산 5조원의 기업이 규제 대상이 되는 것이 적정한 지 의문"이라며 "기업 경쟁력은 어떻게 담보할 지에 대해서는 얘기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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