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증권가, 대한항공 1000억원대 흑자전환 기대
대한항공 "여객 수요 줄어든 마당에 기대 안 해"
한국공항 "정해진 물량 조업비만 받아 재미 못 봐"
   
▲ 지상조업 작업을 받는 대한항공 A330 여객기./사진=대한항공


[미디어펜=박규빈 기자]글로벌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여객 수요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으면서 국내 대형 항공사(FSC)들이 화물 운송에 집중하고 있다.

1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인천국제공항발 여객 수요가 9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이유로 점보기를 운영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FSC들은 주기장에 여객기를 세워두기보다 여객기 하부 공간에 탑재하는 항공 화물이라도 실어나르고자 벨리 카고(belly cargo) 영업을 하고 있다.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사진=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실


실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 3월 임원회의에서 "코로나19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새로운 시각으로 시장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유휴 여객기의 화물칸을 이용해 화물 수요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한다면 공급선을 다양화하는 한편 주기료 등 비용까지 줄이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여객기를 화물기로 활용해 베트남과 중국, 유럽 등지로 보내고 있으며, 일부 운항편에는 국산 농산물을 싣기도 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11일 대한항공은 인천공항을 떠나 미국 시카고로 향하는 여객기 KE037편에 처음으로 카고 시트 백(cargo seat bag)을 장착하기도 했다. 기내 좌석에도 짐을 적재할 수 있도록 조치한 것이다.

이와 같은 차원에서 대한항공은 최근 B777-300 1대에 최대 67개의 카고 시트 백을 단다는 가정 하에 여객기 2대 분량을 준비했다. 1개의 카고 시트 백은 225㎏가량의 화물을 담을 수 있다. 카고 시트 백 안에는 주로 생활용품·신선 식품 등이 실린다는 전언이다.

대한항공이 이와 같이 객실에 화물을 싣을 수 있게 된 것은 항공 주무부처 국토교통부가 한시적으로 허용키로 한 덕분이다.

   
▲ 아시아나에어포트 직원들이 아시아나항공 화물기에 대한 지상조업을 하는 모습./사진=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 역시 국제 항공화물 초과 수요에 대응하고자 벨리 카고 띄우기에 한창이다. 하지만 대한항공과는 달리 객실 좌석에 짐을 싣지는 않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홍보실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나, 정비본부 등 유관 부서들과 내부 검토 중이며, 현재까지는 벨리 카고와 오버 헤드 빈만 이뤄진 상태"라고 전했다.

지난 4월 아시아나항공 수송 톤수는 오히려 전년동기대비 3.5% 증가했으며 중국노선은 전년동기대비 13.6%, 유럽노선은 15.6%의 증가세를 기록했다는 게 아시아나항공 측 설명이다. 아시아나항공 홍보실 관계자는 "4월 기준 품목별로 반도체·모바일·디스플레이 등 IT 제품 수송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60% 증가했다"며 "자동차 부품 61%, 의류 27% 등 화물부문 총매출이 106% 늘어 수익성이 대폭 개선됐다"고 말했다.

코로나 바람을 타고 진단키트를 비롯한 의료물품 수송량은 100% 가량 증가세를 보이는 진풍경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 외에도 두 회사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 요청으로 특별 전세기도 간헐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소식에 증권가에서는 항공업계, 특히 대한항공의 호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김유혁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5월 아시아발 미주·유럽 화물운임은 각각 톤당 7.8달러, 5.96달러로 전년동기대비 100%, 129.2% 상승하는 등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대한항공이 2분기 1000억원대 흑자 전환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항공업계는 흑자 전환은 택도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우리 주 수입원은 여객사업이고 평시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한다"며 "나머지 30% 가량 되는 화물 부문의 물동량이 조금 늘었다 해서 단박에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고 했다.

아시아나항공 또한 항공 화물 운송으로 적자 탈출을 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보인다. 아시아나항공은 수익성 확보 노력을 하고 있다고 홍보했으나 대한항공의 1분기 영업손실은 828억원이고,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2920억원이다. 3.526분의 1배 수준인 대한항공도 허우적대는 판에 아시아나항공이 화물 운송을 통해 기사회생할 것으로 보지 않는 이유다.

   
▲ 한진그룹 지상조업사 한국공항 로고./사진=한국공항


한진그룹 지상조업 계열사 한국공항 여객사업팀 관계자는 "코로나가 창궐한 탓에 전반적으로 매출의 80~90% 가량 빠진 모양"이라면서도 "외국 항공사들의 오더가 줄고 대한항공 물량이 대신 상쇄해주는 형국"이라고 현장 분위기를 소개했다.

이어 "공급 대비 수요가 폭증해 운송 단가가 화주들이 내는 항공 화물 비용은 적게는 평균 3~4배, 많게는 5~6배까지 뛴 상황"이라며 "지상조업사들은 책정된 물량에 따른 조업비를 받기 때문에 항공사가 큰 수익을 거두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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