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패권 경쟁…미국과 격차 그대로, 중국은 빠른 추격
반도체 기업 R&D, 세제혜택 지원 등 정책적 뒷받침 절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글로벌 반도체 패권 격쟁이 격화하고 있다. 반도체가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한국은 선도국 미국과 격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중국의 거센 추격에 직면하고 있다. 반도체 기업에 대한 다각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 10년간 글로벌 반도체 시장 관련 지표를 통해 분석한 결과, 반도체 시장의 지각변동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15일 밝혔다.

   
▲ 반도체 생산라인 클린룸 /사진=삼성전자 제공

10년간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분석한 전경련은 ‘절대적 선두의 미국, 약진하는 중국, 한국의 선방과 일본의 하락세’로 주요국가의 상황을 정리했다.

연도별 글로벌 반도체 시장점유율을 살펴보면 미국은 지난 10년간 45% 이상의 점유율을 꾸준히 유지했다. 중국의 경우 2% 미만이던 점유율이 2019년 5%까지 증가해 큰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국은 2010년 14%에서 2018년 24%로 점유율이 꾸준히 증가했으나, 지난해 19%로 전년 대비 약 21% 감소했다. 유럽과 대만은 점유율이 9년째 정체를 보인 가운데, 2011년 20%였던 일본의 점유율이 지난해 10%까지 떨어지는 등 감소폭이 컸다.

반도체분야 국제학회(국제고체회로학회)가 매년 발표하는 채택논문 건수 또한 점유율과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미국이 압도적인 우위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동북아 4국이 뒤를 이었다. 특히 중국은 2011년 4건에 그치던 논문 건수가 2020년에는 23건으로 5배 이상 급증했다.

빠르게 연구실적을 쌓아온 중국과 한국의 반도체 기술격차는 점차 좁혀져 시스템반도체 분야의 기술격차는 2017년 기준 0.6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한국과 미국의 시스템 부문 기술 격차는 2013년 1.9년, 2015년 1.6년, 2017년 1.8년으로 답보상태다.

글로벌 반도체시장에서 중국의 부상은 ‘반도체 굴기’ 계획 등 중앙정부 차원 경제개발정책의 막대한 지원이 뒷받침된 결과로 분석된다. 전경련이 OECD로부터 제공받은 통계에 따르면 2014~2018년 주요 21개 글로벌 반도체기업 중 매출 대비 정부지원금 비중이 가장 높았던 상위 5개 기업 중 3개가 모두 중국기업이었다.

세계 시장 선두에 있는 미국 또한 주요 반도체기업에 세제혜택과 연구개발(R&D) 등의 명목으로 상당한 수준의 지원을 받고 있다. 미국 반도체 기업들의 매출 대비 정부지원금 비중은 마이크론 3.8%, 퀄컴 3%, 인텔 2.2% 등이다. 이에 비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 2곳은 각각 0.8%, 0.6% 수준이다.

   

정부의 적극적 지원에 힘입어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지난 2015년 이후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공격적인 해외기업 인수합병(M&A)을 단행했다. OECD가 발표한 ‘M&A를 통해 반도체 해외기업을 인수한 기업 통계’에 따르면 2014년까지만 해도 누적 인수기업이 4개에 그쳤던 중국은 2015~2018년 사이 29개의 기업이 외국 반도체기업 M&A에 뛰어들었다. 같은기간 한국은 1개에 그쳤다.

최근 미·중 반도체 패권전쟁이 심화되며 중국의 반도체 굴기 170조원 지원에 대응한 미국의 지원규모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TSMC 공장 유치에 이어 의회에서 반도체 연구를 포함해 첨단산업 지출을 1000억달러(120조원) 이상 확대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2월 백악관은 반도체 R&D 지원을 위한 관계부처 합동 워킹그룹도 발족했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그동안 수출 제1의 상품인 우리 반도체가 지금의 세계적 입지를 갖추기까지 기업 홀로 선방해온 측면이 있다”며 “최근 미중간 기술패권 경쟁, 일본 수출규제 등 여러 악재가 계속되는 가운데 세계시장 입지 수성을 위해 우리도 R&D, 세제혜택 지원 등의 정책적 뒷받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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