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포스코인터와 '계약 갱신 기대권' 두고 법정공방
코로나19에 해외 전자제품 수요 ↓…무급휴직 진행 중
"한 기업의 생존 달린 사안…신중한 결정 해야할 것"
   
▲ 위니아대우 광주공장. /사진=위니아대우 제공


[미디어펜=권가림 기자]이달 '대우' 해외 상표권 사용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는 위니아대우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계약 만료가 되더라도 위니아대우는 오는 12월까지 기존에 생산한 제품을 판매할 수 있지만 새로운 제품에 대해서는 '대우'를 붙이지 못해 해외 판매에 브레이크가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장기화로 실적까지 악화되면서 '이중고'가 예상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위니아대우와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상표권 분쟁과 관련 오는 17일 두번째 재판이 열린다.

위니아대우의 해외 상표권 사용계약 만료는 이달까지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해 위니아대우에 기존 계약보다 사용료를 2배 가량 올리는 것 등을 재계약 조건으로 제시했지만 위니아대우가 재계약 여부를 결정하지 않자 영국, 중국 등 해외 업체에 상표권 계약 체결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 실무진간에도 타협을 이루지 못하자 결국 법정 공방으로 이어지게 됐다. 

위니아대우 변호인단은 이번 재판에서 46년 역사의 대우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해 수천억원을 투자한 점과 지난 2003년부터 포스코인터내셔널에 해외 상표권 사용료를 충실히 지급한 점 등 계약 갱신 기대권의 권원을 밝힐 것으로 관측된다.

위니아대우는 대우전자 시절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멕시코, 이란 등 중남미와 중동 가전시장에서 선전 중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1조2740억원을 기록했는데 해외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 이상이었다. 수출주도형 기업인 셈이다. 

위니아대우가 연간 최소 18억원의 사용료를 포스코인터에 지불하면서도 꾸준히 '대우' 브랜드를 유지하는 데는 이런 까닭이 있다. 하지만 재판이 장기화되고 사명 변경이 불가피해지면 새로운 브랜드를 해외 시장에 안착하기까지 수천억원의 비용과 시간이 투입돼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를 바꾼다는 것은 돈이 많이 드는 작업"이라며 "새로운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최소 수백억에서 최대 수천만원의 광고비가 집행돼야 하고 투자 규모에 따라 브랜드 조기 안착 여부가 갈라진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인수합병(M&A)한 대기업도 코로나19로 인한 불투명한 경영환경 탓에 사명 변경을 미루고 있는 마당인데 이 시점에 사명변경을 한다면 인지도를 올리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 대우전자 '탱크주의' 신문 광고. /사진=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제공


실적 개선을 이뤄야 하는 위니아대우의 부담도 커지게 됐다. 
  
위니아대우는 지난해 해외법인 구조조정과 중복 자산 매각 등을 통해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며 먹구름이 꼈다. 해외 지역의 전자 제품 유통망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데다 냉장고, 세탁기, 주방기기 등 주력 상품 생산기지인 멕시코 공장은 여전히 부분 가동 중이다. 멕시코에서는 지난해 매출 5700억원을 기록하는 등 전체 매출에서 비중이 가장 큰 지역이어서 올해 손실 규모는 클 것으로 보인다. 내수 역시 김치냉장고를 제외하고는 판매량이 예년에 못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위니아대우 관계자는 "코로나19 타격과 함께 재판도 어떻게 진행될 지 감을 잡지 못하고 있어 어려운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위니아대우는 올해 매출 감소가 예상됨에 따라 지난 4월부터 임직원을 대상으로 무급휴직을 받는가 하면 임원들이 급여의 20%를 반납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상태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위니아'로 매출을 유지할 수 있겠지만 동남아 등 해외에서는 아직 '대우' 인지도가 높아 타격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자본주의 시장에서 로열티를 통해 수익성 용도로 '대우'를 사용하는 포스코인터의 입장도 이해가 되지만 한 기업의 성장과 생존이 달려있고 상황이 상황인 만큼 신중하게 결정을 해야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