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이종배 사의 표명 카드까지 꺼냈지만 뾰족한 수 없어
"11:7 받고 실리 챙겨야 한다" vs "받지말고 여당 책임으로"
[미디어펜=손혜정 기자]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5일 176석 거대 의석수와 국회의장의 힘으로 결국 야당의 최후 견제 수단이었던 법제사법위원장직을 차지했다. 제1야당 미래통합당의 주호영 원내대표와 이종배 정책위의장은 법사위원장 사수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표명했지만 뚜렷한 묘책은 보이지 않는 것으로 관측된다.

민주당은 이날 통합당의 불참 속에서 단독으로 법사위원장을 비롯해 기획재정위원회·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보건복지위원회·외교통일위원회·국방위원회 등 6개 상임위 위원장 선출 표결을 강행했다.

앞서 양당은 박병석 의장이 말미를 준 '사흘' 동안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으며 당초 이날 오후 2시에 개의할 예정이었던 본회의를 오후 6시로 지연하기까지 했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15일 국회 본회의에서 법제사법위원장 등 6개 상임위원장 투표가 진행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나아가 박 의장은 6개 상임위원 명단 제출을 거부한 통합당 측에 위원직을 강제 배정하기도 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박 의장이 여야에 부여한 협상 기간은 '대국민용 생색내기'였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당초 법사위원장을 민주당이 가져가는 결과는 이미 내정돼 있었고 '노력한 흔적'만이라도 남기기 위한 움직임이었다는 지적이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의장을 향해 "중재안으로 국회에서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그 역할을 다하는 것을 모르는지 날짜만 정하고 있다"며 "국회의장이 정한 그 날이 오늘(15일)인데 오늘이 오기만 기다리는 것 외에 국회의장은 무슨 노력을 하셨다. 오늘이라도 국회의장의 역할을 하시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조경태 통합당 5선 의원도 16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박 의장이 여당의 눈치를 지나치게 보고 있다"며 "나약한 국회의장"이라고 작심 비판했다.

통합당은 본회의 및 원 구성 협상에 대한 보이콧, 원내대표 긴급 기자회견, 초선 의원들의 국회의장실 항의 방문, 국회 로텐더홀 항의 시위 등 원내에서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으로 저항했지만 의석수 열세를 반전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아울러 주 원내대표는 이종배 정책위의장과 함께 원내대표단 동반 사퇴라는 카드까지 꺼냈다. 또 상임위에 강제 배정당한 통합당 의원들은 이날 국회의장실을 항의 방문, 상임위원직을 일괄 사퇴하기로 했다.

   
▲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가 지난 15일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일각에선 통합당 측이 내놓을 수 있는 뾰족한 묘수는 많지 않다는 전망이다. 원내대표단에 대해서는 당내 의원들이 강력하게 사퇴를 만류하고 재신임을 결의해 주 원내대표가 수일 후 복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데다 통합당 의원들이 상임위 일정을 전면 거부하고 있지만 대국민 지지 호소와 여론적 환기 이외에는 달리 카드가 많지 않다는 지적이다.

최형두 통합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 "국회 내에서 지금 정부여당이 추진하고자 하는 법안들의 문제점, 또 예산의 문제점에 대해 국민들에게 낱낱이 다 밝힐 것"이라며 정부여당에 대한 국민적 알 권리를 강조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최 원내대변인은 협상을 가장한 '보이기용'으로 7개 상임위를 '주네마네' 하는 이야기는 의미가 없다며 "법사위를 그대로 빼앗아간다면 나머지는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당이 법사위 문제만 되돌리면 된다"고 덧붙였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도 '미디어펜'에 "차라리 민주당이 18개 상임위를 다 가져감으로써 국민들로 하여금 '민주당 너무하네' 소리가 나와야 한다"며 "그래야 야당이 국민 여론으로 힘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향후 국회 운영과 정무에 대한 책임도 민주당의 몫이 될 것이라는 의미에서다.

반면 당내에서는 '법사위원장을 내주고 실리를 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장제원 통합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법사위를 어느 당이 차지하느냐는 문제를 두고 국민 대다수가 우리 마음처럼 함께 분노해주시지는 않을 것"이라며 "법사위를 뺏기더라도 국토, 정무, 농림해양수산, 산자중소벤처, 노동, 예산, 교육 분야에서 주도권을 쥐자"고 주장했다.

   
▲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소속 국회의원들은 지난 15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민주당의 법사위원장을 포함한 6개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에 항의 하고 있다./사진=미래통합당
한 통합당 관계자도 '미디어펜'에 "7개 상임위원장을 받지 않고 가는 것은 당장 일시적인 감정적 반응이 될 것"이라며 "향후 국회 임기 4년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관계자는 "장 의원처럼 대놓고 주장하진 않지만 실리론을 추구하는 목소리가 원내에 있다"고 말했다.

성일종 통합당 의원도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실리론을 주장하는) 소수의 의견은 있었다. 한두 분 정도 있으셨고 당연히 그런 안도 검토해야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전략적으로 판단하는 대다수 의원은 법사위는 민주주의 원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하다는 데 거의 동의했다"고 '강경론'에 당의 무게 중심이 쏠려있다고 전했다.

한편, 통합당은 21대 국회에선 가능한 한 '장외투쟁'을 자제하고 원내 투쟁으로 돌파구를 모색하려는 상황이다. 통합당 관계자는 '미디어펜'에 지난해 황교안 전 대표 시절 자주 동원됐던 '장외투쟁' 방식은 고려 사항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미디어펜=손혜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