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이정후(22·키움 히어로즈)가 그 명성에 빛을 더할 멋진 장면을 연출해냈다. 생애 첫 끝내기안타를 때려낸 것이다.

키움 히어로즈는 17일 고척돔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홈경기에서 4-3으로 이겼다. 그 과정이 험난했다. 선발 최원태가 6⅔이닝 3실점으로 호투했지만 타선이 제때 터지지 않아 7회까지 2-3으로 끌려갔다.

키움의 역전 희망을 살린 것도, 승리를 결정지은 것도 모두 이정후의 활약 덕이었다. 3번타자 우익수로 출전한 이정후는 이날 5타석 4타수 4안타 1볼넷 2득점 1타점 맹활약을 펼쳤다. 

2-3으로 뒤진 8회말에는 선두타자로 나서 우익수 옆으로 향하는 2루타를 치고나가 김하성의 적시타로 홈을 밟으며 3-3 동점 득점을 올렸다.

사실 동점 추격을 하긴 했지만 이후 키움은 공격이 전혀 매끄럽게 풀리지 않았다. 8회말 이어진 공격 무사 1루에서 박정음이 번트 실패를 하면서 포수 파울플라이 아웃됐고, 이 때 기습적으로 태그업해 2루를 노렸던 김하성도 롯데 포수 김준태의 호송구에 걸려 아웃되고 말았다. 곧이어 김혜성의 2루타가 터져나왔으니 결과적으로 보내기 번트 실패와 주루사는 역전 기회를 날린 셈.

9회말에도 키움은 좋은 기회를 잡았지만 번트 실패로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선두타자 박준태의 볼넷과 서건창의 기습번트 안타로 무사 1, 2루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전병우의 번트가 투수 정면으로 향하면서 2루주자 박준태가 3루에서 포스아웃됐다. 1사 2, 3루를 기대했던 희생번트가 실패하면서 그대로 1사 1, 2루로 발이 묶인 것.

여기서 이정후의 타석이 돌아왔다. 끝내기 찬스가 이어지긴 했지만 잇따른 번트 실패로 덕아웃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던 상황.

   
▲ 사진=키움 히어로즈


이정후는 아랑곳하지 않고 이인복의 투구를 기술적으로 받아쳐 전진수비를 하던 좌익수 키를 훌쩍 넘기는 끝내기안타를 작렬시켰다.

이날 키움은 타선이 허전했다. 극심한 타격 슬럼프에 빠진 박병호가 잔부상까지 겹쳐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아무리 타격 부진에 빠졌다고 해도 주포 박병호가 타선에 있고 없고의 차이는 분명 있다. 

이정후는 홀로 4안타 맹타를 휘몰아치며 팀 타선의 허전함을 메웠고, 동점 발판 2루타에 끝내기 안타까지 때리는 원맨쇼를 펼쳤다.

당연히 기쁨이 컸을테지만 이정후의 경기 후 소감은 의의로 차분했다. 방송 인터뷰에서 이정후는 팀 2연패를 끊는 좋은 타점을 올려 기쁘다고 담담하게 소감을 밝혔다.

이어 이정후는 하고 싶은 말을 보탰다. "생애 첫 끝내기 안타를 쳤는데 팬들의 환호가 없어 아쉬웠다"고 했다.

코로나19로 인해 프로야구는 무관중 상태로 경기가 계속되고 있다. 한때 확진자가 줄어 관중 입장 기대감도 생겼지만, 최근 다시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관중 입장은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관중이 가득 들어찬 경기장에서 끝내기안타를 때리고 팬들의 환호 속 동료들의 축하를 받는 것. 프로야구 선수라면 누구가 한 번쯤 맛보고 싶은 감격적인 순간이다. 이정후는 데뷔 4년차에 첫 끝내기안타의 짜릿함을 맛봤지만 무관중 속 그 감격이 절반으로 줄었다.

아쉬움은 남았지만 이정후는 이날 4안타로 타율을 3할7푼9리로 끌어올려 타격랭킹 3위로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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