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국제 화물 운송으로 눈 돌려
항공학 교수 "기체·조종사 현상 유지 측면 있지만 출혈 경쟁 우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글로벌 코로나19사태의 여파로 국내 대형항공사(FSC)들이 국제선과 화물 운송에 집중하는 사이 저비용항공사(LCC)업계는 국내선을 연달아 재개해 정반대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런 가운데 LCC 업계 내 재차 치킨게임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 지상조업을 받는 대한항공 A330 여객기./사진=대한항공

2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한항공은 지난 3월부터 운항을 끊은 여수 착발 노선을 정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에 따라 하반기 중 여수공항에서도 철수한다는 방침이다. 48년만이다.

대한항공은 1972년 5월부터 김포-여수 노선에 취항한 이래 여수-제주 노선을 포함, 총 2개 노선을 운영해왔으나 KTX와의 경쟁에서 밀린 탓에 연간 수십억원대의 적자를 봐왔다.

이와 같이 국내선을 정리하는 사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화물운송에 신경 쓰는 모양새다.

업계 특성상 항공기를 공항에 세워둘 경우 비용이 계속 발생한다. 이에 점보기를 운영하는 두 항공사는 궁여지책으로 여객기 하부 공간에 탑재하는 항공 화물이라도 실어나르고자 벨리 카고(belly cargo) 영업을 하고 있다.

실제 대한항공은 여객기를 화물기로 활용해 베트남과 중국, 유럽 등지로 보내고 있으며, 일부 운항편에는 국산 농산물을 싣기도 했고, 지난 11일 시카고행 KE037편에 최초로 카고 시트 백(cargo seat bag)을 장착했다. 기내 좌석에도 짐을 적재할 수 있도록 조치한 것이다.

   
▲ 아시아나에어포트 직원들이 아시아나항공 화물기에 대한 지상조업을 하는 모습./사진=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 또한 국제 항공화물 초과 수요에 대응하고자 벨리 카고 운항에 한창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객실 좌석에도 짐을 싣는 방안은 시행하고 있지 않으나, 정비본부 등 유관 부서들과 내부 검토 중이라는 게 홍보실 관계자 전언이다.

   
▲ 진에어·제주항공·이스타항공·에어서울·티웨이항공·에어부산 로고./사진=각 사

이와 같이 FSC들이 해외로 나가는 반면 LCC의 경우 국내 노선 개설에 총력을 다하는 등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제주항공은 지난 19일 김포-광주 노선에 대해 주 4회 운항하며 유류할증료·공항시설사용료 등을 포함해 1만5900원에 제공한다고 공지했다. 또 업무 목적 출장객의 이동편의를 높이고 국내여행 활성화를 위해 지난 4월부터 김포-여수, 여수-제주 노선에 운항을 시작해 현재 각각 주 9회, 주7회 운항하고 있다.

진에어는 지난달 19일부터 여수 노선에 취항했고, 내달 16일까지 운영되는 김포-여수, 여수-제주 노선을 대상으로 편도총액 운임 기준 각각 1만4900원, 1만900원에 판매한다고 발표했다.

티웨이항공의 경우 △김포-제주 △대구-제주 △광주-제주 △청주-제주 등 4개 노선 티켓을 편도 총액 기준 99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에어서울의 경우 지난달 27일부터 이달까지 김포-제주 노선 항공권을 주 1회 편도총액 5900원에 내놓는 등 문자 그대로 파격가를 선보이고 있다.

LCC 업계가 소위 '폭탄 세일가'에 국내 항공권을 판매하는 이유는 전세계적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 된 것에 기인한다. 해외에서는 아직도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는 탓에 수요가 없어 여객기를 띄울 수 없고, 국내에서는 3월과 4월 대비 다소 잠잠해졌다는 분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LCC 업계의 피 튀기는 경쟁이 일본·동남아시아 노선 공급 과잉을 연상케 하며, 결국 치킨게임으로 치닫게 될 것이라는 평가도 존재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항공학 관련 교수는 "현재 LCC 업계가 항공기를 띄우는 것은 기체와 조종사들의 현상 유지를 위한 측면도 있다"면서도 "이유야 어쨌건 간에 결과적으로 저가 출혈 경쟁을 또 다시 벌이게 된 점은 상당히 우려스러우며, 이에 따라 업계 일부 회사들이 도산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