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경유·항공유 크랙↑…OSP 상승·2차 팬데믹 우려
설비 신·증설 규모, 수요 증가폭 하회…수급밸런스 개선
[미디어펜=나광호 기자]정제마진이 3월 둘째주 이후 처음으로 플러스로 돌아선 가운데 향후에도 공급과잉 우려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6월 셋째주 정제마진은 배럴당 0.1달러로, 전주 대비 0.5달러 오르면서 13주 연속 이어진 마이너스 행진을 마감했다.

국제유가 회복 국면에서도 이같은 반등이 가능했던 것은 휘발유·경유·항공유 등의 크랙이 향상된 덕분으로 풀이된다.

국내 정유사들의 손익분기점(BEP)이 배럴당 4.5달러 상당이라는 점에서 아직 거리가 있으나, 수요 회복 전망 및 미국 유정 감소 등 공급과잉 우려가 줄어든 점도 언급됐다.

   
▲ 원유 채굴장면./사진=한국석유공사


이에 따라 업계는 3분기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유가가 오르는 데 따른 재고평가이익과 정유부문 영업이익 반등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설비 신·증설에 따른 공급 확대가 수요 증가폭을 따라잡지 못하는 등 수급밸런스 악화로 인한 어려움은 덜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상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부터 2022년까지 순증설규모는 일일 90만배럴 수준으로, 연평균 수요 증가(100만배럴)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유가 급락 및 마진 악화 등으로 석유산업 전반의 축소와 더불어 코로나19발 수요 충격에 대한 기저효과를 감안한 것으로, 수급밸런스 개선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락다운(봉쇄) 조치 완화로 휘발유 수요가 일일 800만배럴을 넘어서는 등 상승세를 그리고 있으며, 중국 내 자동차 판매량도 늘어나고 있다.

   
▲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SK이노베이션 오클라호마 광구·GS칼텍스 여수공장·에쓰오일 RUC 전경·현대오일뱅크 고도화 시설/사진=각 사


한 애널리스트는 사우디의 원유 공식 판매 가격(OSP) 인상 발표를 공급과잉 해소의 시그널로 봤다. 4~6월에는 점유율 확보를 위해 이를 대폭 낮췄으나, 석유수출국기구 및 산유국 연대체(OPEC+)가 감산에 잠정합의한 직후 이같은 조치를 단행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벙커C유의 경우 3분기에도 손익분기점에 이르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를 사고 있으며, 항공유 역시 수요 회복이 미지수라는 반론도 일고 있다. 2차 팬데믹이 현실화되면 재차 충격이 가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유사들의 영업이익 중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석유화학사업의 스프레드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도 고려 대상으로 꼽힌다.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원료값 인상으로 납사크래커(NCC) 수익성 하락도 점쳐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일정 액수를 돌파할 경우 다시금 생산량이 증가하는 등 낙관적인 전망은 이르다"며 "OSP 인상이 실질 정제마진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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