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예금 잔액 두 달 사이 8조5000억원 이탈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이 대거 이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최근 두 달 사이 약 8조5000억원이 빠져나갔다. 초저금리 기조로 은행의 수신상품 금리가 0%대에 머물면서 정기예금이 더이상 투자처로의 기대치에 못 미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정기예금을 대신할 마땅한 투자처가 생기면 언제든 돈을 찾을 수 있는 요구불예금이나 증권시장으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 앞으로 정기예금 금리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커 이 같은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이 최근 두 달간 약 8조5000억이 줄었다. 실제로 3월 652조3277억원이던 정기예금 잔액은 4월 649조6198억원으로 줄었다. 5월 잔액은 643조7699억원이다.

초저금리가 본격화하면서 은행의 예적금 금리가 0%대에 진입하면서 자금이 대거 이탈한 것으로 분석된다. 은행에 돈을 묻어놓아 봐야 실제 손에 쥘 수 있는 이자가 몇 푼 안돼 정기예금이 더이상 투자처로의 기대치에 못 미친다는 얘기다.

현재 시중은행의 1년만기 정기예금의 금리는 연 0.5~0.9% 수준이다. 실제로 최고 0.9%의 금리를 적용해 1000만원을 예치했을 경우, 이자소득세(15.4%)를 제외하고 1년 만기 후 이자 실수령액은 7만6140원에 불과하다.

정기예금 잔액이 줄어든 반면 5대 시중은행의 5월 요구불예금 잔액과 증권시장으로 흘러들어간 자금은 늘었다. 요구불예금은 수시입출식 예금과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MMDA) 등으로 언제든 현금화가 가능한 부동자금을 뜻한다.

5월 시중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558조1900억원으로 전달(534조6232억원)에 비해 23조5668억원 늘었다. 요구불예금이 증가한 것은 사실상 제로금리에 가깝지만 마땅한 투자처를 찾으면 언제든 돈을 찾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개인투자자의 주식시장 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이달 중순 48조2000억원으로 최고치를 찍었다.

은행권의 관계자는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등의 영향으로 은행의 수신상품 금리가 하락하면서 정기예금 잔액이 큰 폭으로 줄었다”며 “최근 주식시장이 빠르게 회복되면서 증권계좌로 자금이 흘러간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 규제 등으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어렵게 되면서 시장은 관망하면서 새 투자처를 발견하면 언제든 돈을 찾을 수 있도록 대기성 자금이 늘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