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상임위원장 다 가져가라" 김태년 "양보할 만큼 했다"
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나..."김태년 협상 먹힐 타입 아니다"
"민주는 둘째 치고 더불어 가치도 실종" 통합당 비판 거세
[미디어펜=손혜정 기자]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의 '승부수'에 원 구성 결단 몫이 더불어민주당 손에 달려있는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 측이 여전히 '답은 정해져있다'는 태세를 보이고 있어 '의회민주주의'에 대한 거대여당의 의지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관측이다. 

현재 전국 사찰을 돌아다니고 있는 주 원내대표는 이미 "민주당이 18개 상임위원장 다 가져가라"며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상임위원회에 들어가서 싸우겠다"고 밝힌 바도 있다.

주 원내대표는 정부여당 권력에 대한 최후의 견제 장치였던 법사위원장을 야당 몫으로 되돌리지 않는 한 나머지 상임위원장은 대여 관계에 있어서 사실상 무력하다는 인식인 것으로 보인다.

   
▲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지난 20일 충북 보은군에 위치한 속리산 법주사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김성원 미래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 제공

아울러 주 원내대표의 판단에는 협상 파트너인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의 '협상 방식'도 작용했을 것이라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회 관계자는 '미디어펜'에 "(주 원내대표가) 김 원내대표는 이인영 전 민주당 원내대표와 달리 협의의 여지가 전혀 먹히지 않을 스타일이라는 걸 알고 있을 것"이라며 "민주당이 원하는대로 모든 상임위원장직을 가져가고 국정운영 책임도 전적으로 그 당이 지게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도 '미디어펜'에 "상임위원장 몇 개 가져가는 걸로는 실리를 추구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향후 국정 실책에 대한 책임을 민주당에 물고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민주당도 만만치 않은 강경 태세다. 민주당은 오는 26일 원 구성을 마무리하겠다며 23일 '본회의 소집 비상 대기령'을 내렸다.

민주당은 이번 주 내에 주 원내대표의 복귀와 협상이 불투명해질 경우 여당이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갖는 방안 쪽으로 무게를 싣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심사를 위한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선출 등도 고심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은 통합당에 양보할 만큼 양보를 하고 기다릴 만큼 기다려다"며 "결과에 책임지겠다. 6월 추경을 마무리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에 즉시 돌입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민만 바라보고 국민과 함께 책임여당이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영호 민주당 의원도 '미디어펜'에 "법사위원장에 대한 통합당의 주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면서도 "이미 법사위원장이 선출된 이상 통합당이 빨리 인정하고 들어와야 한다"고 말했다.

   
▲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사진=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민주당 의원도 이날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민주당이 남은 상임위원장직을 자당이 모두 가져갈 가능성에 대해 "당내 상당한 지지가 있다"면서 "11대 7이거나, (상임위) 18개를 다 가져가도 결국 우리가 정부여당으로 무한 책임을 지는 것(은 똑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위법은 아니다'라는 명분으로 이런 상황들을 밀어붙이는 것에 대해 지나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일하는 국회'와 '위법만 아니면 된다'라는 표면적 명분으로 '법'이 갖고 있는 '최소성'으로부터의 상호 자율성, 관계의 예의를 허물어 궁극적으로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통합당의 한 관계자는 '미디어펜'에 "'더불어민주당'에는 '민주'가 없는 건 둘째 치고 '더불어'의 가치도 없다"며 "'더불어'라는 건 어느 정도 서로 손해도 감수하고 예의도 지키면서 함께 가자는 의미 아니었나"라고 꼬집었다.

이어 관계자는 "법이라는 건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에서 서로 보호하는 최소한의 것이고 규율인데 이는 집주인이 월세 하루 밀린 임차인에게 '돈 안 냈으니 바로 나가라' 사회로 만드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미디어펜=손혜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