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영업권 침해” vs 조합 “생존권 위협”…입장 팽팽 

홈플러스 세종점이 지역 중소상인들의 반발에 부딪혀 결국 개점이 연기됐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세종시 개점을 위해 그동안 4차례에 걸쳐 세종시 서남부슈퍼마켓사업협동조합과 사업 조정을 진행했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 홈플러스

홈플러스 세종점은 정부세종청사 인근 어진동에 지하 2층, 지상 3층 규모(2만6890㎡)로 이날 개점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인구가 13만5천명에 불과한 세종시에 대형마트가 잇따라 출점하면 생존권을 위협받게 된다면서 조합 측은 지난 9월 중소기업청에 사업조정을 신청했다. 이에 중기청은 지난달 30일 홈플러스 세종점에 사업개시 일시정지 권고를 내렸다.

개정 유통산업 발전법에 따르면 대형마트는 개점 시 반경 3km 이내의 상인들과 가격할인, 영업시간 및 휴무일 조정 등에 대해 반드시 상생협의를 진행해야 한다. 반경 1km에 있는 상인들은 대형마트에 개장 철회 등 사업조정 신청을 할 수 있다.

조합 측은 세종시와 정부에 인구 규모에 따라 대형마트 개점을 제한하는 총량제 조례 제정과 함께 △일요일 의무 휴업 △식자재 영업 자제 △폐점시간 오후 8시 제한 △배달 가능 물품 구매액 하한선 조정 등 각종 영업권 제한을 요구했다.

사업조정 과정에서 공식 제기된 조건 이외에도 상생기금 등을 둘러싼 양측의 합의도 쉽지 않았다. 조합 측은 3차례 자율조정 회의에서 진전이 없자 지난 5일로 예정됐던 4차 자율조정 회의에 불참했다.

협동조합 측은 “홈플러스가 상생발전 방안을 제시하지 않고 영업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홈플러스 측은 전통시장과의 거리가 최소 6km이상 떨어져 있어 상생협의 대상이 아니고, 이미 5년 전에 부지를 매입한 상황에서 1년 전 들어온 슈퍼조합의 영업권 침해 우려와 사업 조정 신청은 과도하다는 입장을 보이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다만 중기청의 권고를 수용해 일단 개점을 연기하고 조합과 추가 협의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중소 슈퍼마켓과 갈등 속에 빚어진 홈플러스의 개점 연기는 다른 대형마트의 출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는 12월 중 세종시 첫마을 인근 가람동 S-2생활권에, 하나로마트는 내년 5~6월경 세종시에 출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디어펜=신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