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안기금 신청 공고 다음달로 연기…조건 까다로워 지원 대상 찾기 난망
[미디어펜=이동은 기자] 코로나19로 자금난을 겪는 기간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 가동이 한 달 넘게 늦어지면서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까다로운 조건으로 인해 신청할 수 있는 기업이 많지 않고 1호 기업으로 유력했던 대한항공도 실적이 개선되면서 지원이 급하지 않다는 전망이다. 

   
▲ 사진=KDB산업은행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KDB산업은행 산하 기안기금 운용심의회는 지난 25일 열린 5차 회의에서도 신청 공고와 채권 발행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심의회는 당초 이달 중으로 신청 공고를 내고 지원 기업을 선정해 자금 집행까지 실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다섯 차례 회의를 개최했음에도, 논의가 길어지면서 일정이 다음 달로 미뤄졌다.

일정이 늦어지는 것에 대해 까다로운 기금 지원 조건 탓에 신청할 수 있는 기업이 많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기안기금의 지원 업종은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항공과 해운업으로, 추후 금융위원회가 추가로 업종을 지정할 수 있다. 해당 업종 가운데 총차입금 5000억원 이상, 근로자수 300명 이상인 기업이 신청할 수 있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기업들이 자금 수요 등을 면밀히 파악하다보니 고민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며 “제도를 처음 시행하는 과정에서 심의회 위원들이 토론을 하면서 늦어진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지원을 받은 기업은 기금지원 개시일부터 6개월간 근로자수를 최소 90% 이상 유지해야 하며, 자금지원 기간 중 이익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할 수 없다. 또 기업들이 정상궤도로 돌아오면 전환사채 등을 주식으로 전환해 이익을 공유해야 한다. 

이처럼 지원 조건의 문턱이 높고, 지원을 받더라도 고용유지, 이익공유 등의 부담이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신청에 나서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호 지원 기업으로 예상됐던 대한항공도 화물 운송 등을 통해 실적이 개선되면서 기안기금이 필요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에 대해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전날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기안기금 신청 공고를 못 낸 것이 아니라 아직 안 낸 것이다”며 “기안기금은 1차 방어선인 135조원의 금융안정프로그램에 이은 2차 방어선으로 1차에서 방어가 되면 40조원을 다 쓸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한항공이나 저비용항공사(LCC) 등 기업들이 산업은행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으면 굳이 기안기금까지 갈 필요가 없다”며 “법에 (차입금과 근로자 등) 조건을 두겠다고 했기 때문에 지원 조건을 바꾸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동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