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호텔 출신 최태영 르메르디앙 대표의 '신라 되기' 결과, 맛과 외양 예상대로 매우 유사
향후 업그레이드 내놓을 예정...줄 서지 않고 주말에 강남 선호한다면 르메르디앙 대안 될수도
   
▲ 르메르디앙서울에서 판매하는 애플망고빙수. 서울신라호텔과 매우 유사하다. 다만 보석함을 연상시키기 위해 사각형의 뚜껑에 서빙된다../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르 메르디앙서울(르메르디앙호텔)이 지난달 29일 출시했다고 알린 '저온숙성 제주 애플망고 빙수'가 출시하자마자 신라호텔의 애플망고 빙수와 너무나 똑같아 '모방' 논란에 휩싸였다. 

신라호텔 애플망고빙수는 2008년 처음 선보인 이후, 호텔 빙수의 원조이자 스테디셀링으로 자리 잡았다. 

다른 호텔들도 수많은 빙수를 출시했고, 태국산, 대만산 망고 빙수 등을 출시했지만 신라호텔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그러나 르메디앙호텔은 빙수의 차별화보다 아예 '베끼기'를 자초했다. 제주산 애플망고를 사용한 호텔은 있었지만, 르메르디앙호텔처럼 노골적으로 신라호텔과 유사한 빙수를 출시한 경우는 처음이다. 

한편 다른 호텔들은 신라호텔과 유사한 망고 빙수를 내놓고 싶어도, '원가'를 맞출 수가 없었기 때문에 비슷하게라도 만들 수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그만큼 신라호텔의 애플망고빙수는 '원가 구조가 매우 높은 제품'이며 신라호텔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빙수인 것이다. 어쩌면 신라호텔 애플망고빙수와 비슷한 퀄리티에 가격까지 낮춘 르메르디앙호텔을 대단하다고 봐야하나. 직접 가서 먹어보기로 했다. 

신라호텔 출신 최태영 대표, 애플망고빙수 개발에 직접 관여

르메르디앙호텔의 애플망고빙수가 신라호텔과 유사하게 나온 배경은 신라호텔(서울, 제주) 총지배인 출신인 최태영 르 메르디앙 서울 대표이사의 영향이 컸다. 최 대표가 신라호텔에 재직할 당시 애플망고빙수가 처음으로 출시됐다. 그는 신라호텔 애플망고빙수의 출시 과정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르메르디앙호텔에서도 최 대표는 직접 재료를 선별하고 팥도 먹어보며 출시 과정을 진두지휘했다. 

르메르디앙호텔 관계자는 "수많은 과일을 대상으로 빙수 테스트를 해봤는데, 망고만 한 과일이 없었다"라며 "대만산과 태국산 등 여러 빙수를 테스트했지만, 원가가 비싸도 제주산 애플망고가 가장 좋았다"라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최 대표는 팥도 중국산 등 여러 개를 직접 테스트했지만, 국산이 가장 좋다고 평가했다"라고 전했다. 

르메르디앙호텔의 애플망고빙수는 로비 라운지인 '래티튜드37'에서 주로 판매된다. 그뿐만 아니라 수영장, 야외 공간인 '파크 바', 갤러리에 있는 '미드 센추리' 등에서도 판매된다. 서울신라호텔에서는 로비 라운지인 '더라이브러리'에서만 판매한다. 

   
▲ 르메르디앙서울 라운지에서 애플망고빙수를 시키자 스푼2개와 그릇 2개, 물티슈 등을 제공한다. 테이블 세팅이 매우 단순하다./사진=미디어펜


르메르디앙호텔에서 판매하는 애플망고빙수의 가격은 5만3000원이다. 서울신라호텔이 애플망고빙수를 현재 5만9000원에 판매하는 것보다 소폭 저렴하게 책정했다. 

'래티튜드37'에서 애플망고빙수를 주문하자 스푼 2개와 작은 그릇 2개, 물티슈 등을 세팅했다. 면으로 된 냅킨 등은 제공하지 않았다. 10여 분 지나자 사각형의 상자 안에 애플망고빙수를 담아 서빙되었다. 

보석함 연상시키기 위해 사각형 뚜껑 도입, 그릇도 국내서 제작 의뢰

이물질 차단과 보석함을 연상시키기 위해 사각형의 상자를 도입하게 됐다고 호텔 측은 설명했다. 신라호텔은 원형의 뚜껑에 담아 애플망고빙수를 제공한다. 

르메르디앙호텔 관계자는 "애플망고빙수를 위해 처음부터 트레이와 뚜껑이 일치되게 제작되어 이물질이 들어갈 틈을 주지 않았다"라며 "반면 신라호텔의 경우 트레이와 뚜껑이 일치하지 않아 이물질이 들어가는 일이 종종 발생하는 걸로 안다"라고 말했다. 

외양은 정말 신라호텔의 애플망고빙수와 매우 유사했다. 


큼직큼직하게 잘린 망고의 모양뿐 아니라 눈꽃우유 얼음을 꼭대기에 올린 것도 거의 똑같았다. 빙수 안에 들어있는 망고퓨레도 같았다. 

사이드로 제공되는 팥 앙금과 망고 셔벗도 같다. 특히 사각형 모양의 그릇까지 신라호텔과 유사했다. 

이에 르메르디앙호텔 관계자는 "사진으로 봤을 때는 유사하게 보이지만, 셰프가 애플망고빙수 그릇을 만들기 위해 쿠킹호일로 직접 작업 해서 국내 제조업체에 제작을 의뢰했다"라며 "반면 신라호텔의 그릇은 태국에서 수입해서 사용하는 거로 안다'라고 말했다. 

모양뿐 아니라 맛도 신라호텔 애플망고빙수와 거의 같았다. 애플망고 2개가 들어갔다고 하는데 양이 좀 작아 보이기는 했지만, 맛과 식감이 거의 유사했다. 

   
▲ 르메르디앙서울의 애플망고빙수. 팥과 망고 셔벗도 신라호텔과 거의 동일하다./사진=미디어펜


맛과 외양 서울신라호텔과 매우 유사하지만, 라운지 서비스와 분위기는 못 따라가

주변에서 애플망고빙수를 먹은 다른 고객들도 신라호텔과 똑같다고 한목소리였다. 다만 라운지의 분위기는 서울신라호텔이 절대적인 압승이다. 편안한 분위기와 남산 뷰, 수준 높은 직원들의 서비스는 서울신라호텔이 최고이다. 

르메르디앙호텔은 이번에는 신라호텔과 유사한 애플망고빙수를 냈지만, 조만간 업그레이드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했다. 신라호텔 애플망고빙수를 넘어서는 제품을 내놓겠다는 각오다. 

호텔 관계자는 "신라호텔의 애플망고빙수는 출시 이후 거의 업그레이드가 없었다"라며 "이에 대한 고객들의 피로감도 있어 보이며, 르메르디앙호텔은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를 통해 오리지널을 넘어서는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신라호텔의 애플망고빙수를 넘어서려는 호텔들의 도전이 끊이지 않았다. 모두 '신라 되기'를 갈망했다. 그러나 연구개발의 부족과 원가, 상도의 등 여러 이유로 신라호텔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그나마 르메르디앙호텔은 높은 원가를 감수하고 신라호텔과 거의 흡사한 애플망고빙수를 판매했다. 이를 짝퉁이라고 봐야 할지, 높이 평가해야 할지 모를 일이다. 르메르디앙호텔에 신라호텔 출신이 많아, 신라호텔 모방심리가 있어서 이런 걸 내놓은 것인지 모른다.           

형보다 나은 아우는 없다고 했던가. 르메르디앙호텔의 애플망고빙수는 분명 신라호텔의 카피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다만 위로를 하자면 신라호텔과 똑같이 만드는 거 자체가 어려웠을 것이라는 점이다. 대충 빙수를 만드는 호텔들도 얼마나 많은가. 신라호텔의 애플망고빙수를 먹기 위해서는 평일에도 대기를 해야 할 정도로 고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주말에는 아예 판매하지 않는다. 

신라호텔과 유사한 빙수를 줄 서지 않고 먹을 수 있고, 주말에도 먹을 수 있고, 강남 지역을 선호한다면 르메르디앙호텔으로 가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