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간 합병 제한 규제·코로나19가 매각 발목
동일 대주주 3개 이상 저축은행 소유 금지
[미디어펜=김하늘 기자] 일본계 JT저축은행이 인수합병(M&A) 시장에 깜짝 대어로 등장했다. 

이미 10여개의 저축은행이 매물로 장기간 표류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자산 규모 1조원대의 JT저축은행은 알짜 매물로 분류돼 업계의 주목을 한눈에 받고 있다. 

다만 매각을 둘러싼 각종 규제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불어닥친 경제 불황 등이 발목을 잡아 실제 매각까진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 사진=JT저축은행


3일 일본계금융지주사인 J트러스트그룹은 JT저축은행 지분 100% 전부를 매각하기로 하고, 잠재적 매수 후보자에게 투자설명서를 보냈다. 매각 자문사는 김앤장 법률사무소로 알려졌다. 

2015년 예아름상호저축은행을 인수한 J트러스트그룹은 사명을 JT저축은행으로 변경했다. 

인수될 당시 자산 규모가 7547억원에 불과했던 JT저축은행은 지난 1분기 기준 1조3897억원으로 몸집이 두배 이상 불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93억원에서 314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업계에선 JT저축은행의 인수예정가를 2000억~300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탄탄한 수익성을 밑바탕에 둔 JT저축은행은 올해 1분기 기준 기업대출 57.66%, 가계대출 40.70%를 기록하고 있어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까지 보유했다. 그러나 이같은 JT저축은행도 업계 내에선 인수희망자를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 간 M&A 금지와 같은 규제가 저축은행사들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내에선 JT저축은행을 M&A 시장 대어로 생각해 군침을 흘리곤 있지만 현실적 여건을 고려했을 때 인수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현행 제도 하에서는 저축은행 간 합병이 제한되고 있다. 또한 동일 대주주가 3개 이상 저축은행을 소유하는 것도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코로나19 사태 이후 어려워진 금융 시장 역시 매각의 발목을 잡고 있다. 코로나19로 국민들의 생활이 전반적으로 어려워지며 대형 저축은행들의 여신 연체율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실제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올해 1분기 말 기준 저축은행의 총여신 연체율은 4.0%로, 지난해 말 대비 0.3%포인트 늘었다. 특히 코로나19로 취약 중기·소상공인에게 제공됐던 대출만기 연장과 이자상환 유예가 오는 9월부터 종료됨에 따라 하반기에 연체율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돼 매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JT저축은행 자체는 업계 M&A 시장에서 알짜 매물로 꼽히지만 각종 규제와 코로나19 이후 업계에 불어 닥친 어려움 등으로 인해 단기간 매각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업계 내에서 매각이 이뤄지기 보단 사모펀드 등으로의 인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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