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이 찜했다는 당외 대권주자 이야기에 김동연 홍정욱?
당내에선 "윤석열은 그렇다쳐도 김동연?" "수수께끼 놀이"
의석수 열세로 어수선한 당내 분위기, 대망론으로 여론 환기?
[미디어펜=손혜정 기자]의석수 열세를 실감하고 있는 미래통합당이 벌써부터 '김종인의 간택전'으로 대권 흥행을 가속화하려는 분위기다. 당에 대한 여론 환기로써 돌파구를 모색하려는 방편으로도 풀이된다.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19일 초선모임에서 대선주자에 대해 언급하며 "백종원 씨(54·요식업 사업가·방송인) 같은 분은 어떠냐"고 말해 여의도 정가를 한 차례 들썩이게 한 바 있다. 이에 박수영 통합당 의원은 "(대선 후보를) 찾기가 어려우니 당내 후보들에게 분발하라는 뜻 아닌가 생각한다"고 해석했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이사를 시작으로 때이른 '대망론'을 띄우기 시작한 김 위원장은 이에 그치지 않고 오는 11월 보수야권의 대선후보가 등장할 것이라고 운을 떼 더욱 불을 지피고 있다.

김 위원장은 1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도 "당 밖에서도 꿈틀거리는 사람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선에 출마하고 싶으면 빨리 좀 튀어나오라. 튀어나와서 선을 보여야 한다. 대권에 욕심이 있으면 뚜렷한 비전을 갖고 용감하게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 김종인 통합당 비대위원장./사진=미래통합당

아울러 지난 2일 기자단 오찬 간담회에선 "이름을 말할 수는 없지만 어떤 자격을 갖춘 사람이 후보로 나설지 머릿속에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격 요건'에 대해선 김 위원장이 통합당 비대위로 합류하기 전부터 '경제통 대선후보'를 강조하고 있어 '경제 전문가'를 염두에 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나아가 김 위원장은 간담회에서 "염두에 둔 후보는 비(非)영호남 출신이고, 대선 도전 경험도 없다"며 "아직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히진 않았지만 그럴 의향은 충분히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또 "대권 후보로 염두에 둔 사람은 현재 공직에 있지 않다"고도 했다.

이후 김 위원장이 통합당 합류 전 당외 인사 두 명을 접촉해 대권 도전 의사를 타진했다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김 위원장이 낙점한 대권후보에 대한 추측성 여론은 점점 더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정치권에서는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홍정욱 올가니카 회장 겸 전 새누리당 의원, 이국종 아주대 의료원 외상연구소장 등을 거론하고 있는 눈치다. 또 꾸준히 야권 대선주자로 떠오르는 윤석열 검찰총장은 이미 당내에서도 많은 이야기가 오가는 분위기다.

다만 지난 2일 통합당 비대위 회의 직후 '이국종 교수를 대권주자로 어떻게 보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김 위원장은 다소 놀랐다는 표정을 지으며 "난 그런 거 모르겠다"라고 답했다.

또한 윤 총장 대망론과 관련, 통합당의 한 중진 의원은 '미디어펜'에 "윤석열 대권후보 건에 대해선 사석에서 설왕설래 수준"이라고 말해 당내에서 윤 총장에 대한 적지 않은 이야기가 오가고 있음을 암시했다. 그러면서도 중진 의원은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진지하게 논의하는 수준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 (왼쪽부터)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홍정욱 올가니카 회장 윤석열 검찰총장./사진=연합뉴스 및 페이스북

김 위원장도 이날 기자단 오찬 간담회에서 "윤 총장은 검찰총장을 그만 둔 뒤 뜻이 있다고 하면 그때 가서 봐도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윤 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 덕분에 지지도가 계속 오른다"며 "우리나라 사람들은 핍박받는 사람을 동정하는 경향이 있는데 자꾸 저쪽(더불어민주당)에서 그러면 진짜 후보로 만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직 '보류'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대중적 인지도 및 지지도를 감안해 후보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지는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당내에서 김동연 전 부총리와 홍정욱 회장을 주목하는 이유로는 김 위원장이 최근 김 전 부총리에게 대권 도선 의자를 타진했다는 이야기가 돌면서 부터다. 1970년생 홍 회장도 물망에 올랐다는 관측도 꾸준히 당내에서 제기되고 있었다. 특히 김 전 부총리는 4.15 총선을 앞두고 여야 양 진영에서 인재영입으로도 수차례 거론된 바 있다.

다만 통합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미디어펜'에 김 전 부총리에 대해 "원래 이명박·박근혜 정부 요직을 거쳤고 현 정부 소득주도성장론과 거리를 둔 인물이긴 한데 그렇다고 딱히 문재인 정부와 뚜렷한 대립각을 세운 사람으로 보기도 어렵다"며 "'재전향'의 절차도 없이 대권 후보로 언급되는 건 너무 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의 상임위원회 석권으로 통합당 내 분위기가 어수선한 가운데 김 위원장의 '킹 메이커' 이슈가 불거지자 당내에선 다소 우려 섞인 목소리가 제기되기도 했다.

장제원 통합당 의원은 지난 3일 페이스북을 통해 "김 위원장께서 '두 명의 대권 후보가 당 밖에서 꿈틀거리고 있다'라고 했다고 한다. 두 분이 얼마나 대단한 분인지 모르겠지만 때 아닌 '숨바꼭질 놀이'에 혀를 찰 수 밖에 없다"면서 "민주당의 독선이 국회를 집어삼킬 기세다. '수수께끼 놀이'나 하고 있을만큼 한가하지 않다"고 날 선 목소리를 냈다.
[미디어펜=손혜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