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말 요구불예금은 늘고 수신상품 잔액은 줄어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초저금리 장기화에 부동산 규제 등으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은행에 대기 중인 뭉칫돈이 올해 들어 급증했다. 시장을 관망하고 있는 투자자들이 새로운 투자처를 발견하면 언제든지 현금화하기 쉬운 대기성 자금으로 묻어뒀기 때문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에 풀린 막대한 자금이 갈 곳을 찾지 못하면서 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늘어난 반면 금리인하 등의 영향으로 은행의 수신상품의 잔액은 줄어들었다.

실제로 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주요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요구불예금 잔액은 566조316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77조8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전월과 비교해 24억 3628억원이 급증한 규모다.

요구불예금은 수시입출식 예금과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MMDA) 등으로 언제든지 현금화가 가능한 부동자금을 뜻한다. 요구불예금이 급증한 이유는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들이 시장을 관망하며, 새 투자처를 발견하면 언제든지 돈을 찾으려는 심리가 작용했기 때문으로풀이된다.

여기엔 금리가 하락하면서 은행의 수신상품 매력이 떨어진 것이 한몫했다. 저금리 장기화 속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0.5%로 낮추면서 시중은행의 수신상품의 금리도 0%대로 하락해 더 이상 투자처로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현재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의 금리는 연 0.5~0.9% 수준에 머물고 있다. 최고 0.9%의 금리를 적용해 1년 동안 1000만원을 예치할 경우, 이자소득세(15.4%)를 제외하면 만기 후 손에 쥘 수 있는 이자는 7만6140원에 불과하다.

부동산으로의 자금이동도 사실상 막혔다. 정부가 ‘집값 안정화’를 위해 틈틈이 규제를 내놓으면서다. 최근 정부가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이른마 ‘갭투자’를 막기 위한 초강력 대책을 내놓으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부동산 시장으로 흐르지 않고 은행의 대기 자금으로 이동한 것으로 분석된다.

은행의 대기 자금이 급증한 반면 수신상품의 잔액은 쪼그라들었다. 5대 은행의 정기 예·적금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672조153억원으로 전달보다 10조1690억원 줄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의 수신상품 금리가 하락하면서 정기예금 잔액이 큰 폭으로 줄었는데, 이 같은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라며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시장을 관망하는 투자자가 늘면서 대기 자금은 급증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