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피해자는 명확하다. 한 선수는 폭행·폭언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까지 했다. 또 다른 선수들은 가혹행위를 당한 사실을 추가 폭로하며 가해자들의 처벌을 호소했다. 그럼에도 가해자로 지목된 팀 감독과 주장은 그런 사실 없다고 부인하며 피해자들에게 사죄조차 거부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팀의 감독, 팀 닥터, 선배 선수를 폭행 등의 혐의로 고소한 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고(故) 최숙현 선수 사건과 관련, 6일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 등에 대한 긴급 현안질의를 위해 전체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최숙현 선수가 생전 가해자로 지목하고 고소까지 했던 경주시청 김 모 감독, 주장 A씨, 또다른 선수 B씨가 출석했다.

김 감독과 선수들은 최 선수 사망에 안타까움을 표하면서도 사죄 요구는 모두 거부했다. 이용 통합당 의원이 질의 도중 "피해자들에게 사죄할 생각이 있느냐"고 묻자 김 감독은 "어릴 때부터 알고 지도했던 제자다. 부모 입장까지는 제가 말씀을 못드리지만 너무 충격적"이라며 "가슴 아픈 일"이라고 답했다. 김 감독은 사죄의 말 없이 "경찰 조사를 받고 있고 그 부분에 대해 성실히 임했다"고 얘기했다.

이 의원이 폭행·폭언 사실을 인정하느냐고 묻자 김 감독은 "감독으로서 관리 감독, 선수 폭행이 일어났던 걸 몰랐던 부분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고 그 부분을 사죄드린다"면서 직접 폭행 및 폭언을 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이 의원이 "감독에(관리 감독을 못한 것에) 대해서만 사과하나. 폭행과 폭언은 전혀 무관하다는 것이냐"고 재차 묻자 김 감독은 "그렇다"고 답했다.

   
▲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 참석한 경주시청 김 모 감독과 주장 A 선수. 이들은 고 최숙현 선수에 대한 폭행 및 폭언을 전면 부인했다. /사진=더팩트 제공


가해자로 지목된 선수들 역시 다른 선수들에 대한 가혹행위를 부인했다. 주장 A씨는 같은 질문에 "같이 지내온 시간에 가슴 아프지만 일단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만 답했다. B씨는 "(폭행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으며 사죄 의사를 묻는 질문에는 "사죄할 건 없다. 폭행한 사실이 없으니 미안한 건 없고 안타까운 마음만 있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 현안질의에 앞서 고 최숙현의 동료 두 명이 자신들도 피해를 당했다며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 증언에 나섰다. 이들은 감독, 팀 닥터(사실은 자격증 없는 물리치료사), 주장 A씨의 가혹행위를 낱낱이 폭로했다.

피해 선수들은 "경주시청 팀이 감독과 특정 선수만의 왕국"이었다며 김 감독이 최숙현과 자신들에게 체중이 불었다는 이유로 빵을 새벽까지 먹고 토하게 만들었고, 설거지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뺨을 때리는 등 한 달에 10일 이상 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또한 주장 A선수는 선수들을 이간질하고 따돌림시키고 폭언·폭행을 일삼았으며 최숙현을 정신병자 취급했다고 폭로했다. 또한 A선수는 선배들을 시켜 각목으로 폭행하도록 했으며 개인 휴대폰을 몰래 보고 카톡 메시지 내용을 빌미로 괴롭히는가 하면, 옥상으로 끌고가 뛰어내리라고 협박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팀 닥터는 치료를 이유로 선수들의 가슴과 허벅지를 만지는 등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고, 심리 치료를 받고 있던 최숙현에게 '극한으로 끌고가 자살하게 만들겠다'는 말까지 했다고 폭로했다.

피해 선수들이 직접 나서 이같은 가혹행위를 폭로하고 증언했지만, 감독과 주장은 폭행 등의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사죄조차 거부했다.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는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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