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애, 김남주, 김태희…. 한국 연예계를 대표하는 이들 여배우들에게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광고계에서 톱스타들에게만 제의가 들어온다는 아파트 광고 모델 경력을 지녔다는 것이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TV속 아파트 광고에서는 톱스타들은 커녕 일반 연예인들 조차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이들에게 무슨 문제가 생긴걸까?

   
▲ 2000년대 초반 건설사들은 톱스타들을 전면에 내세워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했다.사진은 대우건설 '푸르지오' 전속모델로 활동한 김태희의 광고화면/사진=방송화면 캡처

최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는 지난 2000년대에 접어든 이래 가장 많은 분양물량이 쏟아지고 있다.

오랜만에 분양시장이 활기를 띄고 있지만 과거 아파트 광고의 단골로 등장하던 연예인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시간이 흘러 더 이상 연예인 위주의 톱스타를 등장시켜 광고할 필요성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에는 연예인들을 내세운 아파트 광고는 이들의 인기가늠 척도로 여겨질 만큼 건설사가 광고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영향력은 상당했다.

실제로 지난 2003년부터 GS건설 ‘자이’의 모델로 활약했던 이영애는 무려 7년 동안 자이의 얼굴로 인지도를 확고히 했다.

대우건설의 푸르지오 역시 여배우인 김남주, 김태희를 주축으로 10여년에 가까운 시간을 이들을통해 TV광고계를 주름잡았다.

그러나 연예인, 특히 톱스타 여배우들을 광고 전면에 내세운 아파트 광고는 사실상 지난 2011년을 기점으로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물론 지난 2월 건설·건자재 종합기업인 아이에스동서가 배우 김우빈을 광고 모델로 내세웠지만 2000년대 초반의 그것에 비하면 확실히 TV광고 모델로 연예인을 기용하는 방식은 구시대적 기법이 됐다.

이에 대해 한 건설 관계자는 “톱스타들의 몸값이 수 억원대에 달하는 등 건설사 입장에서도 이들 배우들을 기용하는 비용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이라며 “(200년대 초반 처럼) 초창기에는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톱스타들을 기용할 필요가 있었지만 이제는 인지도가 안정권에 접어들어 더 이상의 모델 기용이 불필요하다”고 말했다.

눈 높아진 소비자, 감성을 자극해라

일각에서는 대림산업 ‘e편한세상’의 ‘진심이짓는다’라는 문구가 감성 자극 광고의 첫 사례로 평가하기도 한다.

당시 대림산업은 △진심의 시세 △1층의 재발견 △베이크아웃 이라는 세 가지 유형의 TV광고를 제작했다.
세 편의 광고에는 톱스타는 물론 유명 연예인도 등장하지 않았다. 하지만 효과는 놀라웠다.

지난 2010년 선호하는 건설사 설문조사를 실시한 한 기관에 따르면 대림산업은 광고를 내보내기 전인 2007년도에 선호하는 건설사 순위(1~10위)에서 최하위권(5.2%)을 기록했다. 그러나 광고 이후인 2010년에는 8.1%의 선호도를 받아 약 50%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선호하는 브랜드 순위에서는 지난 2007년 6.4%의 지지율을 나타냈지만 2010년 14.0%를 기록하며 2위를 차지했다.

아파트 TV광고의 이러한 흐름은 현재진행형이다. 최근에는 KCC건설이 스위첸 TV광고를 통해 소비자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

이 광고는 과거 아파트 광고가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부각한 것과는 정반대로 바보같고 평범한 우리시대의 아버지라는 콘셉트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다가간다.

이에 대해 건설사 관계자는 “과거 대림산업의 광고는 단 6개월만에 대중적인 신뢰도 상승과 함께 브랜드 인지도와 선호도에서 2배 이상의 효과를 봤다”며 “소비자들의 안목이 높아진 만큼 환상적인 이미지보다는 이들을 감동케 할 수 있는 진심이 담긴 광고가 지속적으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항일 기자]